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우휠 13편: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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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 옆에 서있던 레이먼트 소장이 그녀의 의중을 물었다. 사실 강을 건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평원에서 야간 작전을 진행했으니, 예상외 공격으로 강력한 돌파를 할 수 있었지만, 강은 낮이든 밤이든 사람이든 기계든 도하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아렌 옆에 서있던 레이먼트 소장이 그녀의 의중을 물었다. 사실 강을 건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평원에서 야간 작전을 진행했으니, 예상외 공격으로 강력한 돌파를 할 수 있었지만, 강은 낮이든 밤이든 사람이든 기계든 도하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소장님. 우회로는 있습니까?"
"있습니다. 대안책은 3개입니다."
뒷짐을 지고 서있던 소장은 자리에서 조금 뒷걸음질해 전술지도를 가리켰다. 하나는 강이 끝나는 지점에서 우회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아예 교량을 건너는 방법이었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다리를 남겨두었을 리는 없다. 혹은, 멀쩡하게 두고 습격할 준비를 하던가. 그렇다면 사실 상 강의 하류 끝을 우회하는 방법이 제일 나아보였다.
소장은 파란 말들을 가져와 각각 [[세시리 강]] 너머로 하나 씩 놓고, 교량에 하나, 마지막으로 강 끝에 하나를 놓았다.
"완전히 눈치 싸움이지 않습니까?"
소장이 길게 뻗은 강을 보며 말했다. 확실히, 공격측도 방어측도 전선이 너무 벌어지는 구간이다. 병력은 한정되어 있는데, 통로는 너무 많다. 그럼에도 강이란 환경적인 이점 때문에 더 후방으로 갈 수도 없으니.
"마지막 대안책은 무엇입니까?"
"1차 공세처럼 양동 작전으로 혼란을 주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소장이 말 끝을 흐렸고, 아렌은 금방 그 뜻을 알았다. 근위대는 작전을 진행 할 수 없다.
"근위대는.."
"근위대장이 전사했으니, 인사발령 때문이라도 작전 수행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육군의 소속이 아니니.."
그때 문득 아렌의 머릿속에 그를 죽인 저격수가 떠올랐다.
"소장님은 그 저격수가 패잔병이라고 보십니까?"
"근위대장을 쏜 자 말씀이십니까?"
"마치 계획된 것처럼, 일정하게 사격하고 사라졌습니다. 순식간에 말입니다. 패잔병이라기엔 너무 이상합니다. 거리도 너무 길고, 그런 제식 소총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한 번 알아봐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래서, 작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렌은 뚫어져라 지도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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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23일 (토) 13:24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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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로우휠 13편
의구심

아렌은 여전히 과거를 그리워했다. 푸른 마당에서 뛰어노는 동생들과, 하얀 저택과, 맛있는 식사들, 포근한 날씨, 그리고 부모님의 미소. 대부분의 권속은 왕과 귀족의 소유였고 복종과 헌신이 세상의 미덕이었다. 사상과 지성인들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기 전까지, 아렌의 세상은 따뜻했다. 그리고 오늘날 그런 세상은 없다. 노동없는 대가를 바랄 수 없다. 아렌은 그것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의구심이 솟구쳤다. 왜 하필 자신의 세대에 이런 일이 벌어진걸까. 왜 가족들은 모두 죽어야만 했는가.

왜.
그러나 하염없는 깊은 고뇌는 굳게 닫힌 철문과도 같았으니.


반델과 함께 작전지로 돌아온 아렌은 사령부로 복귀했다. 그러자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장교들이 잔뜩 나와 그녀에게 자료를 밀어넣는다.

"천개의 창으로서!(경례) 현황 보고드립니다 사령관님."
"1차 공세의 전과 현황 및 운용장비에 대한 보고입니다."
"데모부르크 포로들에 대한 심문 요청서입니다."

3시간이라지만 그 공백은 제법 큰 모양이었다.

"하나씩 주십시오."
옆에 있던 반델이 말했다. 그가 자료들을 대신 전달받는다.

그녀는 장교들의 손을 거친 자료들을 살펴보았다. 수 년만에 방어선이 뚫린 데모부르크는 그야말로 혼비백산. 1차 방어선에 콘크리트를 두르고 고정식 야포들만 둘렀으니 거의 방어를 맹신했을 텐데,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나마도 후방에 있는 세시리 강 일대까지 후퇴해서 그곳에서 재정비를 하고 있다.

"도하 작전[1]으로 진행하시겠습니까?"

아렌 옆에 서있던 레이먼트 소장이 그녀의 의중을 물었다. 사실 강을 건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평원에서 야간 작전을 진행했으니, 예상외 공격으로 강력한 돌파를 할 수 있었지만, 강은 낮이든 밤이든 사람이든 기계든 도하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소장님. 우회로는 있습니까?"

"있습니다. 대안책은 3개입니다."

뒷짐을 지고 서있던 소장은 자리에서 조금 뒷걸음질해 전술지도를 가리켰다. 하나는 강이 끝나는 지점에서 우회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아예 교량을 건너는 방법이었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다리를 남겨두었을 리는 없다. 혹은, 멀쩡하게 두고 습격할 준비를 하던가. 그렇다면 사실 상 강의 하류 끝을 우회하는 방법이 제일 나아보였다.

소장은 파란 말들을 가져와 각각 세시리 강 너머로 하나 씩 놓고, 교량에 하나, 마지막으로 강 끝에 하나를 놓았다.

"완전히 눈치 싸움이지 않습니까?"

소장이 길게 뻗은 강을 보며 말했다. 확실히, 공격측도 방어측도 전선이 너무 벌어지는 구간이다. 병력은 한정되어 있는데, 통로는 너무 많다. 그럼에도 강이란 환경적인 이점 때문에 더 후방으로 갈 수도 없으니.

"마지막 대안책은 무엇입니까?"

"1차 공세처럼 양동 작전으로 혼란을 주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소장이 말 끝을 흐렸고, 아렌은 금방 그 뜻을 알았다. 근위대는 작전을 진행 할 수 없다.

"근위대는.."

"근위대장이 전사했으니, 인사발령 때문이라도 작전 수행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육군의 소속이 아니니.."

그때 문득 아렌의 머릿속에 그를 죽인 저격수가 떠올랐다.

"소장님은 그 저격수가 패잔병이라고 보십니까?"

"근위대장을 쏜 자 말씀이십니까?"

"마치 계획된 것처럼, 일정하게 사격하고 사라졌습니다. 순식간에 말입니다. 패잔병이라기엔 너무 이상합니다. 거리도 너무 길고, 그런 제식 소총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한 번 알아봐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래서, 작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렌은 뚫어져라 지도를 보고 있다.









(13)
  1. 강을 건넌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