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우휠 7편: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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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새벽의 찬공기는 라이프니츠의 공기와는 사뭇 달랐다. 그게 실제로 차이가 있는건지는 몰라도 아렌에게는 분명히 다르게 느껴졌다. 눈을 살며시 감고 지난 일을 기억해보라면, 타인에게 고통을 줄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선택에 어쩔 줄 몰라 괴로워하는 자신이 보였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라는 미친 독재자와, 전쟁을 해선 안된다고 하는 늙은 사령관의 갈라진 주장에, 사이에 처한 자신이 곤란할 수 밖에 없었다.
이튿날. 새벽의 차가운 공기는 라이프니츠의 공기와는 사뭇 달랐다. 그게 실제로 차이가 있는건지는 몰라도 아렌에게는 분명히 다르게 느껴진다.  
 
눈을 살며시 감고 지난 일을 기억해보라면, 아렌에게는 편한 선택지가 없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라는 독재자의 명령과, 전쟁을 해선 안된다고 말하는 늙은 사령관의 상반된 주장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 뿐이다.


"너무 이르지 않습니까?"
"너무 이르지 않습니까?"


반델의 목소리였다. 이제보면 아렌이 어딜가든 정말 꼭 달라붙어있다.
반델의 목소리였다. 반델은 군복이 아니라 편한 셔츠 차림으로 나와있었다. 아렌은 자연스레 헤어젤을 바르지 않은 부스스한 머리에 눈이 갔다.


"소령이 나오는 게 더 일러. 도대체 근무시간이 따로 있긴 한거야?"
"그냥 산책이지. 이런 모습은 또 처음보네"
 
"방금 막 일어났습니다. 나와보니 방에 안계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제보면 아렌이 어딜가든 정말 꼭 달라붙어있다.
 
"근무시간이 정해져있긴 한거야?"


아렌은 슬슬 떨어지질 않는 반델이 질릴 지경이다.
아렌은 슬슬 떨어지질 않는 반델이 질릴 지경이다.


"?, 그냥 산책삼아 나온겁니다. 참.. 너무 과의식이십니다."
"그럼 3일 차에 휴가라도 가야겠습니까. 저도 지금 쉬고있는 겁니다."


반델은 자신은 일을 나온 게 아니라며 그렇게 말하고는 외투 단추를 잠궜다. 그리고 슬쩍 시계를 보곤
반델은 그렇게 말하고는 옆구리에 낀 외투를 입고 슬며시 시계를 보았다.


"참 오늘 10시에는 맥거만 중사에게 다녀와야 합니다. 장비도 받아야하고, 그리고..."
"참 오늘 10시에는 맥거만 중사에게 다녀와야 합니다. 장비도 받아야하고, 그리고..."


'일 하는 거 맞네..' 아렌은 속으로 생각했다.
'일 하는 거 맞구만..' 아렌은 속으로 생각했다.


"미리 말씀은 안드렸지만 오늘 동생분이 정기선을 타고 오실 예정입니다."
"미리 말씀은 안드렸지만 오늘 동생분이 정기선을 타고 오실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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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말 너무 많았다. 어디서부터 이야기할지 모를 정도로.
정말, 정말 너무 많았다. 어디서부터 이야기할지 모를 정도로.
"그럼 준비하고 나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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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13일 (월) 12:08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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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로우휠 7편
약속

이튿날. 새벽의 차가운 공기는 라이프니츠의 공기와는 사뭇 달랐다. 그게 실제로 차이가 있는건지는 몰라도 아렌에게는 분명히 다르게 느껴진다.

눈을 살며시 감고 지난 일을 기억해보라면, 아렌에게는 편한 선택지가 없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라는 독재자의 명령과, 전쟁을 해선 안된다고 말하는 늙은 사령관의 상반된 주장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 뿐이다.

"너무 이르지 않습니까?"

반델의 목소리였다. 반델은 군복이 아니라 편한 셔츠 차림으로 나와있었다. 아렌은 자연스레 헤어젤을 바르지 않은 부스스한 머리에 눈이 갔다.

"그냥 산책이지. 이런 모습은 또 처음보네"

"방금 막 일어났습니다. 나와보니 방에 안계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제보면 아렌이 어딜가든 정말 꼭 달라붙어있다.

"근무시간이 정해져있긴 한거야?"

아렌은 슬슬 떨어지질 않는 반델이 질릴 지경이다.

"그럼 3일 차에 휴가라도 가야겠습니까. 저도 지금 쉬고있는 겁니다."

반델은 그렇게 말하고는 옆구리에 낀 외투를 입고 슬며시 시계를 보았다.

"참 오늘 10시에는 맥거만 중사에게 다녀와야 합니다. 장비도 받아야하고, 그리고..."

'일 하는 거 맞구만..' 아렌은 속으로 생각했다.

"미리 말씀은 안드렸지만 오늘 동생분이 정기선을 타고 오실 예정입니다."

"워렛이?"

아렌은 고작 이틀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동생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잘됐네. 할 얘기가 많은데"

정말, 정말 너무 많았다. 어디서부터 이야기할지 모를 정도로.

"그럼 준비하고 나오겠습니다."


그로부터 나흘 전, 어둠을 달리던 열차 속에서 워렛은 수없이 많은 생각 사이로 미아가 되어있었다. 자신들의 적이자, 이 나라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 자신들의 정체를 알고있다는 것. 그것도 모른 채 누나는 전선으로 불려갔고, 총통은 오로지 자신에게만 계획을 공유했으며, 만약 계획이 확실하게 진전되면 두 사람의 죄를 사한다. 더 나아가서 더 큰 보상을 내린다고 말했다. 믿을 수 있는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이지?

확실한 것은 모든 걸 들켰다는거다. 워렛 자신과 누나를 포함해 자신을 돕는 모든 사람들의 명단이 총통에게 있다. 그러니 총통은 명령만 하면 자신들을 모두 죽일 수 있다. 그러니 총통에게 모든 걸 내어주면, 그는 얼마든지 자신들을 죽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워렛 자신에게도 보험이 필요하다. 그럼 무슨 수로 보험을 마련해야 할까.

총통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자신이 무슨 마법을 준비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은 혈통을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워렛은 생각했다. 총통을 위협할 수 있을만한 물건이 있으면 된다고, 그거라면 균형을 맞출 수 있으리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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