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색의 교향곡: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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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어릴 적에는 이것 때문에 거짓말을 들켜 혼난 적이 더러 있었다. 아빠가 아끼는 물건 하나를 망가뜨려서 몰래 숨겼다거나, 숙제를 다 끝내지 않았음에도 진즉 다 끝났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슈퍼 아주머니에게 맞은 적 없다고 둘러대거나.{{brbr|18}}<!--

2024년 2월 14일 (수) 23:55 판

서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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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색의 교향곡(Ashed Symphony)Click The Title
나는 어릴 적부터 거짓말을 할 때면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다.이제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어릴 적에는 이것 때문에 거짓말을 들켜 혼난 적이 더러 있었다. 아빠가 아끼는 물건 하나를 망가뜨려서 몰래 숨겼다거나, 숙제를 다 끝내지 않았음에도 진즉 다 끝났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슈퍼 아주머니에게 맞은 적 없다고 둘러대거나.…….응?아, 그렇다. 우리집은 찢어지게 가난했고, 그 가난에 끔찍하게도 적합한 질나쁜 삶을 살았다.우리집이 처음부터 가난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내가 기억은커녕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던 어린 시절, 아빠는 미래가 유망한 중견기업의 CEO였다. 젊을 때부터 사업 재능이 남달랐던 아빠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키고자 계획과 실천을 아끼지 않았고, 그 모든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한 치의 의심이나 망설임도 없었다.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창업을 시작한 아빠는 그 시작보다도 더 일찍 성공의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사회는 아빠의 사업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아빠는 '성공한 청년'이라는 타이틀을 어깨에 얹고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안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작게나마 아빠의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마다 아빠의 곁을 지켜 주던 창업 동료 중 한 명이었다. 두 사람은 일이 잘 풀릴 땐 기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속상해서 언제나 시간을 함께했고, 그런 두 사람의 동료애가 애정으로 발전하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토끼 같은 자식을 낳았다. 은혜 은(恩)에 길 영(永) 자를 써서, 서은영이라는 이름으로 짓게 되었다. 훗날 나의 누나가 된다.7년이 지난 후, 둘째를 낳았다. 은혜 은(恩)에 넉넉할 우(優) 자를 써서, 서은우. 바로 나였다. 나와 누나는 부모님이 우리에게 탄생 다음으로 처음 내려준 선물처럼 언제나 은혜를 길고 넉넉히 베풀라는 가르침을 끼니처럼 들으며 자랐다.남부럽지 않은 직장이 있다. 심지어는 CEO로.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도 있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이 있다. 아빠의 삶은 이렇게나 잘 풀려도 되는 건가 싶으리만치 순탄하게만 흘렀다. 그래, 물론 아빠가 창업을 하기 이전까지의 삶은 어땠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 싶다. 흐릿한 기억 속에 할머니로 추정되는 사람이 내 시야 위에서 미소를 지은 채 나를 내려다 보고 있던 것으로 보아, 적어도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할 수도 있겠다.이렇게나 잘 풀려도 되는 건가 싶다. 삶이 순탄하기만 하다면 그것이 비로소 삶인가. 바로 그것이 유토피아라고 부를 만하지 않겠는가. 모두가 알다시피, 안타깝게도 유토피아는 실현할 수 없는 모순에 가깝다. 그리고 더욱 안타깝게도, 아버지의 삶 또한 그랬다.삶의 균형을 0으로 맞추려는 누군가의 장난이라도 보는 것만 같았다. 아빠의 삶은 지금껏 가파른 상승 곡선이었으니,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그래, 기점이 된 그 어느 순간.아빠의 창업은 분명 도전적이었지만, 그것은 결코 홀로 이루어낸 업적이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아빠의 사업을 옆에서 아낌없이 돕고 함께했던 동료들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이 엄마였다. 또 다른 한 명은 아빠와 공동 창업주가 되어, 아빠와 아저씨는 서로를 보좌하며 지금의 기업을 세울 수 있었다.그 시점에서,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전에, 아빠는 알아차렸어야 했다.아빠는 사업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지만 사람을 보는 안목은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 어쩌면 그 아저씨에게 보통의 재능을 뛰어넘을 만큼 사람을 가지고 노는 재능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아빠가 그 아저씨를 만난 건 인생 최대의 업적이자 실수다.아빠와 아저씨의 사업이 성장해 가면서, 두 사람은 더욱 더 많은 부를 손에 쥐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사업의 모든 수익은 두 사람이 거의 절반씩 나눠 가졌지만 말이다. 그를 감안해도 분명 보통의 직장인과 비교하면 '재벌'이라고 부를 만한 정도지만, 아저씨에게는 그마저도 부족했던 것 같다.어느날 아저씨는 아빠를 불렀다. 최근 한창 사업을 추진 중인 한 지방에 다소 문제가 생겨서, 아무래도 CEO인 우리가 직접 지부를 방문해야 할 것 같다고. 그 시점에서 두 사람의 신뢰도는 더할 나위 없었기 때문에, 아빠는 아저씨의 그 말만 듣고 정황을 직접 살펴볼 생각도 없이 먼 지방으로 내려갔다.혼자 남은 아저씨는 때를 노리는 사냥꾼처럼 그 틈을 노렸다. 사업을 투자해 주던 주주들을 모아 긴급 주주회의를 열었고, 거기서 아빠가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말했다는 거짓을 늘어놓았다. 아저씨는 사람을 가지고 노는 재주가 있다. 아저씨가 철저한 계획에 의해 말을 하면 그 어떤 사람이라도, 심지어 정재계에 오래 몸을 담은 주주들이라도 누구든 아저씨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아저씨의 말에 주주들은 사업 총책임자의 이름에서 아빠의 이름 석 자 '서백호(徐百護)'를 제명했다.몇 주 간의 출장을 마치고 아빠가 지방에서 돌아왔다. 돌아온 아빠는 자신의 업무에 복귀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입구 프론트가드에서부터 가로막혔다. 가드는 아빠에게 권한이 없으니 돌아가라는 영문 모를 소리만 늘어놓았고, 자신의 사원증을 드밀어 보여 주어도 크게 바뀌는 것은 없었다. 단지 의아한 것은 가드나, 안내원이나, 다른 누구에게서도 아빠를 전(前) 대표라고 부르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는 것이다.“네가……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래. 네가……!!”아빠는 다소 뒤늦게 정황을 파악했다. 공동 창업주였던 아저씨가 자신이 지방 출장을 간 사이 사업을 통째로 먹기 위해 간사한 구슬림으로 자신의 권한 전부를 손쉽게 제명했고, 자신이 외치는 항의는 그들에게 전혀 들리지 않았다는 것. 그 지방 출장마저, 자신의 권한을 빼앗기 위한 권모술수였다는 것. 아마 어쩌면, 처음부터 자신에게 접근한 목적이 종국에는 이를 위함이었다는 것.그 후로부터 아빠는 사업을 성공시켰던 때만큼이나 빠르게 몰락했다.그나마 손에 가졌던 돈은 모두 도박으로 탕진했다. 아마 아빠도 내색은 않았지만 그 많은 부가 그리웠나 보다. 덕분에 우리집은 빠르게 가난해져 갔다. 나중에는 곰팡이 피지 않은 벽지를 찾기 힘들고 벌레와 동거해야 하는 냄새나는 좁은 집으로 이사를 갔다.도박이 질리거나 더 이상 도박에 쓸 돈이 없어졌을 쯤에는 술을 입에 달고 살았다. 젊을 적부터 술을 좋아했던 아빠였다. 하지만 고급진 와인이나 위스키를 즐기던 아빠가 이제는 초록색 소주병을 들고 다닌다. 그때쯤부터는 아빠가 술에 취해 있지 않았던 때를 더 보기 힘들었다.배신과 도박으로 쌓인 스트레스는 술을 빌미삼아 가정 폭력으로 해결했다. 피해자의 대부분은 엄마였다. 그렇잖아도 좁은 집에서 아빠는 어린 나에게 있어 더욱 크게 다가오는 체구로 엄마를 실컷 두들겨 패며 소리를 쳤고, 그럴 때마다 엄마는 상처투성이로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츠리기 바빴다. 두 사람의 귀청이 터질 듯한 목소리와 듣기 불쾌한 둔탁한 타격 소리가 좁은 집안을 한가득 채웠다. 그때가 내 나이 다섯 살의 일이었다.여섯 살이 되었다. 우리집은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달라지지 않았다. 아빠는 여전히 늘 술에 취한 상태로 누구든 찾아 패기 바빴고, 엄마는 그런 아빠로부터 나와 누나를 지키며 아빠의 폭력에 무력하게 당하기만 했다.더 쓰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