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세르크: BERSERKR

[ 펼치기 • 접기 ]






세상이 망할지라도 정의를 행하라. - 페르디난트 1세


하느님이 보시기에 세상은 너무나 썩어 있었다.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되어 있었다. 하느님 보시기에 세상은 속속들이 썩어, 사람들이 하는 일이 땅 위에 냄새를 피우고 있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노아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상은 이제 막판에 이르렀다. 땅 위는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저것들을 땅에서 다 쓸어버리기로 하였다.

<창세기 6장 11-13>







기원을 알 수 없는 미지의 현상인 혈식병, 대일식이라 불리는 사건으로 인해 지구상에 처음으로 등장했으며, 그 결과로 수많은 이들이 변이되기 시작했다. 혈식병에 걸린 생명체는 처음에는 이성을 잃고 극심한 갈증에 시달리며, 인간을 포함한 다른 생명체의 혈액을 갈망하게 된다. 그들이 다른 생명체를 공격하면, 그 대상 또한 감염되어 동일한 상태로 변하게 된다. 이러한 감염자들은 '생귀오스트렘' 혹은 '혈식인'이라 불리며, 인간 사회에서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모든 혈식인들이 인간으로서의 본성을 완전히 잃는 것은 아니었다.

베르세르크(BERSERKR). 광전사라는 그 이름에 맞게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혈식인들은 혈마학이라 불리는 인간을 월등히 압도하는 능력을 보유하며 영생하게 된다. 수 백, 수 천년 전 부터 존재해오던 이들은 거시적인 역사의 뒷면 속에서 그들만의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베르세르크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능력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했으며, 그로 인해 수많은 신화와 전설이 만들어졌다.

대일식이라는 저주를 받은 인간들은 신의 은총을 받지 못한 채, 혈식병이라는 악몽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그러나 인류는 이런 공포 속에서도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이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인류의 생존을 위해 사람들은 혈식인들에게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뜻을 모은 자들이 바로 성전기사단이었다. 이들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최후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혈식인들과의 끝없는 성전에 뛰어들었다. 성전기사단은 신의 이름 아래 결성되었고, 그들의 목표는 저주받은 혈식인들을 소멸시키고 인류를 이 끔찍한 운명에서 해방시키는 것이었다. 성전은 신과 저주, 생존과 구원의 이야기가 얽힌 영원한 전쟁이었다. 성전기사단은 신의 정의를 실현하고 인류를 지키기 위해, 수백 년에 걸친 싸움을 이어갔다. 이들의 투쟁 속에서 인류는 신의 마지막 은총을 향해 끝없는 여정을 시작한다.






태초에는 단 하나의 존재만이 있었다. 이름하여 오르마즈드, ‘끝없는 빛’. 그것은 모든 존재의 근원이자, 시간 이전의 시간, 공간 너머의 공간. 안아그라 라오흐_는 질서이자 조화이며, 우주의 의지였다. 빛이 스스로의 형상을 깨닫는 순간, 그 안에서 두 영이 분리되어 나왔다.

아샤, 광휘의 성녀. 진리와 생명, 낮과 질서를 다스리는 자. 비드라카, 밤의 사자. 그림자와 침묵, 꿈과 무질서의 군주.

이 둘은 창조의 균형을 이루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함께 손을 맞잡고 세상을 빚었다. 먼저 빛의 정원(Garōdmān)을 만들고, 그 반대편엔 그늘의 틈(Skotoi Gap)을 열었다. 그 사이 공간, 해와 달이 교차하는 여명의 틈에서, 빛과 어둠이 만난 인간이라는 존재가 태어났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인간은 본능적으로 빛을 따르고 어둠을 두려워했다. 어느 날, 한 이름 없는 자가 아샤의 빛에 충성을 맹세하며 빛의 정원과 그늘의 틈 사이에 장막을 드리웠다. 그날 이후, 균형은 무너졌다. 아샤는 침묵했고, 비드라카는 배신당한 자의 분노로 저주를 내렸다.

그는 그늘의 틈에 새로운 인간들을 빚었다. 그들은 피로 생존하고 어둠을 살았으며, 고통 속에 사는 존재들, 이름하여 다루카(Darukā)라 불렸다. 비드라카의 저주는 빛을 향한 갈망을 반대로 뒤틀었다. 인간들 사이에 혈식병이 퍼졌고, 이는 그들을 다루카로 바꾸는 저주의 매개가 되었다.

세상이 점점 파괴되어 가자, 아샤는 결단을 내린다. 그녀는 직접 비드라카와 마주했고, 두 신은 서로를 소멸시킴으로써 무력화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마지막으로 서로의 피와 영혼을 융합해 새로운 존재를 만들었다.

그것이 곧 자라타이(Zaratay), 빛도 어둠도 아닌, 경계의 존재. 그는 질서와 혼돈을 모두 품은 자, 인간과 베르세르크를 통합시킬 수도, 영원히 갈라놓을 수도 있는 선택의 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