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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우휠 3-1편
하늘에서

숨을 쉰다.
광활한 구름의 바다에서

눈을 감고 가만히 이곳에 서있으면 매혹적인 바람소리가 끝없이 들려온다. 그 소리는 마치 장마의 빗소리와도 같이, 거칠고, 강하고, 시원하고, 매력적이다. 빛의 위치에 따라 그 색상마저 변하는 그 아름다운 하늘이 고작 땅 밑에 비교되기에는 너무나 아쉽다. 하늘은 아름답다.

바다보다 훨씬
그리고 더 많이.

"라온"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른다.
매서운 바람소리에 조금 사묻히긴 했어도 누군지 알 수 있다.

그래.
내 선택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마을은 데모부르크의 흔한 시골처럼 평화롭고 한적한 분위기였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시골 동네에는 제대로 놀만한 거리도 없었고, 거기에 있는 젊은 사람들은 농사일이 끝나면 맥주로 목을 축이고 소시지를 먹는 게 삶의 낙이었다. 그래도 이런 지루한 삶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적어도 10년 전처럼 대전쟁에 휩쌓였던 시절에 비한다면 이보다 더 비루한 삶도 마다할 수 없을만큼 절박했으니까.

그리고 그런 마을에 한 여자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신나게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막 건물에서 튀어나온 한 남자는, 주변을 휙휙 둘러보더니 그 여자아이를 향해 걸어가서 이렇게 말했다.

"라온! 너 이리와!"

"아 왜요!"

"왜기는, 이리 와. 선생님 말로 할 때?"

"싫어요. 으, 으악!"

라온은 그 남자가 번쩍 들어서 옆구리에 끼고는, 건물 안에 있는 방을 보여준다.

"너 선생님이 여기 치우고 놀라그랬지! 이게 다 뭐야!"

"아 이따 치우려고 했단 말이에요. 아 맨날 잔소리만 해"

여자아이는 남자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서 투덜거리며 변명했다.

"선생~ 살살 해. 귀여운 애기한테 너무 엄해~"

방 건너편을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남자에게 말했다. 남자는 이곳에서 선생님이라고 자주 불렸다. 그게 정말 선생님이라는 의미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맞았다.

"하.. 이렇게 봐주면 정말 안된다니까요. 말도 매일 안 듣구"

"선생님이 뭐라고 안하면 잘 하거등요?"

"이걸 그냥"

"헉 도와주세요... 흑흑흑"

남자가 때리는 시늉을 하자 라온은 그 짜리몽땅한 팔로 자신의 머리를 보호하며 우는 척 했다. 남자는 완전 어이가 없다는 듯 아이를 내려놓았고, 재빠르게도 라온은 방에서 다시 나와 아이들과 뛰어논다.

"그래도 내심 기쁘죠? 여기 온 처음보다는 훨씬 낫잖아요."

"...그렇기는 하죠. 고작 한달 전이니."

라온, 성은 없고 이름만 있는 아이. 라온이 이곳에 온지는 불과 한 달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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