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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우휠 7편
약속

이튿날 새벽의 찬공기는 라이프니츠의 공기와는 사뭇 달랐다. 그게 실제로 차이가 있는건지는 몰라도 아렌에게는 분명히 다르게 느껴졌다. 눈을 살며시 감고 지난 일을 기억해보라면, 타인에게 고통을 줄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선택에 어쩔 줄 몰라 괴로워하는 자신이 보였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라는 미친 독재자와, 전쟁을 해선 안된다고 하는 늙은 사령관의 갈라진 주장에, 사이에 처한 자신이 곤란할 수 밖에 없었다.

"너무 이르지 않습니까?"

반델의 목소리였다. 이제보면 아렌이 어딜가든 정말 꼭 달라붙어있다.

"소령이 나오는 게 더 일러. 도대체 근무시간이 따로 있긴 한거야?"

아렌은 슬슬 떨어지질 않는 반델이 질릴 지경이다.

"그냥 산책삼아 나온겁니다."

반델은 그렇게 말하고는 외투 단추를 잠궜다. 그리고 슬쩍 시계를 보곤

"오늘 10시에는 맥거만 중사에게 다녀와야 합니다. 장비도 받아야하고, 그리고..."

"미리 말씀은 안드렸지만 오늘 동생분이 정기선을 타고 오실 예정입니다."

"워렛이?"

아렌은 고작 이틀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동생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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