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우휠 7편: 두 판 사이의 차이

편집 요약 없음
편집 요약 없음
101번째 줄: 101번째 줄:
"정말, 정말로. 진정하고 들어줬으면 좋겠어."
"정말, 정말로. 진정하고 들어줬으면 좋겠어."


"전혀요. 얼마 전에 세반<ref>동료 이름</ref>이 잡혀간 이야기만큼 충격적인가요? 마음의 준비 할테니까.."
"전혀요. 얼마 전에 세반<ref>동료 이름</ref>이 잡혀간 이야기만큼 충격적인가요? 마음의 준비 할테니까.. 좋아. 해봐요."
 
"총통이 모든 걸 알고있어. 우리 정체를 전부 다."
 
"."
 
워렛은 자신이 말하면서도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우리 머리 뒤로 누군가 총구를 겨누고 있다는 이야기랑 별반 다르지 않다. 당장 죽을 수도 있고, 내일 죽을 수도 있는데. 확실한 건 죽을 운명이다.





2022년 6월 13일 (월) 12:41 판


정렬하여 보기

A

그로우휠 7편
약속

이튿날. 새벽의 차가운 공기는 라이프니츠의 공기와는 사뭇 달랐다. 그게 실제로 차이가 있는건지는 몰라도 아렌에게는 분명히 다르게 느껴진다.

눈을 살며시 감고 지난 일을 기억해보라면, 아렌에게는 편한 선택지가 없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라는 독재자의 명령과, 전쟁을 해선 안된다고 말하는 늙은 사령관의 상반된 주장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 뿐이다.

"너무 이르지 않습니까?"

반델의 목소리였다. 반델은 군복이 아니라 편한 셔츠 차림으로 나와있었다. 아렌은 자연스레 헤어젤을 바르지 않은 부스스한 머리에 눈이 갔다.

"그냥 산책이지. 이런 모습은 또 처음보네"

"방금 막 일어났습니다. 나와보니 방에 안계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제보면 아렌이 어딜가든 정말 꼭 달라붙어있다.

"근무시간이 정해져있긴 한거야?"

아렌은 슬슬 떨어지질 않는 반델이 질릴 지경이다.

"그럼 3일 차에 휴가라도 가야겠습니까. 저도 지금 쉬고있는 겁니다."

반델은 그렇게 말하고는 옆구리에 낀 외투를 입고 슬며시 시계를 보았다.

"참 오늘 10시에는 맥거만 중사에게 다녀와야 합니다. 장비도 받아야하고, 그리고..."

'일 하는 거 맞구만..' 아렌은 속으로 생각했다.

"미리 말씀은 안드렸지만 오늘 동생분이 정기선을 타고 오실 예정입니다."

"워렛이?"

아렌은 고작 이틀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동생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잘됐네. 할 얘기가 많은데"

정말, 정말 너무 많았다. 어디서부터 이야기할지 모를 정도로.

"그럼 준비하고 나오겠습니다."


ㅡ 그로부터 사흘 전,

열차는 어둠 속을 달렸다. 그리고 워렛은 요동치는 기차 안에서 생각의 미로에 갇혀 헤어나오지 못했다.

'나를 불사로 만들어주게'

총통은 자신의 생명줄을 거머쥐고 있다. 단지 자신뿐만 아니라, 누나와, 자신을 돕는 모든 사람들이.. 그러나 그를 불사로 만든다면 그에 비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감히 자신이 함부로 선택할 수 있을까. 내가 살기 위해서 남들을 희생시킬 수 있을까. 둘 중 하나다. 희생이냐, 희생시키냐.

고작 내 자신이 뭘 할 수 있을까.

어느새 새벽열차는 동부 끝자락의 도시에 도착했고, 워렛은 제대로 정리하지도 못한 짐을 챙기고 나와 승강장에 도착했다. 그래 우선, 당장의 일을 해야했다.

"워렛 경. 여깁니다."

워렛에게는 익숙한 목소리였다. 청아한 목소리의 소유자는 워렛의 오랜 동료, 시안이다. 그녀는 일찍이 남매의 직속 행정직원이었다. 두 사람은 익숙한 눈인사를 마치고 함께 역을 빠져나와 사무실로 함께 걸어갔다.

"타스베냐[1]에는 오랜만에 오셨네요."

"음 뭐. 요르문[2]을 타도 오래 걸리니까."

"특별한 소식을 받았는데, 아렌 경이 호소니의 야전사령관이 되셨다던데요."

"... 사고지"

워렛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들어가시죠."

시안과 워렛은 시내에 있는 어느 건물로 들어갔다. 경비원과 눈인사를 한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고, 어느 방에서 한 번 더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그러자 비밀공간처럼 보이는 벽면 문을 밀어, 그들의 본거지에 도착했다. 좀 부실해보이지만 지하 공간에는 제법 전등도 잘 들어왔고, 벽면도 콘크리트도 잘 마감되어 있었다.

이곳은 라이프니츠가 제국일 시절부터 있던 이레프 가문의 공간이자, 이제는 마지막 남은 왕실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보금자리였다.

내부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녔고, 모두들 워렛을 알아보고는 인사했다.

"아까부터 반응도 그렇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거에요? 갑자기 사령관이라니?"

온아하고 단정하게 행동하던 시안은 내부에 들어오자 행동을 바꿔 과격하게 말했다.

"일단 이해가 되게 설명 좀 해주시죠. 무슨 일인지. 예?"

"..."

이런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밖에서 했다가는, 아마도 이곳의 모두가 혼란에 빠질 게 분명했다.

"우선 진정하고, 둘이서 먼저 이야기합시다. 시안님."

둘은 꽤 긴 복도를 지나서 워렛의 방에 도착한다.

"정말, 정말로. 진정하고 들어줬으면 좋겠어."

"전혀요. 얼마 전에 세반[3]이 잡혀간 이야기만큼 충격적인가요? 마음의 준비 할테니까.. 좋아. 해봐요."

"총통이 모든 걸 알고있어. 우리 정체를 전부 다."

"."

워렛은 자신이 말하면서도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우리 머리 뒤로 누군가 총구를 겨누고 있다는 이야기랑 별반 다르지 않다. 당장 죽을 수도 있고, 내일 죽을 수도 있는데. 확실한 건 죽을 운명이다.

(7)
  1. 이 도시의 이름
  2. 워렛이 방금 전까지 타고온 수도 로베니움을 왕복하는 열차
  3. 동료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