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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1년 5월 4일, 런던 카나리 워프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우중충한 하늘이 천장처럼 지나가는 테라스가 눈에 보였다. 겨울 새벽의 런던에는 수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었다. 아래를 내려보자 '원 캐나다 스퀘어'를 중심으로 가게 앞을 청소하는 카페의 직원, 진눈깨비를 뚫고 지하철로 향하는 직장인들, 우산을 쓴 채 분주하게 걸어다니는 관광객들, 레저용 요트와 유람선들이 쉴 새 없이 오가고 있고 다리 위의 사람들은 고개를 숙인채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영국인들의 패션은 눈에 띄지 않았다. 특히 고층건물들과 고급 오피스들이 자리잡은 카나리 워프에선 더욱 그럴 것이었다.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작은 종이 봉투와 함께 난간에 손을 기댔고 똑같은 풍경이 지겨워 졌는지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그녀의 시선은 어느새 자신이 타고 올라온 엘리베이터를 향해있었고 그곳엔 그레이색 롱코트와 넥타이가 보이는 셔츠, 깊게 눌러쓴 중절모가 눈에 띄는 한 남자가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옆에 비슷한 자세로 자리를 잡았고 템스강을 바라봤다.


"경치가 정말 절경입니다." 남자는 시선을 밖에 두며 입을 열었다.

"당신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의외 인걸요?" 그녀는 확실히 키이우 억양으로 말하고 있었다.

(추가)

"런던에는 자리 잡을만한 곳이 있었습니까?"

"아뇨, 톱밥 난로에 불을 붙이고 밤을 샜어요."

(추가)

남자는 자세를 바꿔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가죽 코트와 통넓은 바지를 입고 있었고 옷에 잔뜩 묻은 무언가를 지운 듯이 축축하게 물에 젖어있었다. 입에서는 입김이 나오고 있었고 남자의 모습이 낯이 익은 듯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그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시간 만큼은 이 공간에 단둘만 남은 듯한 느낌이었다.

"옛날에는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어떻게 런던까지 오신건지.."

"...그게 기억나지 않아요. 방금까지 하던 일도, 당신의 이름 마저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잘 되신겁니다."

"잘 된거라니요?"

(추가)




이 일이 일어난 것은 10시간전, 영국의 심장부가 관통 당한 것부터 였다.

사방이 무채색의 벽지로 둘러 쌓여있고 벽면에는 작은 사진이나 포스터가 붙어있는 전구 하나 달린 8평 남짓의 오피스룸이었다. 푸른 카페트가 깔린 바닥에 있는 '영국 비밀정보국'이라는 문구와 로고만이 이곳이 어떤 곳임을 알 수 있는 요소였다.

천장에서부터 내려 온 화이트보드에는 런던 지도가 크게 인쇄되어 붙어 있었다. 한면에는 투입된 요원들의 명단이, 한면에는 웨스트민스턴으로 부터 날라온 공문서가, 지도 위에는 끔찍한 현장이 적날하게 찍혀있는 사진과 사건 사이의 관계를 추론하기 위한 붌은 색 선이 그려져 있었다.

아서는 손을 모은체 곁눈질로 테이블 위에 놓인 몇개의 문서 더미를 처다보고 있었고, 샌들러는 노년에 가죽 자켓을 입은 클린트즈의 눈을 피하며 앉아 있었다. 문서에는 이스라엘 정보특수작전국과 중국 국가안전부의 인증 문양이 적혀 있었다. 도저히 서로 양립 할 것 같지 않은 정보기관들이 이 일에 관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텔아비브에서 추가적인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바실로프 관련인가?"

"그렇습니다. 바실로프의 정보가 어떻게 빠져 나갔는지 파악되었습니다."
샌들러의 말에 클린트는 전화를 끊고 그에게 다가갔다.

"4시까지 브리핑 준비하게. 국장님을 모셔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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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1년 4월 25일, 런던 MI6본부 지하


오후 4시, 오퍼레이터룸은 분주해 지고 있었다. 샌들러는 이곳에 와본적이 있었다. 러시아와 이란의 군사적 행동, 칼리프당 일원들의 테러 행위와 같은 안보 위기 상황마다 최고 고참으로써 상황을 대처하곤 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새로운 위협에 대한 공포가 이 공간을 가득채우고 있었다.

그가 문을 열자 브리핑실로 각기 다른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걸어들어 왔다. 보라색 셔츠를 입은 한명은 영국 경시청 청장, 두터운 실크 모자를 쓰고 흰 수염을 기른 한명은 비밀정보국 국장 그리고 국방부 장관, 디지털보안정보국 장관이었다. 샌들러는 어두컴컴한 방에 프로젝터를 쏘아 시선을 집중시켰다.

"....아시다시피, 10시간전 우리의 표적이었던 바실로프가 당했습니다. 바실로프에 관한 정보, 존재 마저 MI6의 일급 기밀로, 어떠한 사유에서든 민간에 노출되어서는 안됩니다. 허나, 가족 관계 마저 없던 바실로프는 MI6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 의해 사망했습니다. 누군가 우리의 정보를 흘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식은, 우리측에서 타겟의 인공신경망을 해독해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우리쪽 타겟을 가로첸 놈을 찾은건가?"

"아직 놈이 남긴 코털 하나 찾지 못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찾는 놈 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타겟의 인공신경망을 해독한 결과 누군가로 부터의 인위적인 전기 신호 조작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바실로프는 인공신경망을 통해 누군가로 부터 역정보를 주입받고 자살한 것 입니다. 즉 '유령기억' 현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