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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창업을 시작한 아빠는 그 시작보다도 더 일찍 성공의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사회는 아빠의 사업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아빠는 {{소설/클립보드|작은따옴표|성공한 청년}}이라는 타이틀을 어깨에 얹고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안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작게나마 아빠의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마다 아빠의 곁을 지켜 주던 창업 동료 중 한 명이었다. 두 사람은 일이 잘 풀릴 땐 기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속상해서 언제나 시간을 함께했고, 그런 두 사람의 동료애가 애정으로 발전하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창업을 시작한 아빠는 그 시작보다도 더 일찍 성공의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사회는 아빠의 사업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아빠는 {{소설/클립보드|작은따옴표|성공한 청년}}이라는 타이틀을 어깨에 얹고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안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작게나마 아빠의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마다 아빠의 곁을 지켜 주던 창업 동료 중 한 명이었다. 두 사람은 일이 잘 풀릴 땐 기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속상해서 언제나 시간을 함께했고, 그런 두 사람의 동료애가 애정으로 발전하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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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같은 자식을 낳았다. 은혜 은{{-- | :토끼 같은 자식을 낳았다. 은혜 은{{--4|{{c|gray|恩}}}}에 길 영{{--4|{{c|gray|永}}}} 자를 써서, 서은영이라는 이름으로 짓게 되었다. 훗날 나의 누나가 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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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이 지난 후, 둘째를 낳았다. 은혜 은{{-- | :7년이 지난 후, 둘째를 낳았다. 은혜 은{{--4|{{c|gray|恩}}}}에 넉넉할 우{{--4|{{c|gray|優}}}} 자를 써서, 서은우. 바로 나였다. 나와 누나는 부모님이 우리에게 탄생 다음으로 처음 내려준 선물처럼 언제나 은혜를 길고 넉넉히 베풀라는 가르침을 끼니처럼 들으며 자랐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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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럽지 않은 직장이 있다. 심지어는 CEO로.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도 있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이 있다. 아빠의 삶은 이렇게나 잘 풀려도 되는 건가 싶으리만치 순탄하게만 흘렀다. 그래, 물론 아빠가 창업을 하기 이전까지의 삶은 어땠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 싶다. 흐릿한 기억 속에 할머니로 추정되는 사람이 내 시야 위에서 미소를 지은 채 나를 내려다 보고 있던 것으로 보아, 적어도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 :남부럽지 않은 직장이 있다. 심지어는 CEO로.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도 있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이 있다. 아빠의 삶은 이렇게나 잘 풀려도 되는 건가 싶으리만치 순탄하게만 흘렀다. 그래, 물론 아빠가 창업을 하기 이전까지의 삶은 어땠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 싶다. 흐릿한 기억 속에 할머니로 추정되는 사람이 내 시야 위에서 미소를 지은 채 나를 내려다 보고 있던 것으로 보아, 적어도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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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아저씨는 아빠를 불렀다. 최근 한창 사업을 추진 중인 한 지방에 다소 문제가 생겨서, 아무래도 CEO인 우리가 직접 지부를 방문해야 할 것 같다고. 그 시점에서 두 사람의 신뢰도는 더할 나위 없었기 때문에, 아빠는 아저씨의 그 말만 듣고 정황을 직접 살펴볼 생각도 없이 먼 지방으로 내려갔다. | :어느날 아저씨는 아빠를 불렀다. 최근 한창 사업을 추진 중인 한 지방에 다소 문제가 생겨서, 아무래도 CEO인 우리가 직접 지부를 방문해야 할 것 같다고. 그 시점에서 두 사람의 신뢰도는 더할 나위 없었기 때문에, 아빠는 아저씨의 그 말만 듣고 정황을 직접 살펴볼 생각도 없이 먼 지방으로 내려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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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남은 아저씨는 때를 노리는 사냥꾼처럼 그 틈을 노렸다. 사업을 투자해 주던 주주들을 모아 긴급 주주회의를 열었고, 거기서 아빠가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말했다는 거짓을 늘어놓았다. 아저씨는 사람을 가지고 노는 재주가 있다. 아저씨가 철저한 계획에 의해 말을 하면 그 어떤 사람이라도, 심지어 정재계에 오래 몸을 담은 주주들이라도 누구든 아저씨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아저씨의 말에 주주들은 사업 총책임자의 이름에서 아빠의 이름 석 자 {{소설/클립보드|작은따옴표|서백호{{-- | :혼자 남은 아저씨는 때를 노리는 사냥꾼처럼 그 틈을 노렸다. 사업을 투자해 주던 주주들을 모아 긴급 주주회의를 열었고, 거기서 아빠가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말했다는 거짓을 늘어놓았다. 아저씨는 사람을 가지고 노는 재주가 있다. 아저씨가 철저한 계획에 의해 말을 하면 그 어떤 사람이라도, 심지어 정재계에 오래 몸을 담은 주주들이라도 누구든 아저씨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아저씨의 말에 주주들은 사업 총책임자의 이름에서 아빠의 이름 석 자 {{소설/클립보드|작은따옴표|서백호{{--4|{{c|gray|徐百護}}}}}}를 제명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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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간의 출장을 마치고 아빠가 지방에서 돌아왔다. 돌아온 아빠는 자신의 업무에 복귀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입구 프론트가드에서부터 가로막혔다. 가드는 아빠에게 권한이 없으니 돌아가라는 영문 모를 소리만 늘어놓았고, 자신의 사원증을 드밀어 보여 주어도 크게 바뀌는 것은 없었다. 단지 의아한 것은 가드나, 안내원이나, 다른 누구에게서도 아빠를 전{{-- | :몇 주 간의 출장을 마치고 아빠가 지방에서 돌아왔다. 돌아온 아빠는 자신의 업무에 복귀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입구 프론트가드에서부터 가로막혔다. 가드는 아빠에게 권한이 없으니 돌아가라는 영문 모를 소리만 늘어놓았고, 자신의 사원증을 드밀어 보여 주어도 크게 바뀌는 것은 없었다. 단지 의아한 것은 가드나, 안내원이나, 다른 누구에게서도 아빠를 전{{--4|{{c|gray|前}}}} 대표라고 부르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는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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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다소 뒤늦게 정황을 파악했다. 공동 창업주였던 아저씨가 자신이 지방 출장을 간 사이 사업을 통째로 먹기 위해 간사한 구슬림으로 자신의 권한 전부를 손쉽게 제명했고, 자신이 외치는 항의는 그들에게 전혀 들리지 않았다는 것. 그 지방 출장마저, 자신의 권한을 빼앗기 위한 권모술수였다는 것. 아마 어쩌면, 처음부터 자신에게 접근한 목적이 종국에는 이를 위함이었다는 것. | :아빠는 다소 뒤늦게 정황을 파악했다. 공동 창업주였던 아저씨가 자신이 지방 출장을 간 사이 사업을 통째로 먹기 위해 간사한 구슬림으로 자신의 권한 전부를 손쉽게 제명했고, 자신이 외치는 항의는 그들에게 전혀 들리지 않았다는 것. 그 지방 출장마저, 자신의 권한을 빼앗기 위한 권모술수였다는 것. 아마 어쩌면, 처음부터 자신에게 접근한 목적이 종국에는 이를 위함이었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