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우휠 11편

BLACK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6월 27일 (월) 13:23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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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우휠 11편
방향성

워렛은 누나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어디부터 설명할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여전히 이 누나의 곁에서 떨어지지를 않았다. 놈은 누나에게 엄청난 신뢰를 받고 있는 듯 했다. 겉보기에는 멀쩡해보여도, 결국 그는 총통의 사람이고 자신들의 적인데. 대체 왜? 누나는 가끔 그런 면이 있었다. 강한 척 하면서도 인간에게 그렇게 당하면서도, 인간을 믿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우선 놈들 떨어트려야 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워렛 상등관님?"

워렛이 반델을 처음 만난 건, 자신이 근위대의 신분으로 처음 호소니에 도착했을 때, 누나가 자신과 약속을 잡길 원한다며 이야기를 전달했을 때였다. 반델은 도저히 의심하기 어려운 부류의 사람이었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지만 겉으로는 적대감이 전혀 없었고, 묵묵하면서도 친한 사람에게는 곧잘 인사했다. 사실 근위대의 저런 행동은 특이한 편임이 분명했다.

그들은 대부분 거만했고, 공격적이었으며, 자아도취에 빠져서는 일반 병사와 부사관들을 개무시했기에. 그러나 반델은 너무나도 올곧아보였기에 워렛은 더더욱 경계했다.

"아렌 중장님께서 동생분을.."

"예, 알겠습니다."

"...그럼 작전실 1층에서 만나서 대화 나누시면 되겠습니다."

자리를 뜨려는 반델을 잡은 건 워렛이었다.

"소령님."

"필요하신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 아닙니다."

"언제든 필요하시면 부르셔도 됩니다. 그게 제 몫입니다."

그는, 닮았다.

그 분위기가, 마치 총통과 같이.

워렛은 그렇게 생각했다.


"왜.. 왜 이런 짓을.. 왜..."

워렛은 온 몸이 꽁꽁 묶이고 눈마저 검은 안대로 감겼다. 두려웠다. 살고 싶었다. 어쩌면 자신이 괜히 왕정 복고니, 반란이니, 자신의 동료들과 지인들을 끌어들이지 않았다면 이런 최후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몇 남았지?"

굵직한 총통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좁은 공간이어서 그런지 목소리가 울렸다.

"아홉 남았습니다."

"그렇군"

총통은 총알을 장전하고, 다시 한 번 격발했다. 그러자 짧은 단말마와 함께 누군가 철푸덕 쓰러진다.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가 워렛의 온 몸을 찢어갈길 때, 주체하지 못한 분노가 워렛의 목소리를 터트렸다.

"왜!!!!!"

그리고 터진 풍성처럼 바람이 빠진 목소리로 워렛은 속삭였다.

"대체 왜 이러는 건데... 우리가 아니어도.. 할 수 있잖아.. 마법사라면 배우면 할 수 있잖아..."

콧물과 침이 뒤섞여 웅얼거리는 워렛은 그렇게 고통 속에서 총통에게 들리지 않을 하소연을 내뱉는다.

".....제발 도련님 그만 하세요."

아직까지 살아있던 시안이 그런 상황 속에서도 워렛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도련님! 좋군. 나도 한 번 그런 말을 듣고싶었지. 나이를 먹어서 그렇게 불러줄 사람이 없는게 흠이야."

총통은 자리에서 일어나 터벅터벅 워렛의 앞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건 벌일세. 자네가 바로 호소니로 가지 않은 벌이야. 머리를 굴린 죄값이고, 빠져나가려 한 죄에 대한 응징이지."

그리고 총구로 워렛의 이마를 톡톡 친다.

"너희 가문이 아니면 쉽게 성공시킬 수 없어. 나도 그정도의 지식은 가지고 있지."

"차라리.. 흑.. 끄윽.. 나를 나를 죽여줘..."

워렛은 차마 견딜 수 없어 그렇게 말했다. 사실은 전혀 죽고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가족과 다름없는 사람들이 죽는 걸 다 지켜보고, 마지막에 죽고 싶지도 않았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군. 이렇게 진부한 대답이 맞나? 더 진보적으로 대답해"

총통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총구를 돌려 일자로 서있는 사람들 중 아무나 쏘아댔다. 그들 역시 비명을 질렀다.

"그만해... 그만해!!!!"

"솔직한 심정으로, 내가 이렇게까지 선택권을 주는데, 자네가 동료들을 죽이는 게 아닌가? 논리적으로는 그런 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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