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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남동쪽 80km 지점, 와시트 주 쿠트 시 고도 38m의 저지대, 34°02'N 45°49'E
티그리스 강변을 따라 늘어선 창고들 사이, 흉흉한 먹구룸이 드리운 하늘에서는 차가운 겨울비가 내렸다.
녹슨 철제 셔터가 반쯤 내려진 창고 안, 희미한 LED 랜턴 불빛 아래 다섯 명의 소대원들이 모여 있었다.
비 냄새가 섞인 축축한 공기가 콘크리트 바닥을 타고 스며들었다.
-12°C의 날씨는 이상(异常)적이었고,
이러한 기후에 대비하지 못한체 황야 한복판에 내던져진 다섯 명은 아린 물줄기에 심신이 흠뻑젓어 벌벌떨고 있었다.
리커는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리는 콧물을 장갑 낀 손으로 닦아 냈고,
그 손은 곧장 가슴팍 주머니로 향했다.
꾸깃꾸깃 접은 지도를 펼쳐 보였다.
랜턴 불빛이 종이 지도의 코팅제 위에서 일렁였고,
각종 마커들과 예상 경로를 빼곡히 휘갈겨놓아 메모한 그건 누가 봐도 지저분하고 가독성이 떨어지는 문서였다.
캐리어를 의자 삼은 리커의 옆에는 담요와 우의로 몸을 감싼 코니와
소총에 방수 덮개를 씌우고 있는 이노가 황홀(慌惚)할 정도로 시린 바닥 앉아있었고,
드리즈와 크레더는 3명을 마주 보는 반대편에 또 다른 캐리어를 깔고 앉아있었다.
리커는 오른쪽 귀에 꽂힌 빨간 마커펜을 빼내 지도의 어느 지점을 가르켰다.
이름
48시간 전, 목표물이 쿠트 중앙 시장에서 목격됐어. 현지군당국 정보원에 따르면 아직 시내에 머무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우리 외에도 그를 수색하고 있는 조직이 몇 있고 VIP도 멍청하지 않는 이상 대비를 어느 정도 갖춰둔 상태일 거야.
리커는 취합하고 분석한 정보들을 간소하게 나열했으나
이미 장거리 비행에 더해 수 십 킬로미터의 행군으로 탈진한 4명은 그의 말에 전혀 집중하지 않고 있었다.
빗방울이 철제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는 리커가 가끔 입을 다물 때 생겨난 정적을 깨고 있었다.
창고 안으로 스며드는 축축한 한기에 포장을 풀지 않은 장비들이 이슬처럼 젖어갔다.
리커는 드디어 방전된 일회용 전자 담배를 내려놓고는 말을 이어갔다.
이름
그가 가진 자료의 형태는 아직 불명확해. 본부의 정보에 따르면 데이터 원본은 USB에 저장되어 있겠지만, 하드 드라이브, CD, 필름, 그 어떤 형태로 소지하고 있을 수 있어. 확실한 건... 이걸 회수하지 못하면 우리가 책임지고 아주 곤란해질 거라는 거야.
코니가 리커를 흘겨봤다.
리커는 한 숨을 내쉬고는 젓고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넘겼다.
(물 방울이 사방으로 튄다)
이노가 표정을 찡그리며 리커와 떨어져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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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9시 52분.
어둠이 내린 창고에서는 랜턴 불빛만이 고요히 흔들리고 있었다.
기온은 더욱 떨어져 -15°C를 가리켰고,
캠핑용 가스버너 위 냄비에 깔끔히 비워진 PPC 소고기 스튜의 잔반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새 비는 진눈깨비로 변해 지붕을 두드렸다.
창고 한켠에서는 드리즈와 코니가 등을 맞대고 앉아 졸고 있었다.
이노는 둘에게 다가가 자신의 담요를 덮어주곤 한구석으로 기어가 손질하다만 소총을 다시 집어 들었다.
크레더는 창고 입구 근처에 서있었고,
리커는 여전히 지도와 씨름하며 무언가를 계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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