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우휠 6편: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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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비공정의 화물은 전부 이곳에 내리는 겁니까?"
"그럼 비공정의 화물은 전부 이곳에 내리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반나절 정도는 소요될 예정입니다. 더불어서 공화파에 대한 처리도.."
"그렇습니다. 반나절 정도는 소요될 예정입니다."
 
아렌은 끄덕이며 비공정에서 내려왔다. 모든 화물이 이곳에서 내린다. 그거면 아렌에게는 충분했다.
 
1년만에 돌아온 [[호소니]]는 [[라이프니츠]]와는 많은 게 달랐다. 우선 이곳은 라이프니츠에 비하면 섬이었지만, 끝없는 삼림과 높은 산맥이 이어지는 땅이었고, 비가 자주 내렸으며 본국처럼 엄격하게 통제한다는 분위기도 없었다. 전쟁터이지만 서로 끝없는 공방전에 지쳐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교착된 땅이었다. 본래 야전 사령관이었던 헤반 중장은 이곳에서 뭐라도 하려고 시도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작전 실패와 그로 인해 잃은 육체였다.
 
"중장님. 가시면 됩니다."<br>
반델은 아렌만한 짐가방을 메어 들고 아렌과 함께 호소니에 준비된 차량에 탑승했다. 어느새 하늘은 어둑어둑해져 혼란스러웠던 낮과는 달리 한껏 차분하다.
 
그는 짐을 잘 정리하고 호소니 내부로 운전하기 시작했다.
 
"중장님. 아까부터 전혀 말씀이 없으십니다."
 
"아"
 
아렌은 창밖을 바라보다 반델의 말에 앞을 지그시 바라본다.
 
"그렇지. 아무래도"
 
"혹시 걱정거리가 있다면 말씀해주셔도 괜찮습니다."<br>
만난지 고작 이틀하고 반나절이었지만, 반델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올곧은 모습이다. 사실은 꼭 그게 아니더라도 아렌의 표정이 심각한 면도 있기는 했다. 아렌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새로 받은 군모를 어루만졌다.
 
"아직 이야기하긴 너무 일러서 말이야"
 
"그렇습니까?"
 
백미러로 아렌의 표정을 보던 반델이 혼자 끄덕거렸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도 중장님은 대단하신 분입니다. 아직 젊다고 하시지만 낮에 있던 일은 근위대원도 버거워했을 겁니다. 그냥 이참에 근위대를 하시는건 어떻습니까?"
 
멍을 때리던 아렌이 반델의 말에 픽 웃었다. 처음으로 풀린 표정이다.
 
"그게 말이 되나? 아무말이나 하네."
 
아렌은 소소한 미소와 함께, 평소라면 잘 하지 않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린시절에 좀 특수한 훈련을 받았거든."
 
"그런것 치고는 비실비실하신데 말입니다."
 
"..ㅁ"<br>"농담입니다."
 
아렌은 어쩌면 자신의 말 때문에 반델이 더 캐물을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소령은 딱 거기까지만 물어봤다.
 
"듬직한 걸"
 
"자화자찬?"
 
"아니.. 소령이 듬직하다고"
 
"이렇게 옆에서 구르려고 부임된 거 아니겠습니까."
 
 
 
 
 
 
 
 
 
 
 
 
 
 
 
 


"중장님. 가시면 됩니다."





2022년 6월 11일 (토) 09:03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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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우휠 6편
인수인계

마병기(魔兵器)

낯설고 딱딱한 그 이름은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 단어였다. 마법이 사라진 시대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그런 물건이다.

그러나 아렌에게는 달랐다. 찰나의 순간을 뒤덮은 미지의 감정이 쏜살같이 아렌에게 달려들었다. 절규와 비애가 담긴 그 기운은 마치 누군가의 목소리처럼 소리없이 웅성거리고, 마치 아렌의 정신을 표피에 붙은 껍떼기처럼 뜯어내 안쪽 살을 파고드는 벌레같았다. 그러한 불쾌하고 두려운 감상이 아렌을 뒤덮은거다.

"중장님?"

반델은 혼이 나간 채 주저앉은 중장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까처럼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이런 상태는 아니었는데, 아렌은 얼굴을 구기며 두 손을 모아 얼굴에 댄다. 반델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괜찮.. 괜찮습니다."

아렌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반델은 아렌의 존칭에 조금 이상함을 느꼈으나 잠시 뿐이었다.

"괜찮아."

"뭔가 문제라도 있으신 겁니까?"

"아니야. 그냥, 피곤해서.."

그렇게 말해야했다. 자신이 마법사의 혈통이라 그렇다고 털어놓을 순 없을 테니. 그렇게 아렌은 창고 화물에 등을 기대고 한참이나 앉아있었다. 복잡한 감정과 기억 사이에서 말이다.

"두 분 괜찮으십니까!?"

잠시 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 1시간 전 함께 비공정에 매달렸던 남자. 맥거만 중사였다. 그는 이제 술은 다 깨고 사병들과 함께 화물칸으로 내려온 듯 했다. 그는 아렌에게 상황을 전달했다. 공화파 대부분은 진압되었고, 화재도 잡았으며, 해군의 중요인사들도 다행히 무사하다.

그리고 마침내 호소니에 도착하기 직전이라는 이야기였다.


"우선 인수인계를 하셔야하니 다녀오시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맥거만은 그렇게 말했다.

"그럼 비공정의 화물은 전부 이곳에 내리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반나절 정도는 소요될 예정입니다."

아렌은 끄덕이며 비공정에서 내려왔다. 모든 화물이 이곳에서 내린다. 그거면 아렌에게는 충분했다.

1년만에 돌아온 호소니라이프니츠와는 많은 게 달랐다. 우선 이곳은 라이프니츠에 비하면 섬이었지만, 끝없는 삼림과 높은 산맥이 이어지는 땅이었고, 비가 자주 내렸으며 본국처럼 엄격하게 통제한다는 분위기도 없었다. 전쟁터이지만 서로 끝없는 공방전에 지쳐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교착된 땅이었다. 본래 야전 사령관이었던 헤반 중장은 이곳에서 뭐라도 하려고 시도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작전 실패와 그로 인해 잃은 육체였다.

"중장님. 가시면 됩니다."
반델은 아렌만한 짐가방을 메어 들고 아렌과 함께 호소니에 준비된 차량에 탑승했다. 어느새 하늘은 어둑어둑해져 혼란스러웠던 낮과는 달리 한껏 차분하다.

그는 짐을 잘 정리하고 호소니 내부로 운전하기 시작했다.

"중장님. 아까부터 전혀 말씀이 없으십니다."

"아"

아렌은 창밖을 바라보다 반델의 말에 앞을 지그시 바라본다.

"그렇지. 아무래도"

"혹시 걱정거리가 있다면 말씀해주셔도 괜찮습니다."
만난지 고작 이틀하고 반나절이었지만, 반델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올곧은 모습이다. 사실은 꼭 그게 아니더라도 아렌의 표정이 심각한 면도 있기는 했다. 아렌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새로 받은 군모를 어루만졌다.

"아직 이야기하긴 너무 일러서 말이야"

"그렇습니까?"

백미러로 아렌의 표정을 보던 반델이 혼자 끄덕거렸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도 중장님은 대단하신 분입니다. 아직 젊다고 하시지만 낮에 있던 일은 근위대원도 버거워했을 겁니다. 그냥 이참에 근위대를 하시는건 어떻습니까?"

멍을 때리던 아렌이 반델의 말에 픽 웃었다. 처음으로 풀린 표정이다.

"그게 말이 되나? 아무말이나 하네."

아렌은 소소한 미소와 함께, 평소라면 잘 하지 않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린시절에 좀 특수한 훈련을 받았거든."

"그런것 치고는 비실비실하신데 말입니다."

"..ㅁ"
"농담입니다."

아렌은 어쩌면 자신의 말 때문에 반델이 더 캐물을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소령은 딱 거기까지만 물어봤다.

"듬직한 걸"

"자화자찬?"

"아니.. 소령이 듬직하다고"

"이렇게 옆에서 구르려고 부임된 거 아니겠습니까."











"하나의 눈을 위하여[1], 중장님께 경례드립니다."

"천개의 창으로서[1], 소장님께 인사드립니다."

아렌과 경례하는 소장, 이 바짝 마른 남자는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아렌의 상관이었다. 불과 총통의 말 몇 마디로 나라의 체계가 뒤엎인 거다. 아무리 아렌이 전장에 직접 나오는 야전군은 아니더라도 말도 안되는 인사발령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1년만에 뵙습니다. 레이먼트 소장님"

"중장님이 되어서 다시 뵐 줄은 몰랐습니다."

묘한 기류가 흘렀다. 환영하는 듯 하면서도 초췌한 이 분위기가, 자신을 그다지 인정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건 아렌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사령부로 직접 가시겠습니까?"

"서류가 아니라 직접 상황을 살펴보고 싶습니다."

"그렇다면야"

소장은 다른 장교들과 함께 아렌을 데리고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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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0 1.1 라이프니츠 군대 경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