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청의 시대

이방인의 습격, 이른바 야만과의 전쟁 발발 3년 후, 원로회는 안정화라는 명목 하에 반대세력을 축출한다. 원로회의 일원이었지만 그 세력이 약한 파실라 가문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보의 독점을 반대한 대가였으니 굉장히 씁쓸한 처사였으나 방법은 없었다. 마법사 파실라는 숙청을 예상하고 사형 대신 다른 선택지를 선택한다. 바로 가문의 마법을 이용하여 살아있는 가족들을 자신의 마력으로 환원시키는 일을 저지르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장남인 윈테라/아르크는 아버지의 방식을 거부하고 저항하다가, 실수로 아버지를 살해하고 만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의 힘을 흡수한 아르크는 자신 스스로를 저주하게 되었지만, 살아남은 동생들 라한아리사를 위해 살아가기로 한다.[1] 물론 동생들 역시 그 장면을 빠짐없이 모두 지켜봐 제정신을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르크는 원로회에게 제발 살려달라며 빌지만, 원로회는 가족을 살려주는 대신 아르크는 전쟁터로, 두 동생은 난민촌으로 데려간다. 아르크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를 악물고 싸우고 그곳에서 로운아웬, 한트슈빌렌더등 친구들을 만난다. 그는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았고, 어느순간 반복된 살인으로 삶 자체에 대한 의구심에 빠졌다. 특히 한스가 아웬을 구하다 죽는 모습을 보고 인간을 이해하기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자신은 왜 동생들을 위해 노력했는데, 이렇게 고통받아야 하는가? 아르크의 심연 속에서 감정은 철저히 고장나 마침내 살인귀처럼 변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러다 동료를 죽일뻔한 아르크를 로운만이 통제하고, 아르크는 유일하게 자신보다 강한 대상을 로운이라고 생각하며 그를 계속 관찰하기 시작한다.

가짜

아르크는 로운이 아웬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랑이란 감정에 호기심을 가진다. 전쟁의 끝무렵 로운으로 인해 종전의 분위기가 감돌자 도시 안에서만 숨어있던 중앙마법사들이 최전방에 오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아르크는 다로시와 만난다. 다로시는 아무 말 않고 아르크를 도와주는 둥 마음을 드러내자 아르크는 고의적으로 그 호감을 이용한다. 둘은 부대 몰래 몇 번이고 몸을 엉겨 붙으며 연애한다. 이때 다로시는 술자리에서 자신의 죄를 아르크에게 털어놓으며 독려 받기를 원한다. 바로 4년 전, 이방인의 습격이 있던 날. 사실 이방인의 습격 따위는 없었고, 모두 조작이었단 것이다. 이 전쟁이 원로회에 의해 일어났다는 걸 증명한 셈이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원로이니, 함께 의미 없는 전장을 떠나 도시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그러나 껴안고 있는 아르크의 표정이 사뭇 달라졌다.

아르크는 왜 이러냐는 다로시를 처참히 살해하고 절벽 아래로 던진다. 이튿날 그녀의 실종으로 병사들이 탐색을 시작하고, 아르크는 우연을 가장하며 시신을 발견한다. 서럽게 우는 그의 모습이 병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다로시의 아버지였던 베히모스까지 전해 듣는다. 딸의 죽음으로 연일 괴로웠던 베히모스는 아르크의 사연을 듣고 난민촌에서 자라던 로운과 아리사를 다른 곳에서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배경이 된다. 아르크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동생들은 그 덕에 건실하게 자라게 된다.

반란과 최후

  1. 어떻게든 동생들을 살리기 위한 행동임에도 영원히 죄책감으로 남은 기억은 아르크를 평생 괴롭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