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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우휠 6편
인수인계

워렛은 분명 자신의 마음은 흔들리고 있었다. 총통이 자신에게 일장연설을 늘어놓은 후, 그 새벽을 달리는 기차에서 워렛은 오만가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총통이 자신의 능력을 원한다. 자신이 불사가 되기를 원하고, 불사가 된다면 그에 따른 보상을 제공할 것이라고.

하지만 쉬운 선택은 아니다. 만약 자신이 총통을 돕는다고 덜컥 제안을 받아들이면 호소니에 대학살이 벌어질 것이다.

"불사의 재료는.."

불사의 재료는, 그보다 수 배, 아니 수 백 배의 인간이니까.

이레프 가문이 그토록 불사를 완성하지 못한 이유는, 그것이 완성되어서는 안되는 금기의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총통이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이고 자신을 회유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는 불사를 만드는 원리를 알면서도 그것을 원한다. 그렇다면 그는 학살자다. 그가 불사가 된다고 해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지도 나아가 세상의 혼란을 몇 배는 더 가중시킬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럼 자신은 어쩌란 말인가?

그의 부탁을 거절해도 죽는다면.. 무슨 답이 있을까?

우선..

"돌아가자."

워렛은 달리는 열차 화장실의 거울 앞에서 그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차가운 공기의 새벽아침이었다. 워렛은 혹여나 자신을 감시하는 자가 있을지 경계하며 이동했다. 모자를 눌러썼고, 발걸음을 빠르게했다. 안다. 그래도 소용없을지도 모른다.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보고될 것이다. 워렛의 예상대로 승강장부터 계속 자신을 따라오는 남자들이 있었고 워렛도 그들을 예의주시했다.

"여기에요."

워렛이 한참 정신이 팔렸을 무렵, 워렛을 마중나온 여군 한 사람이 건너편 길에서 손을 흔들었다. 단발머리에 군복을 정갈하게 입은 사람이다.

"시안. 우선 가자. 따라와."

"네?"

워렛은 그녀를 데리고 곧장 계속 길을 나아갔고, 누나의 군 사무실이 있는 군청 방면으로 계속 걸었다. 여전히 그들은 뒤에서 따라왔다.

"무슨 일인데요? 냅다 설명도 없이.."

"날 쫓아와. 우선 들어가서 이야기 해"

문을 박차고 들어간 워렛은 경비의 인사도 무시한 채 엘리베이터를 탔고, 멀리서 워렛을 쫓던 갈색 코트의 남성들은 엘리베이터를 탄 워렛을 애써서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다.

"뭐가 어떻게 된거에요?"

"그게.. 할 이야기가 있어."

"뭔데요? 나도 할 얘기가 많아요."

"내부에 배신자가 있는 것 같아."

"무슨 배신자요? 우리 중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곧 복도를 걸어서 아렌 집무실에 도착한다. 워렛은 들어가자마자 문을 굳게 잠궜다.

"우선, 시안, 내 이야기 잘 들어봐."

"잘 듣고 있잖아요. 근데, 저부터 이야기 해야할 거같아요. 많이 중요하거든요."

워렛은 가슴팍을 치며 말했다.

"아니, 시안 우선, 이 이야기가 뭐냐면..."

"저택이 수사받고 있어요."

"?"

워렛은 멍하니 시안을 바라본다.

"저택이.. 수사받고 있다구요.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거에요?"

시안은 워렛에게 따져묻듯이 날카로운 음성으로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저택이란, 워렛과 아렌이 가지고 있는 소유의 큰 건물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중요한 자료가 거기 다 있었어요. 급하게 사람들을 시켜서 파기하긴 했지만, 당장 턱 밑까지 올라왔다구요. 이러다가는 다 죽을지도 몰라요. 알고는 계셨던거에요? 제가 말하기 전까지는 몰랐죠? 도련님 수준이 딱 그정도에요. 비밀경찰이 아니라 그냥 아예 총통이랑 대면까지 하지 그래요?"

워렛은 입을 꼭 물었다.

"그래요. 이제 말해보세요."

"총통을 만났어."

"?"

시안은 방금 전의 워렛과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총통이, 자신을 불사(不死)로 만들어달라고 했어. 그럼, 우리를 헤치지 않을거라고.."

워렛은 무언가 이성의 끈을 놓고서 허탈하게 말했다. 그럴만 하다. 얘기를 들은 시안은 건너편 소파에 워렛과 같이 누웠다.

"당분간 이곳에만 있어요."

"뭐?"

시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워렛에게 그렇게 선언했다.

"어딜 가든 감시가 따라다닐 거 아니에요."

"어쩌려고?"

"이 나라를 떠야죠."

워렛은 납득이 잘 되지 않았다. 무슨 수로?

"총통은 신이 아니에요. 그래봤자 한낮 인간이구요. 협박 당했다고 무서워하고 아무것도 못하면 안되요. 어차피 놈은 자기 하수인들을 부리느라 바쁠 테고, 감시인들도 당장 제거하면 우리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요."

"그래. 알겠어. 그럼 내가 여기 있다고 치면 시안은 어떻게 할거야?"

"아렌 아가씨를 구할 방법이 있어요. 우선 그 방법을.. 시도해봐야죠."

"우리가 직접 구하는 건?"

"도련님 덕분에 저도 감시당할 텐데 무슨 수로?"
"아..." 워렛은 확실히 누나보다 명석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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