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우휠 12편: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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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호소니 교도소</big><br>'''
'''<big>호소니 교도소</big><br>'''
이곳은 [[라이프니츠]]에서는 처리하기 곤란한 인사들을 해외 바깥으로 추방하면서도, 여전히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감옥이다. 당연히 국제법 상 불법인 장소였지만, 라이프니츠에게는 전혀 장애물이 아니었다. 혹자는 왜 굳이 해외에 이런 대형시설을 지었느냐 의아할 수 있겠지만, 이곳으로 추방된 자는 결국 지지자들로부터 점차 잊혀지고, 스스로도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을 겪게된다.
 
이곳은 [[라이프니츠]]에선 처리하기 어려운 대상들, 예컨대 정치인이나 외국인과 같은 사람들을 해외로 추방하는 국외 교도소였다. 그들을 죽이지 않고 여전히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감옥 말이다. 이곳에 머무르면 결국 지지자들로부터는 잊혀지고, 자신은 독방에 갇혀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그런 심연의 옥쇄였다.  


그렇기에 호소니 감옥은, "고독"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그렇기에 호소니 감옥은, "고독"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작은 선박을 타고서 큰 호수를 건넌 반델과 아렌은 마침내 감옥에 도착했다.


"천개의 창으로서, 야전 사령관께서 이런 교도소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천개의 창으로서, 야전 사령관께서 이런 교도소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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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장이라는 작자는 제법 윗선에 목이 말라있는 인물 같았다.
교도소장이라는 작자는 제법 윗선에 목이 말라있는 인물 같았다.


"죄수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
"심문하시려는 죄수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


"세그넌. [[타라바오 세그넌]]입니다."
"세그넌. [[타라바오 세그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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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원이 아렌의 말을 듣고 서류를 확인하다가, 몇 장 지나지 않아 금세 사실 하나를 깨닫는다.
접수원이 아렌의 말을 듣고 서류를 확인하다가, 몇 장 지나지 않아 금세 사실 하나를 깨닫는다.


"말씀하신 죄수는 이송되지 않았습니다. 그.."
"말씀하신 죄수는 이송되지 않았습니다. 그.. 독극물로 자해해서, 현재는 사망 상태입니다."
 
"그 자는 독극물로 자해해서, 현재는 사망 상태입니다."


아렌은 귀를 의심했다.
아렌은 귀를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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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장은 다시 한 번 그가 이미 사망 상태임을 알렸다.
교도소장은 다시 한 번 그가 이미 사망 상태임을 알렸다.


왜? 비공정에서는 자신에게 건강하라고 말해놓고.. 그때도 썩 상태가 좋아보이진 않았지만 며칠 남기지 않았다고 죽을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아렌은 그와 친분을 드러낼 수도 없었고, 밀려오는 복잡함에 침을 삼키고는 그의 마지막 말대로 자료를 찾아보기로 했다.
왜? 고작 5일 전에 비공정에서 만났으면서, 그때는 자신에게 건강하라고 말해놓고.. 그때도 썩 상태가 좋아보이진 않았지만 며칠 남기지 않았다고 죽을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아렌은 그와 친분을 드러낼 수도 없었고, 밀려오는 복잡함에 침을 삼키고는 그의 마지막 말대로 자료를 찾아보기로 했다. 분명 이 감옥에 마법사가 수감되어 있을 것이다.


"그럼 근 한달 간 본토로부터 이송된 죄수 명단은 있습니까?"
"그럼 근 한달 간 본토로부터 이송된 죄수 명단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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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회실은 굉장히 칙칙한 작은 방이었다. 비공정 상륙장에 있던 건물들이 내부로 엔티크한 목재가 제법 많았던 반면에, 이 강철 감옥은 죄다 쇠로 된 물건밖에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사람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장소도 아니었으므로, 정말 고요하고 적적했다.
면회실은 굉장히 칙칙한 작은 방이었다. 비공정 상륙장에 있던 건물들이 내부로 엔티크한 목재가 제법 많았던 반면에, 이 강철 감옥은 죄다 쇠로 된 물건밖에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사람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장소도 아니었으므로, 정말 고요하고 적적했다.


"중장님. 이제 2시간 뒤면 작전 지역으로 돌아가셔야합니다.."
"중장님. 이제 2시간 뒤면 작전 지역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반델은 촉박한 시간을 걱정하며 아렌에게 그렇게 속삭였다.
반델은 촉박한 시간을 걱정하며 아렌에게 그렇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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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은 서류를 읽던 시선을 옮겨 반델을 반듯이 바라본다.
아렌은 서류를 읽던 시선을 옮겨 반델을 반듯이 바라본다.


"고작 부관인 자네한테 이런 얘기를 계속 해서, 귀찮게 만드는 게 굉장히 실례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귀관에게 이런 얘기를 계속 해서, 귀찮게 만드는 게 굉장히 실례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그것과 별개로, 반델 네가.. 아무런 감흥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제일..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네. 내가 고작 소령을 본지 많아야 일주일이고, 우리가.. 그렇게 많이 친한 사이는 아니겠지만.. 그래. 소령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그럴 수 있지. 난 고작 참모장이었고, 총통이 자기 마음대로 앉혀놓았으니까. 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반델 네가.. 아무런 감흥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제일..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네. 내가 고작 소령을 본지 많아야 일주일이고, 우리가.. 그렇게 많이 친한 사이는 아니겠지만.. 그래. 소령도 그렇게 생각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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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지. 그럼 그때는 왜 이야기하지 않았어?"
"그랬지. 그럼 그때는 왜 이야기하지 않았어?"


"차마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근위대가 그런 집단이라고... 적어도 그들이 제 동료란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차마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근위대가 그런 집단이라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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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델은 비공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린다.
반델은 비공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린다.


"비공정에서 보여주신 중장님의 모습은, 용감하셨습니다. 위험한 일이더라도 저를 믿어주셨고,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침착하게 문제를 극복하셨습니다. 그래서 전 점차 중장님이 사령관으로의 자질은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비공정에서 결코 숨지 않으시고 같이 싸우시지 않았습니까. 위험한 일이더라도 저를 믿어주셨고,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침착하게 문제를 극복하셨습니다. 그래서 전 점차 중장님이 사령관으로의 자질은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반델은 처음으로 아렌에게 딱딱한 말투를 사용하지 않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한다.
반델은 조금 뜸을 들이다 말했다.


"저에게 중장님은 사령관 그 자체이십니다."
"저에게 중장님은 사령관 그 자체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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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은 아렌은, 반델이 이토록 말을 길게 한다는 사실도, 이렇게 진지할 수 있다는 모습도, 모두가 의외였다.
이야기를 들은 아렌은, 반델이 이토록 말을 길게 한다는 사실도, 이렇게 진지할 수 있다는 모습도, 모두가 의외였다.


"그만해 그만.."
"알겠어. 그만해 그만.."


아렌은 필요 이상으로 모든걸 털어놓는 반델이 부담 그 자체다. 세상에 이렇게까지 자신을 치켜세울 줄은, 아렌은 그저 혼란스러운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푸념을 늘어놓았을 뿐이었다. 괜히 어색한 기분이 든 아렌은 다 읽은 서류를 반델에게 밀어놓는다.
아렌은 필요 이상으로 모든걸 털어놓는 반델이 부담 그 자체다. 세상에 이렇게까지 자신을 치켜세울 줄은, 아렌은 그저 혼란스러운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푸념을 늘어놓았을 뿐이었다. 괜히 어색한 기분이 든 아렌은 다 읽은 서류를 반델에게 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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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예"


"격려 고마워"
"...격려 고마워"


"전달됐으면 다행입니다."
"전달됐으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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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령. 지금 좀 부담스러우니까, 가서 체크한 사람들, 10분씩 로테이션 해줘."
"소령. 지금 좀 부담스러우니까, 가서 체크한 사람들, 10분씩 로테이션 해줘."


"괜찮.."
"알겠습니다."
 
반델은 다시 기계적인 태도로 돌아갔다. 그래. 이게 그의 모습이다. 아까는.. 부담스럽더라도, 오히려 인간적이었달까. 처음부터 워낙 딱딱한 인상에 늘 기계적이었는데, 이제야 반델이 사람이라는 걸 깨달은 기분이었다.
 
아렌은 곧 면회실에는 수갑을 찬 죄수들이 하나씩 번갈아가며 들어오고, 그들을 심문했다.
 
그들이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며, 어떤 죄목으로 이곳에 왔는가?


"이제 그 말 그만해. 그만."
하지만 하나, 셋, 다섯, 일곱.. 단서는 그다지 없다. 모두 정치범이거나, 좀 심한 성향의 정치범이다. 아렌이 찾는 사람은 없었다. 분명 세그너의 말은 '마법사들을 호소니로 보내고 있다'였으니, 분명 이곳일 텐데..


"알겠습니다."
"이름?"


반델은 다시 기계적인 태도로 돌아갔다. 그래. 이게 그의 모습이다. 아까는.. 아렌은 부담스러웠다.
"지바크"


곧 면회실에는 수갑을 찬 죄수들이 하나씩 번갈아가며 들어오고, 아렌은 그들을 심문했다. 그들이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며, 어떤 죄목으로 이곳에 왔는가. 하지만 하나, 셋, 다섯, 일곱.. 단서는 그다지 없다. 모두 정치범이거나, 좀 심한 성향의 정치범이다. 아렌이 찾는 사람은 없었다. 분명 세그너의 말은 '마법사들을 호소니로 보내고 있다'였으니, 분명 이곳일 텐데..
그러던 중 아렌에게 눈에 띄는 수감자가 나타났다.





2022년 6월 29일 (수) 23:14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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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로우휠 12편
감옥

호소니 교도소

이곳은 라이프니츠에선 처리하기 어려운 대상들, 예컨대 정치인이나 외국인과 같은 사람들을 해외로 추방하는 국외 교도소였다. 그들을 죽이지 않고 여전히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감옥 말이다. 이곳에 머무르면 결국 지지자들로부터는 잊혀지고, 자신은 독방에 갇혀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그런 심연의 옥쇄였다.

그렇기에 호소니 감옥은, "고독"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작은 선박을 타고서 큰 호수를 건넌 반델과 아렌은 마침내 감옥에 도착했다.

"천개의 창으로서, 야전 사령관께서 이런 교도소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한개의 눈을 위해, 심문을 위해 방문했습니다. 협조 감사드립니다."

교도소장은 맥락도 없이 전선의 사령관이 방문한다고 하자 발벗고 아렌을 맞이한다. 그곳은 주변에 해자가 아니라, 아예 대놓고 큰 호수 사이에 띄워진 작은 섬이었기 때문에 교도소의 협조 없이는 방문조차도 어려운 지형이었다.

"얼마든지 협조하겠습니다. 조국을 위한 일이니"

교도소장이라는 작자는 제법 윗선에 목이 말라있는 인물 같았다.

"심문하시려는 죄수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

"세그넌. 타라바오 세그넌입니다."

접수원이 아렌의 말을 듣고 서류를 확인하다가, 몇 장 지나지 않아 금세 사실 하나를 깨닫는다.

"말씀하신 죄수는 이송되지 않았습니다. 그.. 독극물로 자해해서, 현재는 사망 상태입니다."

아렌은 귀를 의심했다.

"불과 5일 전에 마지막으로 심문했습니다. 다시 한 번 확인해주십시오."

교도소장은 다시 한 번 그가 이미 사망 상태임을 알렸다.

왜? 고작 5일 전에 비공정에서 만났으면서, 그때는 자신에게 건강하라고 말해놓고.. 그때도 썩 상태가 좋아보이진 않았지만 며칠 남기지 않았다고 죽을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아렌은 그와 친분을 드러낼 수도 없었고, 밀려오는 복잡함에 침을 삼키고는 그의 마지막 말대로 자료를 찾아보기로 했다. 분명 이 감옥에 마법사가 수감되어 있을 것이다.

"그럼 근 한달 간 본토로부터 이송된 죄수 명단은 있습니까?"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몇분 후 아렌은 서류를 건내받았고, 곧 건물에 남는 공간인 면회실에 앉아 그것들을 살펴보았다.

면회실은 굉장히 칙칙한 작은 방이었다. 비공정 상륙장에 있던 건물들이 내부로 엔티크한 목재가 제법 많았던 반면에, 이 강철 감옥은 죄다 쇠로 된 물건밖에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사람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장소도 아니었으므로, 정말 고요하고 적적했다.

"중장님. 이제 2시간 뒤면 작전 지역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반델은 촉박한 시간을 걱정하며 아렌에게 그렇게 속삭였다.

"알고있어. 징그러우니 저리 가"

"...예"

반델은 곧이곧대로 아렌에게 멀찍이 떨어졌다.

"소령, 잠시 시간이 나서 묻겠는데."

"말씀하십시오."

"근위대장이 그렇게 된 일에 대해서, 정말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나?"

"왜 말씀하시지 않나 했습니다."

반델은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웬일인지 아렌의 건너편에 앉아서는 모자를 벗었다.

"솔직히 이야기해도 될까?"

"예."

"근위대장이 그렇게 이야기했을 때, 그러니까.. 나에게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을 때, 나는 굉장히 분했어."

아렌은 서류를 읽던 시선을 옮겨 반델을 반듯이 바라본다.

"귀관에게 이런 얘기를 계속 해서, 귀찮게 만드는 게 굉장히 실례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있지. 난 고작 참모장이었고, 총통이 자기 마음대로 앉혀놓았으니까. 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반델 네가.. 아무런 감흥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제일..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네. 내가 고작 소령을 본지 많아야 일주일이고, 우리가.. 그렇게 많이 친한 사이는 아니겠지만.. 그래. 소령도 그렇게 생각해?"

"..."

"민간인들을 죽여도 된다고?"

반델은 하루 전, 근위대대가 이 작전에서 후방으로의 임무가 확정되었을 때, 언젠가 이 질문이 자신에게 맞딱드릴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웃기겠지만, 소령도 내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나? 그냥.. 내 하소연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렌은 굉장히 불안한 눈초리였다. 이곳에 온 이후로 반델이 보기에도 가장 불안한 상태였다.

"급하신 업무 중에..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하셨다면, 그만큼 오랜 시간 고민하시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반델도 아렌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전 근위대로서 자긍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는 일을 당연시 여기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말씀 드리려고 했던 겁니다. 전날 밤, 근위대 투입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던 말, 기억 하십니까"

"그랬지. 그럼 그때는 왜 이야기하지 않았어?"

"차마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근위대가 그런 집단이라고..."

"..."

반델의 말에 어폐가 있었지만, 그래도 그 심정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마치 반델이 모자를 벗고 자신을 마주하는 모습이, 자신이 거짓이 아니라 정말 속을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리고 전 중장님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델은 비공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린다.

"비공정에서 결코 숨지 않으시고 같이 싸우시지 않았습니까. 위험한 일이더라도 저를 믿어주셨고,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침착하게 문제를 극복하셨습니다. 그래서 전 점차 중장님이 사령관으로의 자질은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델은 조금 뜸을 들이다 말했다.

"저에게 중장님은 사령관 그 자체이십니다."

이야기를 들은 아렌은, 반델이 이토록 말을 길게 한다는 사실도, 이렇게 진지할 수 있다는 모습도, 모두가 의외였다.

"알겠어. 그만해 그만.."

아렌은 필요 이상으로 모든걸 털어놓는 반델이 부담 그 자체다. 세상에 이렇게까지 자신을 치켜세울 줄은, 아렌은 그저 혼란스러운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푸념을 늘어놓았을 뿐이었다. 괜히 어색한 기분이 든 아렌은 다 읽은 서류를 반델에게 밀어놓는다.

"치워줘"

"예"

"...격려 고마워"

"전달됐으면 다행입니다."

그리고 다시 반델은 탁상에 올려놓은 베레모를 썼다.

"소령. 지금 좀 부담스러우니까, 가서 체크한 사람들, 10분씩 로테이션 해줘."

"알겠습니다."

반델은 다시 기계적인 태도로 돌아갔다. 그래. 이게 그의 모습이다. 아까는.. 부담스럽더라도, 오히려 인간적이었달까. 처음부터 워낙 딱딱한 인상에 늘 기계적이었는데, 이제야 반델이 사람이라는 걸 깨달은 기분이었다.

아렌은 곧 면회실에는 수갑을 찬 죄수들이 하나씩 번갈아가며 들어오고, 그들을 심문했다.

그들이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며, 어떤 죄목으로 이곳에 왔는가?

하지만 하나, 셋, 다섯, 일곱.. 단서는 그다지 없다. 모두 정치범이거나, 좀 심한 성향의 정치범이다. 아렌이 찾는 사람은 없었다. 분명 세그너의 말은 '마법사들을 호소니로 보내고 있다'였으니, 분명 이곳일 텐데..

"이름?"

"지바크"

그러던 중 아렌에게 눈에 띄는 수감자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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