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미 대사관이 이번 혁명을 인정하지 않고 기존 정부만을 승인하겠다고 합니다."
김종필 중령은 떨리는 어조로 박정희 소장에게 말했다. 박정희는 선글라스를 치켜올리고 담배를 물었다.
"중국은. 중국은 뭐라카드나?"
"중국은 묵인하는 듯 합니다. 그러나 정부에서 긴급히 중국 대사관을 찾았고, 중국 국민당도 성향을 생각하면..."
"씨발 좆 같은 양키, 뙤놈 새끼들! 즈그들이 나라를 이 꼴로 쳐만들기까지는 아무런 대책도 안 해놓고, 막상 뒤엎으니 옘병을 떠는구만! 천하의 죽일 개새끼들!"
물던 담배를 마저 다 피우지도 않고 뱉으며 그는 소리쳤다. 주변의 군인들 또한 어쩔줄 몰라했다. 박정희는 선글라스를 내려쓰며 김종필에게 다시 말했다.
"당장 독일하고 중국에 연락해. 양키 새끼들한테 조선것들 뺏기기 싫으면 혁명 인정하라고."
적잖이 당황한 눈치인 김종필이었다. 중국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예상 가능한 범위였지만, 독일에 연락하는 것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동앗줄이 독일에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