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행성군Planetary Military은 연방행성이 자체적으로 보유하는 군사력의 통칭이다. 행성군은 연방법에서 사용되는 법률적인 명칭이며, 일반적으로는 행성수비대Planetary Guards라고 부른다.
역사
행성정부는 행성의 안전과 자치를 보장하기 위해 행성군을 둘 수 있다. |
연방헌법 |
행성군은 연방의 창립과 함께 존재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세이셸 협정은 자위와 치안유지를 위한 각 행성의 자체적인 무력 보유를 인정했으며, 뒤이어 제정된 연방헌법 역시 '행성군'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법제화했다. 이에 연방의 창립행성들인 지구, 화성, 수성, 금성이 각자 행성군을 갖추게 되었고[1], 연방 전체의 방위를 책임질 연방군이 추가로 창설되었다.
극초기 행성군이 연방행성의 자치를 뜻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보여주는 요소었던 반면에, 대우주시대 동안에는 행성군이 행성의 안전에 필수적인 요소로 변화했다. 연방의 영역이 급속도로 확장되면서, 중앙의 연방정부가 미처 통제하지 못하는 이른바 우주 무법지대가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각 행성은 자행성의 인근에 있는 해적이나 범죄자 집단을 자체적으로 소탕할 수 있는 수준의 무력을 갖추어야 했고, 때문에 행성군의 규모가 크게 확대되었다. 여기에다가 경쟁관계에 있는 행성간의 군비 경쟁이나 연방정부에 대한 몇몇 행성의 불신은 행성군의 확대를 더욱 촉진했다. 이렇게 점차 확대된 행성군들을 몇몇 행성정부는 중앙의 간섭이나 제한 없이 제멋대로 동원하며 점차 그 영향력을 확대하여 독립세력화 했다.
카스파 전쟁 당시 연방정부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켰던 카스파 동맹은 비대해진 행성군을 통해 영역을 확대하고, 그를 통해 연방과 맘먹을 만큼 강력해진 행성정부들이었다. 수십 년에 걸친 내전이 마침내 연방정부의 승리로 끝난 후, 니콜레타 크리사코을루 내각은 연방의 제도를 정비하고 내전을 방지하기 위해 이른바 '크리사코을루 개혁'이라고 불리는 대수술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행성군에는 보유 함급 제한과 인구비례 병력 제한 등 수많은 제재가 가해졌다.
총력전이 발발하자 모든 행성군의 통수권은 연방정부에게 귀속되었다. 총력전 시기 행성군은 연방군의 예비부대 역할을 하며 연방군에 훈련병을 공급하였고 수많은 행성군 소속 함선들이 연방군에 편입되어 적과의 전투에 투입되었다. 한편 전쟁준비위원회의 가혹한 동원정책에 반발해 반란이 일어난 일부 행성에서는 행성군이 반란에 동조해 연방군과 교전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소아라 협정으로 총력전이 휴전 상태에 돌입한 후에도 행성군의 통수권은 오랫동안 연방정부에 귀속되어 있었다. 행성정부들은 연방정부에 행성군 통수권 반환을 요구했지만 연방정부는 전쟁이 종전이 아니라 휴전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거부했고, 연방법원도 연방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후 안시프 내각이 행성군의 군정권을 행성정부에 돌려주면서 부분적으로 통수권이 반환된 상태다.
조직과 역할
행성군의 통수권은 평시에는 행성의 정부수반 혹은 국가원수애게 주어진다. 하지만 몇몇 경우에는 행성군의 통수권이 연방정부에게 이양된다. 전쟁이나 내전 등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거나, 행성정부가 행성군의 통수권을 행사하는 것이 매우 부적절한 때, 예를 들면 행성군이 자행성 시민 탄압에 투입되는 등이 그러한 경우다. 다만 연방정부의 행성군 통수권 접수는 결코 영구적이어서는 안되며,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통수권을 다시 행성정부에 반환해야 한다. 행성정부는 연방정부의 행성군 통수권 접수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면 연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행성군은 기본적으로 행성의 안전보장을 위해 존재한다. 행성군의 가장 일상적인 업무는 행성 인근의 해적을 격퇴하고 연방군의 예비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우주 공역에서 연방군과 공동으로 작전을 수행하기도 하고, 행성에서 폭동이나 자연재해 등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치안 유지나 복구를 위해 투입되기도 한다. 행성군의 조직은 행성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지상군과 우주군으로 구분된다.
각종 규제
행성군은 다양한 방면에서의 수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그중 대부분은 카스파 전쟁 이후에 벌어진 대개혁의 과정에서 생겨난 것들이다. 다만 총력전 발발 이후로 몇몇 규제는 일시적으로 해제되거나 완화되었다.
연방정부는 유사시 행성군의 통수권을 행성정부로부터 접수할 수 있다. 이는 카스파 전쟁 전부터 가능한 일이었지만, 카스파 전쟁 이후로 그 과정이나 요건이 비교적 간소화되었다. 연방정부의 통수권 접수를 무효화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행성정부가 연방법원에 제기할 수는 있지만, 통수권 접수를 거부하는 것은 반역행위로 취급된다. 즉, 일단 연방정부가 행성군 통수권 접수를 행성정부에 통보하면 행성정부는 무조건 통수권을 연방정부에 이양해야 하며, 통수권 접수의 당부당에 대해서 논하고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행성정부는 행성 인구의 최대 1.5%까지만을 행성군의 상비병력으로 둘 수 있으며, 파트타임이나 예비병력을 포함해도 행성군 병력이 인구의 5%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다만 행성의 치안이나 기타 상황이 특수한 경우에는 연방정부가 이 제한수치를 높여주기도 한다. 또한 행성군은 질량이 15만 톤 이상인 함선을 운용할 수 없다. 연방군은 질량 15만 톤 이상의 함선을 구축함으로 정의하기 때문에, 행성군은 프리깃함 까지의 함급만 운용이 가능한 것이다. 행성군이 연방정부의 허가 없이 우주 공역이나 타 행성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러한 규제들이 준수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방방위부는 행성에 감독관을 파견하며, 감독관은 여러 행성을 순회하며 행성군을 점검한다. 위반사항이 확인되면 연방정부는 행성정부에 시정 명령을 내리거나 행성군 통수권을 일시적으로 접수할 수 있다.
비판
현재의 행성군에 대한 규제는 대개혁 시기에서 크게 바뀐 것이 없는 수준이다. 그 감시의 기준이 여전히 카스파 전쟁 수준에서 머물러 있으므로 다극적으로 변화한 현재 연방의 생활권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지구 같은 경우엔 유엔방위군으로도 모자라서 유엔평화유지군까지 운용하며 연방의 저강도 분쟁에 협력하고 있지만, 애당초 행성군에 대한 법률의 존재조차 모르는 행성도 허다하다. 이에 대한 근본적 문제는 카스파 전쟁 당시엔 변방계라는 구분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태양계와 외우주라는 이분법적 구분만 통용되었기 때문이다.
당대에는 태양계와 그 일대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행성이 그 기술력과 체급이 고만고만 했다. 물론 변방계 포지션인 소규모 정착지나, 신규 개척지는 물론 존재했으나 현재처럼 독자적 세력권을 형성하는 것이 아닌 인근 행성정부의 영향권 아래 있었으므로 이들이 독자적으로 행성의 방위를 책임져야 할 걱정은 없었다. 이는 모든 행성을 책임질 수 없는 연방군과 연방정부의 역량문제에서 비롯된 역할 분담이었으나, 이는 특정 행성들의 영역 확대를 촉진하여 '독립세력화' 하는 데에 톡톡한 기여를 했다.
이는 곧 카스파 전쟁으로 이어졌다. 총력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카스파 전쟁은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전쟁이었으로 전쟁의 직접적 원인이 된 행성군에 대한 대대적인 해체가 들어갔다. 각 행성은 그들이 행성에 대한 기초적 방위만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규제되었고, 이는 철저히 연방 방위부에게 감시되었다. 거대독립세력들이 카스파 전쟁 이후 해체되면서 소규모 정착지들이 야생으로 내던져졌지만, 당시에는 연방의 권역이 지금만큼 거대하지도 않고 전쟁 직후였으므로 비대한 연방군으로 이들의 방위를 책임질 수 있었다.
문제는 카스파 전쟁 이후 5000년 평화기 부터 연방의 권역이 대우주시대 보다 더 가파른 속도로 확장된 것에 있다. 물론 상위행정기관은 존재하지만 실질적 행정단위는 각각의 행성들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변방계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중간계와 비교할 때 그 규모와 기술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사회체제 또한 후진적인 경우가 잦았다. 심지어 통일행성정부가 존재하지 않고 행성 내의 국가끼리 합종연횡을 반복하거나, 애초에 유의미한 정부가 존재하지 않고 소규모 정착지로만 구성되어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단순히 주요 성계와 비교할 때 행성의 역량이나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밀리는 수준을 넘어서서 문명의 수준이 달랐으며, 때로는 19세기나 그 이하의 전근대 사회를 유지하는 행성들도 존재했다.
카스파 전쟁 이후로 지속되는 군축과 비례하여[2] 폭증하는 변방계의 권역은 광범위한 치안 공백을 초래했고, 변방계 일대에서 대우주시대와 비슷한 수준의 해적이 창궐하고, 각 행성들의 무력분쟁이 일어나는 상황이 일어났다. 변방계가 기존의 규제안을 유지하면서 이러한 분쟁에 대응하기엔 그들의 역량이 되지 않았다. 물론 각 행성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연방 방위부에서 유동적으로 규제안을 완화해줄 수는 있지만, '이들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 하기 때문에' 연방 방위부가 이들의 사정을 세세히 파악하기엔 어려웠다. 위협은 하루가 멀다하고 다가오는 상황 속에서, 연방의 공식적 답변은 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애초에 행성의 사정에 따라 연방에 서안을 보낼 역량도 부족한 경우도 있었으니 말이다. 더불어 어떻게 간신히 그들의 차례가 도착하여 연방 방위부 관료가 행성에 도착했다고 하더라도, 변방계는 불로기술의 배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곳이 상당해서 이미 그 서안을 보낼 당시의 사람들은 다 죽어버린 경우도 많았다.
거기다 행성 정부와 행성군이 존재하지 않고, 각 행성 내 국가들이 자체적으로 군대를 조직하여 싸우는 경우도 있었으니, 사실상 이 행성군에 대한 기존의 법률은 변방계에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는 것을 넘어 연방이 사실상 손놓고 그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을 묵인하며 (변방계를 한정하여)사문화 되어버렸다. 여기까지 되었다면 좋았으련만, 총력전이 발발하며 '전시상태에 행성군을 동원할 수 있다.'라는 규정이 변방계에 적용되어버리면서 최전방이었던 변방계의 행성군이 그 누구보다 가장 적극적으로 동원되게 되었다. 변방계 행성군들의 역량은 도저히 전력에 넣어줄만한 수준이 아니었으므로, 연방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고기방패 그 이상의 역할도 되지 못했다. 물론 연방도 상황의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어서 총력전 중기부터 변방계 행성군은 전투에서 배제되거나 연방 표준에 맞춰 철저히 무장되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전선 행성의 이야기일 뿐이고, 나머지 행성군들은 실질적으로 사문화 된 그것에도 불구하고 수준 낮은 역량만을 보유하고 있는 실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