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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라이프 0편 | ||
거병 | ▶ | |
전투를 앞둔 병사의 눈빛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쟁을 하자는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 독일 제국의 초대 수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 .. 과거 한 넓고 풍요로운 대륙에 4개의 국가가 있었다. 그들은 초기에 서로를 돕고, 웃음을 나누며 지냈다. 이종족들과도 행복과 작물을 교환하며, 주먹 한 방 하나 휘두르지 않는 평화. 그런 평화시대가 있었다. 적어도 초기에는.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졌다. 대륙의 동서남북을 각자 차지하고 서로에게 증오와 멸시가 담긴 눈빛을, 피를 흘리는 전투를 교환할 뿐이다. 그리고 중후반기가 무르익자 피를 흘리는 것은 비단 인간만이 아니였다. 신서력 837년. 다크 베르니드 제국(통칭 북국)의 황궁. 옥좌에 앉은 남성과 줄을 지어 앉은 회의장. 무거운 분위기가 그들의 입을 짓눌렀다. 아무도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였다. 그러던 중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회의장 밖에서 들려왔다. 저 소리는 분명 갑옷을 입은 무장한 자가 오는 소리였다. 차갑게 내려앉은 분위기는 갑옷을 입은 청년... 아니, 청소년이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은 자가 들어옴에 따라 바뀌었다. 신하들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고 갑옷을 입은 남자와 뒤에서 수상한 웃음을 짓고 있는 백발의 청년이 있었다. 이 분위기를 깨트린 것은 옥좌에 앉은 황제의 한 마디였다. " 할 말이 있느냐. " 루트비히 게르하르트 야니크 베르니드. 베르니드 제국의 황제. 통칭 정복왕이라 부르는 무의 화신. 중년인 그의 눈가에 주름이 있었지만 이는 그의 위압감을 가리지 못했다. 동굴 속에서 울리는 듯한 묵직한 중저음에 신하들의 시선이 다시 황제에게 향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신경쓰지 않은 청년이 말했다. 카이저 에르빈 파우스트 베르니드. 베르니드 제국의 황태자이자, 인간과는 다른 존재. " 제게 군사를 내어 주십시오. 라디안 제국을 치겠습니다. " 갑작스러운 선전포고 없는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 신하들은 놀라움에 카이저에게 주목했다. 황제는 놀라지 않았다. 이미 전부터 올해에 라디안 제국(통칭 남국)을 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피를 볼 줄은 알았지만 그것은 황제로서, 그리고 제국군 통수권자로써 감수해야 할 일이었다. 너무나도 자신감 넘치는 아들의 목소리에 그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머물렀다. 자신이 언젠가 거병해야 했지만, 남이 대신 허물을 덮는다니 이는 실로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 할 수 있겠느냐. 그 자신감이라면, 좋다. 허락하겠다. " 황제의 승인이 떨어졌다. 그들은 카이저의 실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칠흑의 파멸, 살육자라 불리는 존재. 몸 안에 내제된 에너지는 필히 보통 악마의 것이 아니었다. 카이저는 웃음을 짓고 고개를 숙인 후 회의장을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소집된 4개 군단급 병력이 황궁을 출발했다. 거병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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