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슨 레더/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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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6월 2일 10:53시
4일차
작전명: 코리브 101
위치: 아크데니즈 항공기동사령부
단위: Grimm 1, 제4 기동군단 항공작전사령부, 제6 군단 연락담당실

수송기가 비행장 활주로에 착륙하자, 금속성 진동음이 기체를 따라 길게 퍼졌다. 큰 덜컹거림에 분대원들이 하나둘씩 잠에서 깬다.
곧이어 기체가 유도로를 따라 주기 위치에 진입했고, 자동 개폐 장치가 작동하면서 해치가 천천히 열렸다.
한동안 밀폐된 공간에 있던 병사들은 날카로운 자연광이 기내로 쏟아지자 눈살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렸다.
몇몇은 손으로 눈을 가렸고, 나머지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빛에 적응하려 애썼다.

활주로 주변에는 아나톨리아 연방군 소속 지상 운용 요원들이 보급 차량과 장비 수송 컨테이너 사이를 오가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중 한 대의 군용 차량이 수송기 인근에 정차하자, 두 인물이 하차했다.

먼저 내린 여성은 노란 식별 조끼를 착용하고 태블릿 단말기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녀는 화면을 확인하며 조용히 수송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기체 해치 안쪽에 인원이 탑승 중인 것을 확인하자 잠시 멈춰 선 뒤, 다시 해치 방향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해치 앞에 다다라 안을 들여다보며 정위치를 잡았다.

통제담당관
본 구역은 보안 절차에 따라 탑승 인원에 대한 신분 확인이 필요합니다.

통제담당관
확인에 협조해주시겠습니까?

여성의 말을 끝으로 리커의 손이 더플백으로 향하는 순간, 그녀 곁에 있던 남성이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
그는 민간 복장을 하고 있었으며, 와인색 셔츠 위에 상아색 재킷을 걸친 모습이었다.
셔츠 상단 단추 두 개는 풀려 있었고, 재킷 주머니는 자연스럽게 벌어져 있었다.
손에는 낡은 가죽 폴더를 들고 있었고, 목에는 얇은 금색 체인이 걸려 있었다.
좋게 말해도 군인 혹은 그 언저리에도 관련 없을 듯한 모습이었다.

???
여긴 내가 맡지.

남성은 진중한 표정으로 여성을 향해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여성은 그를 한 차례 바라본 뒤 짧게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 몇 걸음 물러서 수송 물자 쪽으로 향했다.

남성은 수송기 해치 앞으로 다가가 안을 살폈다. 왼켠에 앉아있던 분대원들과 시선이 마주치자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
너희 장비들은 1시간 전에 먼저 도착해, 인도 받았다.

???
모두 민간 복장으로 환복하고, 장비 배분하고 10분 뒤 여기 앞에서 재집결한다.

남성은 손가락으로 수송기의 천장을 가르킨다.

???
그때까지 이거는 내가 치워놓지.

???
여러분은 가방 챙기고 나를 따라오도록.

남성이 손짓하며 뒤돌아선다.

남성을 본 리커의 당혹스러운 표정을 뒤로 분대원들은 앉은 자리에 그대로 원위치해 있었다.
해치와 가장 가까운 지점에 앉은 리커 옆에 이노, 크레더, 코니, 드리즈 순서대로 있었고, 코니만 더플백의 끈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노
그... 누구?

이노가 남성을 똑바로 쳐다봤다.

???
이런, 소개가 늦었군.

사복 차림의 남성은 다시 뒤를 돌아 그의 시선은 분대원들을 향했다.
그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
하이람 중위다.

하이람 중위
6 군단 메틴 준장이 보냈으니 여기서는 내 인도에 따르면 된다.

하이람 중위는 멋쩍은 자세로 서 있었고, 곧 해명하는 듯한 손짓을 해보였다.

하이람 중위
복장이 좀 부적절하기는 한데, 너희들 보내고 바로 뒤에 식사 자리가 있어서 그런 거이니 크게 개의치 말게.

하이람 중위
잔말 말고 따라오면 탈의실과 너희 짐 찾는 곳을 안내해 주겠네.

분대원 모두가 더플백을 어깨에 메고는 하이람의 뒤를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