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景宗 · 경종

景宗 · 경종
왕세자 건의 형제인 영성대군으로 유년을 보내어 그간 왕업을 이루기 위한 교육은 물론이고 시강 또한 제대로 받지 못했으나, 그 재능이 비상하여 만물의 본질을 꿰며 경전을 읽고 깨우치기를 반복하니 학식과 덕망이 가상하여 왕위에 오른 혜종이 직접 간언을 듣고 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상황인 현종께서 이를 왕권을 실추하였다 크게 꾸짖고 질책하여 그 뒤로 서원해졌다. 그럼에도 상왕께서는 경종의 덕망과 학식을 높이 평가하여 경관들에게 이르러 영성의 지혜와 학식이 장차 영성이 실책을 범하지 않도록 안밖으로 단속하고 세상의 이치에 맞도록 보필하게 하였다.
혜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성대군을 침전에 불러 간언받기를 즐겼으며, 형제의 사사로운 정이 편전까지 범람하여 좌의정 안현은 '영창대군의 방대한 지식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전하를 대신할 수 없고, 대군의 총명함이 비범하다 한들 전하의 권위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하며, 대군의 덕망이 비상하다 한들 전하의 기품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영창대군의 간언은 실로 뛰어나나 전하의 위엄과 공덕을 해칠까 두렵습니다. 그 일은 장차 전하에게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알고도 모른 척할 수 없기에 이렇게 엎드려 빌건데 영창대군을 멀리 하도록 하십시오.'라 하며, 간언하였다. 이를 보건데 많은 백관대신들도 영창대군의 비상함이 예사의 것이 아님을 필히 깨달았을 것이다.
안현의 읍소가 있은지 얼마되지 않아 혜종은 기질이 심해져 앓아 누워 정사를 보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더니 며칠이 지나 의원도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약재를 받은지 한 달여 만에 붕어하였다. 이에 정현왕후도 얼마되지 않아 전하를 따라 죽게 되었다. 상왕 현종은 혜종의 원자가 아직 어려 정무를 돌볼 수 없고 정현왕후도 세상을 떠났으니, 영성대군이 왕위를 잇도록 명하였다. 좌의정 안현과 우의정 심효영은 상왕 앞에 엎드려 읍소하기를 '상왕 전하의 말은 도리에 맞지 않고 이치에 어긋나기를 비할 데가 없습니다. 어찌 원자가 있는데 대군에게 이르러 왕위를 잇게 하시옵고, 백관 중에 전하의 죽음이 영성대군의 계책이라고 믿는 자들이 있음을 아시면서도 어찌 대군에게 종묘와 사직을 맡기시며, 상왕 전하는 근전에서 명하시길 백관에 이르러 영성대군을 경계하라 하시고는 이내 바뀌어 그에게 충성케 하시옵니까. 다시 생각해 주시옵서서.'라 하였다. 그러나 상왕께서 이르길 '지금 영성을 음해하는 자들은 종묘와 사직을 생각지 않는 자들이고, 어린 원자를 내세워 사심을 일으키려는 자들이며, 끝내 나라를 파탄에 이르게 할 자들이다. 실로 영성이 혜종을 해하였다면, 이 또한 지금까지 영성을 경계하지 못한 문무백관의 잘못이고, 영성을 가르켜 덕망이 있어 도리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 고한 관리들의 허물이며, 새로운 주군을 도와 치세를 유지할 수 없는 필부임을 스스로 고하는 바와 같다. 내 이르건데 병환이 있어 원자의 뒤를 오래 지켜줄 수 없으니, 영성대군에게 왕위를 잇도록하라.'라고 반박하였다. 그럼에도 대신이 물러나지 않자 격노하여 물러가게 하였다.
명을 듣게 된 영성대군은 다시 상왕을 찾아가 엎드려 빌기를 명을 거두어 달라 간절히 청하였으나, 상왕은 실로 영성이 장차 왕업을 이룰 것이라 여겨 물러가게 하였다. 혜종이 붕어한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아 조정 관리들은 뒤에서 영성을 힐난하기를 꺼리지 않았고, 대저 음모가 조정을 드리웠다. 일명 적통파라 불리는 자들은 원자를 추대하고자 거병하기를 두렵게 여기지 않아 이내 군사를 모으기 시작했으며, 진위부장 민충우, 용호부장 시진림이 음모에 가담하였고 민첩하게 움직여 많은 이를 포섭하였다. 그 가운데에서 영성은 어좌에 앉아 조선의 새 국왕이 되었다. 병조참의 도숙이 막 추대된 경종에게 밀서를 보내어 불충한 뜻을 품은 자가 움직이고 있다고 알렸는데 경종은 도숙에게 하명하여 경종이 장차 내일 동궐에 갈 예정이라 알리도록 하였다. 그러면서도 용인부장 인규를 포섭하고 자신을 따르는 도승지 여찬, 우참찬 일성, 부원수부사 정운순에게 시진림을 만나게 하여 회유하였다.
반란군은 익일 군을 일으켜 사대문을 장악하고 동궐로 향하기 위해 청계천을 건너려 하였다. 허나 그 직전에 영성파에 회유된 시진림 휘하의 장졸이 용인사와 금군과 협력하여 한양 곳곳에서 매복하고 있었기에 이내 보신각 근처에서 발각되어 전투가 벌어졌다. 화살이 비처럼 쏟아지자 반란군은 오합지졸처럼 흩어져 달아나기를 우선하였으며, 용인부장 인규가 활을 쏘아 민충우의 무릎을 쏘아 낙마시키고 좌의정 안현의 목을 칼로 겨누니 모든 반란군이 머리를 조아리며 항복하였다. 경종은 그 자리에서 좌의정 안현, 진위부장 민충우, 이조판서 황보음을 반역죄를 물어 주살하였다. 이내 날이 밝자마자 반란에 가담한 선비들이 모두 육조거리로 끌려나와 마땅히 벌을 받았으며 이조참의 이경과 같은 자들은 유배에 처해졌고 첨원수부사 충기정와 같은 자들은 능지처참에 처해졌다.
이러한 역모가 세상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조정에서는 경종을 경계하는 적파들이 여전히 활보하였고, 이들은 경종이 혜종의 원자인 담양대군을 정적으로 여겨 폐하지 않도록 날을 세웠다. 이와 같은 행보에 상왕 현종과 경종을 모시는 장파 관리들은 금대에 이르러 적파를 몰아내어 정국을 주도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사실이 숨길 것도 없이 침전에 까지 들려오니 경종은 적파들을 서서히 몰아내면서 장파들을 가까이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