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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붉은 빛
그곳에 붉은 빛이 있었다.

"상황은 어떤가?"
참으로 복잡미묘한 질문이다. 상황이라. 제이크는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선뜻 정말로 대통령이 원하는 대답이 있는건지, 아니면 형식상의 질문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장관인 자신에게 이 문제에 대한 일말의 해결책을 찾는 것인지. 자신도 그리고 이곳에 있는 모두도 종잡을 수 없다.

"답이 없습니다. 각하."
제이크의 대답을 끝으로 방공호에 모여있는 모두가 그럴듯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 자리에서는 하고싶은 말이 목 끝까지 올라오더라도 참는 자리였다. 또한 그들이 겪은 문제란, 그 누구도 쉽게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테라그룹 측에는 여전히 아무런 연락이 없나?"
테라그룹. 모두가 그 단어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 어쩌면 이 모든 사태가 테라그룹으로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세계 최대의 제약회사. 그리고 그린 플루 사태이후 난데없이 연락이 두절되어버린 그곳 말이다.

"솔직하게 말해주게. 지금 이 상황에, 우리가 더 얼마나 놀랄 수 있겠나?"
그럴까? 정말 이 이상의 최악이 없는걸까.

미국. 그것도 전미가 그린플루라는 전대미문의 판데믹이 벌어진 건 고작 일주일이었다. 긴 잠복기 탓일까? 아니. 애시당초 감염병 때문에 군대가 동원되는 사태가 정상적일 리 없다. 지금 미국은 인류 최대의 역병에 병들어가고 있다. 시작은 녹스 카운티의 작은 동네. 곧 그것은 루이빌을 넘어 대도시권에 퍼졌다. 흔히 미디어에서 나올법한 좀비와 같은 존재들은 두 다리가 부숴지는지도 모르고 가족들을 물어뜯었고, 그게 작금이 상황이다. 그러나 더더욱 두려운 점은 고작 그게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제이크 국토부장관은 자신의 서류가방에 있던 서류 한뭉치를 대통령의 책상 위로 조심스레 올려놓았다. "해당 자료에 대해 지금부터 보고드리려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2시간 전. 와이오밍(Wyoming) 주 어딘가.
현지로 급파된 비밀임무국 소속 CAT 2개 분대. 인적이 존재하지 않는 시골에 위치한 테라그룹의 연구소는 그야말로 고요했다. 늦은 야밤 건물로 다가서는 각 분대는 본부와의 교신을 진행하며 서서히 내부로 진입했다.
"상황을 보고하라."
"보안이 없다. 특이사항 없다."
"계속 진입하라. 모든 사항은 대외비(FOUO)다. 브리핑과 동일하게 최적동선(MRR)으로 이동하라."
테라그룹 연구소는 깨끗했다. 큰 규모를 자랑하는데다 직원의 숫자만 수천이 될 터. 이토록 아무도 없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마치 깨끗하게 청소라도 한듯 비어있었고, 모순처럼 주차장은 꽉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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