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우휠 8편: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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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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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지. 방에서 쉬고싶어."
그리고 아렌은 말 한 마디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홀로 남은 반델은, 총끈을 꽉 쥐고 멍하니 방 앞에 서있다가, 노을이 끝나고 해가 저물고 나서야 건물을 빠져나왔다.
"이제야 근무가 끝나신 겁니까? 반델 소령님."





2022년 6월 23일 (목) 22:39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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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로우휠 8편
뒷배경

삶이란 길지 않다.

삶이란 짧다.

너무나도 짧아서

손에 움켜쥔 모든 걸

금방 잃어버리고 만다.

심지어는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게 아꼈는지도

그리고 그게 무엇이었는지

정말로 존재하긴 했던건지

그 모든 것에 의심이 든다.

두렵다.

─나는 그것이 두렵다.


붉은머리의 중년은 책을 덮는다. 계획이 진행된지 이제 고작 사흘이다. 남매에게 각각 다른 미끼를 던지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다. 그거면 충분하다. 그들은 의심하고 고민할 것이다. 이상한 일도 아니고, 예상하지 못한 일도 아니다. 그는 의심을 환영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바라고 있는 게 바로 그 '의심'이니까.

그러니 어리석게도 자신에게 저항한다고 해도 그들에게 기회를 앗아갈 생각은 없었다. 애시당초 이레프 가문이 아니라면, 자신의 계획은 성공할 수 없다. 전적으로 의지해야 한다. 그것이 왕도는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자신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절박한 심정 앞에서는 평생의 지론도 무시하는 법이다. 인간은 나약하다.. 병 앞에서는 더더욱 나약하다.

총통의 집무실에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온다.

"왔는가?"

"천개의 창으로서, 총통을 뵙습니다."

"웃기지도 않네. 보고하게"

검은 머리의 젊은 남자는 서류를 읊었다.

"우선, 마흔여덟명의 마법사 이송을 절반 정도 완료했습니다."

"다음"

"호소니행 비공정에서 공화수호전선이 탈취를 시도했는데, 실패했다고 합니다."

"다음"

"타라바오 세그넌이 이송 중 자살했습니다. 비공정에서 하차한 후 내륙으로 이동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살했다고 합니다."

총통은 머리를 긁적인다.

"관련자들 처벌하고, 본보기로 이송담당자는 사형시키도록"

"왕당파 기지 3곳 중 1곳을 파악했습니다. 위치는 동부도시 군청 3동입니다."

"음. 좋아."

총통은 흡족한 표정으로 외쳤다.

"우리 친애하는 워렛 경에게, 지체하면 어떤 벌이 따르는지 보여주도록 하지"


"부고라니? 호소니 혁명세력에서 테러 감행..?"

"방금 확인된 소식입니다. 동부도시 시내 한복판이어서 전보가 빠르게 왔습니다."

반델이 설명을 덧붙였다.

"저런..."

옆자리에 있던 레이먼트 소장은 긴박한 소식에 편히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부고의 주인공은 자신과 같은 소속의 동료들이거나 혹은 부하였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은 '위장신분'. 즉... 살해당한 이들은 왕당파의 일원이었다. 하지만 호소니에서 왜 그런 짓을? 자신이 이곳에 와서? 당혹감이 머리를 꽉조였다. 그리고 다행이긴 하지만, 부상자 명단에도 동생은 없다. 워렛은 어디간거지?

"소장님. 호소니 혁명세력이라는 조직이 따로 있습니까?"

"그... 예. 있습니다."

"..."

혼란스러웠다. 방금 전까지, 소장은 그들마저 소중한 사람이라며 그럴듯한 이야기를 내놓았고, 아렌 자신도 동감했는데. 고작 몇 분이나 되었다고 자신의 동료들이 희생되었다는 점이.. 물론, 너무 이상하다. 왜? 너무 맥락이 없다.

"아."

그래. 동생이라면 무언가 알 것이다. 워렛은 분명히..

"소장, 중장님. 우선 숙소로 돌아가시죠. 제가 이후 전보를 다시 확인해보겠습니다."

반델은 멍하니 있는 두 사람을 진정시키고 상황을 수습했다.

"사령관, 내일 뵙겠습니다."

레이먼트는 자리를 떴고, 아렌은 다시 의자에 앉는다.

"어째서..."

아렌의 심경이 굉장히 예민해보였다. 반델은 그 옆에서 엎드려있는 아렌에게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무의미하다 싶어 그저 자리를 지켰다.

"내겐.. 모두 가족과.. 다름 없는 사람들이지. 남인 반델은 잘 모르겠지만.."

"..."

"돌아가지. 방에서 쉬고싶어."

그리고 아렌은 말 한 마디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홀로 남은 반델은, 총끈을 꽉 쥐고 멍하니 방 앞에 서있다가, 노을이 끝나고 해가 저물고 나서야 건물을 빠져나왔다.

"이제야 근무가 끝나신 겁니까? 반델 소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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