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렬하여 보기

A

그로우휠 13편
의구심

세상이 지금처럼 흐린 하늘의 제국들에게 집어삼켜지기 이전에, 세상은 그나마 더 포근했다. 대부분의 땅은 왕과 귀족의 소유였고, 상하는 분명했으며, 복종과 헌신이 세상의 미덕이었다. 지금처럼 사상가와 지성인들이 나와 과거에 대해 토로하고,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기 전까지. 아렌은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자신의 세상이 무너졌는가. 왜 가족들은 모두 죽을 수밖에 없었는가. 왜.

그러나 하염없는 깊은 고뇌의 끝은 열리지 않는 철문에 불과했다.

"도착하셨습니다."

고요한 차량 속, 온전한 반델의 목소리가 나긋 울린다. 팔짱을 끼고 잠에 든 아렌은 목소리를 듣고 일어나 주변을 살펴본다. 벌써 한 시간이 훌쩍 넘었다.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