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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우휠 7편
허상

"누나!"

"왜?"

자그마한 아렌의 동생들은 마당을 뛰어다니다, 양우산 아래에서 쉬고있는 아렌에게 묻는다.

"누나는 왜 안놀아? 빨리 와!"

"그래! 같이 놀아!"

"됐어~ 힘들어~~"

아렌은 그렇게 말하며 책을 주섬주섬 만졌다. 그럼에도 그 동생들은 계속 아렌에게 같이 놀자고 졸랐다. 동생들은 누나를 일으키기 위해 간지럽히기도 하고, 신발을 뺏어가기도 하고 장난쳤다. 아렌은 간지럽힘을 당해서 마구 웃고, 들에서는 풀내음이 물씬 풍겼다. 주변에 있는 어른들은 자신들을 보며 흡족하게 웃고 있었고, 등지고 있는 저택은 크고 높고, 하얗고 아름다웠다.

그러다 한 동생이, 하늘을 바라보는 아렌에게 다가와 묻는다.

"근데 누나"

"응?"

"나도 살고싶어 누나. 누나처럼.. 우리도 살고싶어"

그리고 동생들은 어디선가 쏘는 총에 맞아 모두 쓰러지고, 자신은 움직이지도 못한 채 몸이 굳어, 그 모든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렌은 선잠에서 깨어난다. 그다지 놀랄 필요도 없다. 그건 꿈이다. 오래 지난 과거고, 잊을 순 없지만 무뎌진 일이다. 오히려 너무 익숙하고 뻔하다며 헛웃음이 나온다. 꿈이 자신을 괴롭힌다라. 아렌은 세상에 귀신따위 없다고 생각했다. 다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그래 말하자면 상처같은 거다. 과거에 입은 상처가 덧나서, 계속 자신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그런 모양이다.

그리고 가족은 가족인지, 그렇게 악몽을 꾼 자신보다는 혹시나 무슨 일은 없을지 동생인 워렛에게 더 걱정이 들었다.

"피곤하다고 하시더니, 고작 1시간 주무셨습니다."

먼발치의 의자에 반델이 앉아있었다.

"아. 안좋은 꿈을 꿔서, 그냥.."

아렌은 소파에서 일어나 군복의 옷맵시를 정돈했다.

"소령, 내가 감히 물어봐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뭘 말입니까?"
반델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소령의 동생은 어떤 사람이었어?"

"...모르겠습니다. 너무 어릴 때라서"

"그런가. 그래."

"혹시 동생분이 걱정되십니까?"

"응? 아무래도 그렇지."

워렛이 그렇게 똑뿌러진 사람도 아니었고, 누나인 아렌이 보기에는 한참 못미더운 면도 있었다.

"그래도 호소니에서 승리하면 다시 본국으로...."

아렌은 호소니라는 말을 꺼내다, 불과 3시간 전 세그넌 영감탱이가 한 말이 떠올랐다..

"총통놈. 뭔가 계획하고있어. 나 뿐만이 아니야. 마법사들을 죄다 호소니로.."

마법사들을 왜? 죄다 그렇게 죽여놓고.. 이제와서 그들을?

왜?

"호소니에서 승리하면.. 세계는 많이 바뀌어있겠죠."

반델은 창밖을 바라보며 말한다.

"글쎄. 그건 나랑 좀 생각이 다른 걸"

"그렇습니까?"

아렌은 마지막으로 군모를 눌러쓰고 문 밖으로 나선다. 이곳은 비공정 착륙장 인근으로, 명목상 야전사령관인 아렌 중장의 거처였다. 비공정은 오전에 착륙한 후 지금도 쉼없이 물자를 정리하고 있고, 더 중요한 물자와 인력은 비공정이 아니라 약 이틀 후 거대한 선박으로 옮겨질 예정이었다. 그러니 비공정에서 그 한바탕을 벌인 뒤 그나마 쉬는 시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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