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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을 알 수 없는 미지의 현상인 혈식병, 대일식이라 불리는 사건으로 인해 지구상에 처음으로 등장했으며, 그 결과로 수많은 이들이 변이되기 시작했다. 혈식병에 걸린 생명체는 처음에는 이성을 잃고 극심한 갈증에 시달리며, 인간을 포함한 다른 생명체의 혈액을 갈망하게 된다. 그들이 다른 생명체를 공격하면, 그 대상 또한 감염되어 동일한 상태로 변하게 된다. 이러한 감염자들은 '생귀오스트렘' 혹은 '혈식인'이라 불리며, 인간 사회에서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모든 혈식인들이 인간으로서의 본성을 완전히 잃는 것은 아니었다.
베르세르크(BERSERKR). 광전사라는 그 이름에 맞게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혈식인들은 혈마학이라 불리는 인간을 월등히 압도하는 능력을 보유하며 영생하게 된다. 수 백, 수 천년 전 부터 존재해오던 이들은 거시적인 역사의 뒷면 속에서 그들만의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베르세르크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능력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했으며, 그로 인해 수많은 신화와 전설이 만들어졌다.
대일식이라는 저주를 받은 인간들은 신의 은총을 받지 못한 채, 혈식병이라는 악몽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그러나 인류는 이런 공포 속에서도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이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인류의 생존을 위해 사람들은 혈식인들에게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뜻을 모은 자들이 바로 성전기사단이었다. 이들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최후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혈식인들과의 끝없는 성전에 뛰어들었다. 성전기사단은 신의 이름 아래 결성되었고, 그들의 목표는 저주받은 혈식인들을 소멸시키고 인류를 이 끔찍한 운명에서 해방시키는 것이었다. 성전은 신과 저주, 생존과 구원의 이야기가 얽힌 영원한 전쟁이었다. 성전기사단은 신의 정의를 실현하고 인류를 지키기 위해, 수백 년에 걸친 싸움을 이어갔다. 이들의 투쟁 속에서 인류는 신의 마지막 은총을 향해 끝없는 여정을 시작한다.


태초의 세계는 심연에서 태어났다. 혼돈과 불완전한 생명들이 깃들었으나, 질서도 없고 의미도 없는 세상이었다. 그때 태양의 헬리오스와 달의 루나가 나타났다.
헬리오스는 순수한 광명의 존재였다. 그의 눈이 떠지는 순간, 세상은 처음으로 빛과 열을 얻었고, 생명이 움트기 시작했다. 루나는 끝없는 밤을 걷는 자였다. 그는 헬리오스가 닿지 않는 곳에서 세상의 균형을 맞추었고, 그의 어둠 속에서 최초의 꿈과 의식이 태어났다.
두 신은 서로를 인정하지 않았다. 헬리오스는 “어둠은 세상을 뒤덮는 저주”라 했고, 루나는 “빛은 모든 것을 태워 소멸시킨다”라 했다.
그러나 어느 날, 헬리오스는 루나의 어둠 속에서 태어난 인간이라는 존재를 발견했다. 그들은 헬리오스의 빛을 갈망하면서도, 루나의 어둠에서 꿈을 꾸고 상상력을 길렀다. 헬리오스와 루나는 인간을 통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었고, 마침내 두 신은 인간을 공동의 창조물로 인정했다.
하지만 인간은 예기치 못한 존재였다.
헬리오스는 인간들에게 자신의 빛을 주어 강한 육체와 불굴의 의지를 심어주었고, 루나는 인간들에게 어둠의 속삭임을 주어 깊은 지혜와 상상력을 부여했다. 그러나 인간들은 자신의 본능대로 어둠을 피하고 빛만을 쫓기 시작했다. 그들은 루나의 어둠을 두려워하며 빛만을 원했고, 동시에 헬리오스의 강한 의지에 저항하며 자유를 원했다.
이때 한 인간이 헬리오스와 루나 사이에서 균형을 무너뜨릴 선택을 했다. 그의 이름은 네메시스(Nemesis)였다. 그는 더 이상 어둠 속에서 살기를 거부하고 헬리오스에게만 충성을 맹세하며, 태양의 빛을 온전히 차지하려 했다.
이에 분노한 루나는 인간들에게 영원한 어둠을 선사할 저주를 내렸다. 그 저주는 인간을 새롭게 변형시켰다.
그들은 빛을 거부하며, 어둠과 하나가 된 존재들이었다. 그들이 바로 베르세르크였다.
베르세르크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그들의 혈액에는 어둠이 깃들어, 육체는 강해지고 수명이 연장되었으나, 빛을 볼 수 없게 되었다. 헬리오스의 빛이 닿으면 그들의 육체는 타올랐고, 생명이 소멸했다.
그러나 이 저주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네메시스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베르세르크들을 구원하려 했다. 그는 루나와 헬리오스의 피를 한 몸에 담아, 다시 균형을 되찾을 방법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두 신의 힘이 한 몸에 담긴 순간, 네메시스는 극심한 변이를 겪으며 첫 번째 혈식병 감염자가 되었다.
그의 피는 강한 의지를 가진 인간을 베르세르크로 변화시키거나, 베르세르크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게 되었다. 그 피가 세상에 퍼져나가며, 혈식병이 시작되었다. 이리하여 태양과 달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헬리오스를 따르는 인간들은 베르세르크를 정화하려 했고, 루나를 따르는 자들은 인간을 새로운 존재로 변화시키려 했다.
수천 년이 흐른 뒤, 헬리오스와 루나는 점차 힘을 잃어갔다. 낮과 밤은 하나로 통합되었으며, 두 신 모두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하지만 두 신은 마지막으로 하나의 예언을 남겼다. “태양과 달의 피를 모두 계승한 자가 나타날 것이다. 그가 나타나면, 이 세계의 운명이 다시 결정될 것이다.”
그 존재가 바로 아르투메(Artume)였다. 그녀는 두 신의 피를 이어받은 유일한 존재로, 인간과 베르세르크의 대립을 종식시킬지도, 아니면 새로운 종족을 탄생시킬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