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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이등병 이야기
대한제국군과 욱일군의 전투, 1962년

"20명 규모의 욱일군 폭도가 경찰서를 점거했다! 2개 작전반 지원 바람!"

1962년 1월 일본 우고마치, 대한제국군 열도치안유지군 소속의 한 소대는 욱일군이 다시 봉기함에 따라 트럭에 몸을 싣고 봉기가 일어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미친 쪽바리 새끼들, 죽여도 죽여도 계속 나오는 게 말 그대로 원숭이 같군."

원래라면 20대의 청춘을 한성이나 동경에서 누렸어야 할 김 병장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하하, 김 병장님. 그래도 우리는 양반이라네요. 저 멀리 중국 만주나 광서에서는 짱깨가 몇 천 단위로 기어나온다 하니 쪽바리 40명은 양반 아니겠습니까?"

"젠장할 것들. 상부 새끼들도 쪽바리들과 다를 게 없어. 아무리 고작 20명이라 해도 그렇지. 그래도 총 들고 욱일기에 천황 폐하 만세나 외치는 미치광이 놈들일텐데 이걸 겨우 30명으로 진압하라고? 전차하고 포도 없이? 우리가 무슨 특작반이야?"

김 병장의 불만은 이어 계속 터져 나왔고, 서 상병은 김 병장을 달래느라 일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외로이 자세를 잡아 앉아 있는 누가봐도 여리여리한 윤 이병이 앉아 있었다.

"이봐 신참. 작전은 처음이겠군. 긴장하지 마. 첫 작전에서 죽는 놈 거의 없어. 저번 옆 중대에서는 신참 하나가 쪽바리들이 끌고 온 포에 맞아 죽었긴 하다는데 그건 거의 없는 일이니 걱정하지 말고 하라는 대로만 해. 게다가 우리가 때려잡으러 가는 놈들은 포도 없이 그냥 총 들고 농성중이야."

서 상병은 김 병장을 달래고 윤 이병의 긴장을 풀어주고자 노력했다.

"근데 넌 사회에서 뭐 하다 왔나?"

어느 정도 가라앉은 김 병장이 윤 이병에게 물었다.

"이병 윤정혁! 대학 다녔었습니다!"

고졸이 많던 분대 내에서 대학 출신인 윤 이병은 꽤나 엘리트라 할 수 있었다.

"오 새끼 좀 머리 좋았나 보네? 어디 학교 뭔 학과여?"

"인천제국대 건축학과 나왔습니다."

"이거 완전 공부만 하던 놈이구나? 왜 이런 대가리 좋은 애를 이딴 망할 섬으로 보냈는지 모르겠군."

몇 분의 대화 시간이 끝나고 트럭은 드디어 욱일군이 점거한 경찰서 앞 임시 진지에 도착했다.

"먼저 수류탄 한 발 갈기고 들어간다. 그리고 나하고 4명은 후문으로, 고 병장 쪽은 측면으로 들어가. 나머진 담장 뒤에서 대기하다 신호 주면 바로 들어간다. 모두 다치지 말고."

이런 일이 자주 있었다는 듯이 소대장은 딱 한번, 그리고 짧게 말했다. 어리바리한 신참 윤 이병은 소총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쾅 하는 수류탄의 폭발음이 들리고 고 병장네 조가 먼저 진입 후 소대장의 사인이 떨어졌다. 김 병장과 서 상병, 그리고 윤 이병은 신속하게 경찰서 정문에서 대기하던 욱일군 폭도 하나를 쏘고 난 후 진입했다. 하지만 그 진입은 실수였다. 수류탄은 혼란만 주었을 뿐 사상자를 발생시키지 못했고, 재빨리 다시 태세를 갖춘 폭도들은 진입하는 김 병장과 서 상병, 윤 이병과 소대원들을 준비해 놓던 기관총으로 쏴재꼈다.

"이런 ㅆ발!"

기관총이 있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소대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죽어 나갔고, 진입한 소대원 중 남은 이는 윤 이병만 남았다. 세상 물정을 모르고 건축에만 몰두하던 청년 예술가는 총을 제대로 잡지도 못했다. 퇴각하라는 소대장의 말은 들리지도 않고 기관총의 굉음과 분노 섞인 폭도들의 목소리, 그리고 어머니의 목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그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불과 몇 십분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질문을 하던 선임들이 그렇게 잔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본 그는 정신적으로 붕괴했다. 도망치라는 본능적 사고마저 정지했을 때, 젊은 예술가는 모든 것을 체념한 채로 터벅 터벅 기관총 앞으로 걸어갔다. 예술가는 그렇게 바보 같은 마지막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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