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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개시 – 09:00 EST] 본 청문회의 목적은 2027년 4월 13일, 시리아 알쿠네이트 인근에서 발생한 미 해병대 소속 항공기 격추 사건과, 이에 연루된 자율 무기체계 BARIUS-17의 작동에 관한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데 있습니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해병 제22강습비행대대 소속 장병 22명이 전사하였으며, 이는 자율 무기 운용에 있어 중대한 정책적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본 위원회는 해당 사건으로 인해 사망한 미 해병대 제22강습비행대대 장병 22명의 명예를 기리며, 이 청문회가 단순한 책임 추궁이 아닌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를 규명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출석한 증인들을 순서대로 소개하겠습니다. 첫째, 존 하워드 중장, 미 해병대 작전참모본부 작전차장입니다. 중장은 BARIUS-17의 실전 배치 및 작전 운용에 있어 군 지휘부의 책임을 대표해 출석하셨습니다. 둘째, 카렌 주 박사, 코그노테크 사의 군사 인공지능 개발 총괄 책임자입니다. 주 박사는 해당 시스템의 초기 설계 및 전장 알고리즘 구축에 직접 참여하였으며, 시스템의 작동 원리에 대한 기술적 설명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셋째, 매튜 브라이어 병장, 사건 당시 해당 항공기에 탑승한 유일한 생존자로 사건 현장에 있었던 실제 경험과, 자율 무기체계 운용 하 인력의 체감된 위험 요소에 대해 증언할 예정입니다. 증인 세 분께는 증언에 앞서 선서가 요구되며, 위원회는 허위 진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묻는 바입니다."
의장 매닝: "하워드 중장, BARIUS-17의 작전 배치와 통제 권한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하워드 중장: "해당 시스템은 코그노테크 사와의 협약에 따라 미군 특수작전 사령부에 배치되었습니다. BARIUS-17은 제한적 자율권한을 갖고 있었으며, 특정 상황 하에서 인간 개입 없이 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습니다." 의장 매닝: "즉, 명시적 지시 없이도 발포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는 말씀이군요?" 하워드 중장: "정확히는 ‘권한 위임형 판단 체계’였습니다. 고위험 상황에서 인간 판단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결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상원위원 러킨 (공화당, 텍사스): "그렇다면, 왜 아군 항공기가 격추되었습니까?" 하워드 중장:
"(잠시 침묵) 해당 헬기는 IFF 신호 미확인, 통신 응답 없음, 비인가 비행 경로라는 3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했습니다.
BARIUS-17은 이를 적성 위협으로 간주한 것으로 보입니다."
[증언 시작: 카렌 주 박사] 의장 매닝: "카렌 박사. 귀하께서는 BARIUS-17의 주요 알고리즘 설계 책임자입니다. 그 병기는 왜 아군을 공격했습니까?" 카렌 박사: "BARIUS는 단순한 사격로봇이 아닙니다. 전장 환경을 학습하고, 위협을 종합 판단하는 일종의 자기 적응형 지능체입니다. 격추된 UH-1Z는 IFF에 응답하지 않았고, 적성 지형을 저고도로 침투 중이었습니다. 만일 격추되지 않았더라면 아군 기지가 노출될 것이라 판단한 것입니다. 그 판단은, 냉정하게 말해… 인간보다 논리적인 결과였습니다." 상원위원 모리스: "그 말은… 그 AI가 입력된 프로그래밍이 아닌‘스스로’ 결정을 내렸다는 겁니까?" 카렌 박사: "그렇습니다. 아군 오사를 방지하는 것은 최상위 지시 사항 중 하나로서,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합니다. 그러나 아군의 보호 또한 인공지능의 최상위 지시 사항입니다. BARIUS는 자체적으로 아군 기지의 은폐를 우선시 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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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태양은 서서히 산등성이를 물들였다. 공기가 차가웠지만, 그 차가움마저도 익숙했다. 아침의 서늘한 기운 속에서, 나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말고삐를 천천히 당기며 숲을 지나고 있었다. 아버지의 뒷모습은 언제나처럼 듬직했고, 나는 그 뒤를 따라 느긋하게 걷는 말의 진동을 온몸으로 느꼈다. 말발굽 소리가 흙길을 두드리는 소리만이 귓가에 잔잔히 울렸고, 자연은 마치 우리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고요했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우리에게는 늘 벽이 있었지. 벽은 우리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가 그 너머를 보지 못하게 막기도 한단다." 아버지는 단순히 자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눈빛은 그 벽 너머의 세계를, 그 벽이 감추고 있는 현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아버지의 내면에 있는 어떤 고독을 엿본 것 같았다. 그의 침묵 속에는 자신의 경험과 세상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자연은 아름다워 보이지만," 아버지는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풍경을 가리켰다. "그 안에서도 생명들은 서로 살아남기 위해 투쟁해. 생명은 결국 이 굴래에서 벗어나지 못하지."
"생존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것을 빼앗는 거다. 그러나 그 투쟁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세상은 때로는 잔혹하고 무정하지만, 그 속에서 네가 누구인지를 잊지 말아라."
어린 시절, 나는 아버지의 말이 단순히 비유나 교훈으로만 느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는 이 세상이 품고 있는 복잡함과 잔혹함을 목격하게 되었다. 자연뿐 아니라 사람들 역시 서로를 투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고, 각자의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었다. 세계가 그림자 속의 암흑으로 빠져들며, 아버지가 말한 그 투쟁은 더더욱 격렬해졌다. 전쟁은 일상이 되었고, 평화는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아버지와 함께 유랑하던 그 고요한 세계는 사라졌고, 세상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했다. 그렇기에 나는 유랑인의 삶을 더는 선택할 수 없었다. 아버지와 함께 떠돌던 그 시절은 나에게 소중한 추억이었지만, 이제는 그저 회상 속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저 자연 속에 안주할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