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장:Citainic/8: 두 판 사이의 차이

편집 요약 없음
편집 요약 없음
58번째 줄: 58번째 줄:
전구 하나 달린 3평 남짓의 방 안에서 6명의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둥근 테이블에 둘러 앉아 있었다. 사방이 무채색의 벽지로 둘러 쌓여있고 벽면에는 작은 사진이나 포스터가 붙어있는 평범한 오피스룸이었다. 푸른 카페트가 깔린 바닥에 있는 '영국 비밀정보국'이라는 문구와 로고만이 이곳이 어떤 곳임을 알 수 있는 요소였다. 천장에서부터 내려 온 화이트보드에는 런던 지도가 크게 인쇄되어 붙어 있었고 웨스트민스턴, 다우닝가, 버킹엄궁, 노동당 컨벤션 센터 등 런던의 핵심 장소들에 핀이 꽃여 있었다. 핀과 핀 사이에는 붉은색 선이 이어져 있었고 각 선들마다 수십장의 사진들과 무수한 질문들이 적혀 있는 포스트잇이 있었다.
전구 하나 달린 3평 남짓의 방 안에서 6명의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둥근 테이블에 둘러 앉아 있었다. 사방이 무채색의 벽지로 둘러 쌓여있고 벽면에는 작은 사진이나 포스터가 붙어있는 평범한 오피스룸이었다. 푸른 카페트가 깔린 바닥에 있는 '영국 비밀정보국'이라는 문구와 로고만이 이곳이 어떤 곳임을 알 수 있는 요소였다. 천장에서부터 내려 온 화이트보드에는 런던 지도가 크게 인쇄되어 붙어 있었고 웨스트민스턴, 다우닝가, 버킹엄궁, 노동당 컨벤션 센터 등 런던의 핵심 장소들에 핀이 꽃여 있었다. 핀과 핀 사이에는 붉은색 선이 이어져 있었고 각 선들마다 수십장의 사진들과 무수한 질문들이 적혀 있는 포스트잇이 있었다.


남자가 가르킨 사진 속에는 뉴럴링크의 프로토타입 컴퓨터 칩인 XMAS가 신원 미상의 시신으로부터 적출되는 장면이 그대로 찍혀있었다. 지난 20일간 런던 전역에서 신원미상의 시신들이 대거로 발견되며 런던광역경찰청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시신들의 공통점으로는 그들의 지문과 DNA와 같은 신원 정보들이 어떠한 기록이 남아있지도 않은 것이다. 사진 속의 남자는 북유럽계 남성으로 저번주에 템스강에서 사망한체 발견되었다. 이건 첫번째 사건이었다. MPS의 시신 부검 과정에서 작동중인 XMAS가 발견되었고 데이터 해독을 통해 사망원인을 유추 할 수 있었다. 런던광역경찰청은 이 사실을 비밀로 붙이고 수사에 들어갔다. 예상컨데 이 남자는 어떤 소속인지는 몰라도 좋은 목적으로 영국에 입국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남성은 대략 7일간 웨스트민스턴 일대를 돌아다니며 다수의 기업인, 정치인과 접촉했고 정체모를 다수 사진들을 암호화하여 저장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단순히 경찰이 해결할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이 무거운 파일 덩어리를 들고 사건을 파해치는 것이 아닌가.
내가 가르킨 사진 속에는 뉴럴링크의 프로토타입 컴퓨터 칩인 XMAS가 신원 미상의 시신으로부터 적출되는 장면이 그대로 찍혀있었다. 지난 20일간 런던 전역에서 신원미상의 시신들이 대거로 발견되며 런던광역경찰청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시신들의 공통점으로는 그들의 지문과 DNA와 같은 신원 정보들이 어떠한 기록이 남아있지도 않은 것이다. 사진 속의 남자는 북유럽계 남성으로 저번주에 템스강에서 사망한체 발견되었다. 이건 첫번째 사건이었다. MPS의 시신 부검 과정에서 작동중인 XMAS가 발견되었고 데이터 해독을 통해 사망원인을 유추 할 수 있었다. 런던광역경찰청은 이 사실을 비밀로 붙이고 수사에 들어갔다. 예상컨데 이 남자는 어떤 소속인지는 몰라도 좋은 목적으로 영국에 입국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남성은 대략 7일간 웨스트민스턴 일대를 돌아다니며 다수의 기업인, 정치인과 접촉했고 정체모를 다수 사진들을 암호화하여 저장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단순히 경찰이 해결할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이 무거운 파일 덩어리를 들고 사건을 파해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남자는 누구인가? 그것은 나도 모른다. 어쩌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었다. 경찰은 단순하게 시신의 DNA와 지문을 채취해 신원을 파악하려 시도했었다. 영국 정부의 데이터베이스에는 6천 7백만 영국인들의 신원 정보는 물론이요 수백만명의 해외 거주자들의 신원까지 데이터로 보관되어 있다. 그러나 이 시도는 무의미 했다. 결과는 '당연히 조회되지 않음'. 그럼 COS라도 뜯어 보는건 어떤가? 198개국, 50억명의 민감한 정보들이 저장된 데이터의 방주 속에는 그가 잠들어 있지 않았을까? 안타깝게도 COS는 나 같은 일게 요원이 조사할 수준은 되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다우닝가의 총리도 이건 할 수 없을 것이다. 198개국 정상들에게 자국민들의 민감한 정보를 열어보고 싶다고 빌 수 없으니.
그렇다면 이 남자는 누구인가? 그것은 나도 모른다. 어쩌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었다. 경찰은 단순하게 시신의 DNA와 지문을 채취해 신원을 파악하려 시도했었다. 영국 정부의 데이터베이스에는 6천 7백만 영국인들의 신원 정보는 물론이요 수백만명의 해외 거주자들의 신원까지 데이터로 보관되어 있다. 그러나 이 시도는 무의미 했다. 결과는 '당연히 조회되지 않음'. 그럼 COS라도 뜯어 보는건 어떤가? 198개국, 50억명의 민감한 정보들이 저장된 데이터의 방주 속에는 그가 잠들어 있지 않았을까? 안타깝게도 COS는 나 같은 일게 요원이 조사할 수준은 되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다우닝가의 총리도 이건 할 수 없을 것이다. 198개국 정상들에게 자국민들의 민감한 정보를 열어보고 싶다고 빌 수 없으니.
65번째 줄: 65번째 줄:
"차량을 수색해 봤지만 옷가지를 제외하고는..."
"차량을 수색해 봤지만 옷가지를 제외하고는..."


하고 이야기하던 내 입을 자리에 앉은 한 남자가 손바닥을 나를 향해 보이며 멈추게했다. 샌들러였다. 팔짱을 낀 체 자료를 바로보던 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내가있던 자리로 왔다.
하고 이야기하던 내 입을 자리에 앉은 한 남자가 손바닥을 나를 향해 보이며 멈추게했다. 샌들러였다. 팔짱을 낀 체 자료를 바로보던 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내가있던 자리로 왔다.<br>


<br>
<br>

2024년 3월 14일 (목) 21:10 판

[ 주요국 목록 ]
[ 설정 목록 ]



  • 부정오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우중충한 하늘이 보이는 테라스가 눈에 보였다. 겨울 새벽의 런던에는 수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었다. 아래를 내려보자 가게 앞을 청소하는 카페의 직원, 진눈깨비를 뚫고 지하철로 향하는 직장인들, 우산을 쓴 채 분주하게 걸어다니는 관광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영국인들의 패션은 눈에 띄지 않았다. 특히 카나리 와프에선 더욱 그럴 것이었다.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작은 종이 봉투와 함께 난간에 손을 기댔고 똑같은 풍경이 지겨워 졌는지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그녀의 시선은 자신이 타고 올라온 엘리베이터를 향햤다. 그레이색 롱코트와 넥타이가 보이는 셔츠, 깊게 눌러쓴 중절모가 눈에 띄는 한 남자가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옆에 비슷한 자세로 자리를 잡았고 템스강을 바라봤다. 레저용 요트와 유람선들이 쉴 새 없이 오가고 있고 다리 위의 사람들은 고개를 숙인채 걸어가고 있었다.


"경치가 정말 절경입니다. 자리 하나는 정말 잘 잡으시는거 같습니다." 남자는 시선을 밖에 두며 입을 열었다.

"칭찬해주시다니.. 감사하네요." 그녀는 확실히 키이우 억양으로 말하고 있었다.

"런던에는 자리 잡을만한 곳이 있었습니까?"

"싸구려 여인숙마저 없었어요... 모두가 길바닥에 누워있었고 드럼통에 불을 붙이고, 몸을 녹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어요."

남자는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런던에서는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보금자리 하나 없이 살고 있습니다. 모두들 현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래를 보고 달려나가고 있지만, 미래는 너무나 불안정한 존재입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다리를 전력 질주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죠"


남자는 자세를 바꿔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가죽 코트와 통넓은 바지를 입고 있었고 옷에 잔뜩 묻은 무언가를 지운 듯이 축축하게 물에 젖어있었다. 입에서는 입김이 나오고 있었고 남자의 모습이 낯이 익은 듯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그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시간 만큼은 이 공간에 단둘만 남은 듯한 느낌이었다.

"옛날에는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어떻게 런던까지 오신건지.."

"하르키우에 있었을 때 였어요. 참나무들이 길을 따라 나있는 농장 근처에서 살았었는데 하늘은 항상 지금처럼 구름이 많았었어요. 잘사는 건 아니었고 모두들 가난한 농부들 이었어요. 그래도 모두들 삶을 즐기며 살고 있었어요." 그녀는 남자를 올려다보며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근데 이후 전쟁이 일어났고 오빠는 제일 먼저 입대해 최전선으로 배치되었어요. 며칠, 몇달이 지나도 소식이 들지 않으니 저희 아버지도 전쟁터에 나갔고 그렇게 저는 유일한 가족을 전부 잃었어요."

"유감입니다. 애들러양"


"하...."
여자는 거칠게 숨을 쉬었고 한참을 기다리다 축처진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정말 힘든건 뭔 줄 알아요? 이 모든게 다 거짓 일수도 있다는 거에요."

"제 이름은 매일 바뀌죠. 노바, 에밀리, 미아, 엠마. 애들러.... 존재가 부정 당하는 느낌이에요. 혼란스럽거나 그러진 않는데 그저..."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젠 받아들어야 해요."
남자는 모스크바 억양이 묻어나오는 영어로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오늘 당신을 만난게 후회 되는거 같아요. 누군가는 저를 이해줄거라 믿었는데.."

"이만 들어가보시는게 좋을 겁니다. 일단... 너무 피곤 하실테니."



"이게 바로 신종 수법 입니다."
나는 마커펜을 들고 어떠한 사진을 가르켰다. 나는 손 위로 굵게 선 핏줄를 바라보며 내 자신을 믿어보기로 다짐하고 있었다.


전구 하나 달린 3평 남짓의 방 안에서 6명의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둥근 테이블에 둘러 앉아 있었다. 사방이 무채색의 벽지로 둘러 쌓여있고 벽면에는 작은 사진이나 포스터가 붙어있는 평범한 오피스룸이었다. 푸른 카페트가 깔린 바닥에 있는 '영국 비밀정보국'이라는 문구와 로고만이 이곳이 어떤 곳임을 알 수 있는 요소였다. 천장에서부터 내려 온 화이트보드에는 런던 지도가 크게 인쇄되어 붙어 있었고 웨스트민스턴, 다우닝가, 버킹엄궁, 노동당 컨벤션 센터 등 런던의 핵심 장소들에 핀이 꽃여 있었다. 핀과 핀 사이에는 붉은색 선이 이어져 있었고 각 선들마다 수십장의 사진들과 무수한 질문들이 적혀 있는 포스트잇이 있었다.

내가 가르킨 사진 속에는 뉴럴링크의 프로토타입 컴퓨터 칩인 XMAS가 신원 미상의 시신으로부터 적출되는 장면이 그대로 찍혀있었다. 지난 20일간 런던 전역에서 신원미상의 시신들이 대거로 발견되며 런던광역경찰청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시신들의 공통점으로는 그들의 지문과 DNA와 같은 신원 정보들이 어떠한 기록이 남아있지도 않은 것이다. 사진 속의 남자는 북유럽계 남성으로 저번주에 템스강에서 사망한체 발견되었다. 이건 첫번째 사건이었다. MPS의 시신 부검 과정에서 작동중인 XMAS가 발견되었고 데이터 해독을 통해 사망원인을 유추 할 수 있었다. 런던광역경찰청은 이 사실을 비밀로 붙이고 수사에 들어갔다. 예상컨데 이 남자는 어떤 소속인지는 몰라도 좋은 목적으로 영국에 입국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남성은 대략 7일간 웨스트민스턴 일대를 돌아다니며 다수의 기업인, 정치인과 접촉했고 정체모를 다수 사진들을 암호화하여 저장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단순히 경찰이 해결할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이 무거운 파일 덩어리를 들고 사건을 파해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남자는 누구인가? 그것은 나도 모른다. 어쩌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었다. 경찰은 단순하게 시신의 DNA와 지문을 채취해 신원을 파악하려 시도했었다. 영국 정부의 데이터베이스에는 6천 7백만 영국인들의 신원 정보는 물론이요 수백만명의 해외 거주자들의 신원까지 데이터로 보관되어 있다. 그러나 이 시도는 무의미 했다. 결과는 '당연히 조회되지 않음'. 그럼 COS라도 뜯어 보는건 어떤가? 198개국, 50억명의 민감한 정보들이 저장된 데이터의 방주 속에는 그가 잠들어 있지 않았을까? 안타깝게도 COS는 나 같은 일게 요원이 조사할 수준은 되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다우닝가의 총리도 이건 할 수 없을 것이다. 198개국 정상들에게 자국민들의 민감한 정보를 열어보고 싶다고 빌 수 없으니.

"... 이건 신원 미상의 여성으로 29세의 히스페닉계 여성입니다."
"차량을 수색해 봤지만 옷가지를 제외하고는..."

하고 이야기하던 내 입을 자리에 앉은 한 남자가 손바닥을 나를 향해 보이며 멈추게했다. 샌들러였다. 팔짱을 낀 체 자료를 바로보던 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내가있던 자리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