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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일어난 것은 10시간전, 영국의 심장부가 관통 당한 것부터 였다.

사방이 무채색의 벽지로 둘러 쌓여있고 벽면에는 작은 사진이나 포스터가 붙어있는 전구 하나 달린 8평 남짓의 오피스룸이었다. 푸른 카페트가 깔린 바닥에 있는 '영국 비밀정보국'이라는 문구와 로고만이 이곳이 어떤 곳임을 알 수 있는 요소였다.

천장에서부터 내려 온 화이트보드에는 런던 지도가 크게 인쇄되어 붙어 있었다. 한면에는 투입된 요원들의 명단이, 한면에는 웨스트민스턴으로 부터 날라온 공문서가, 지도 위에는 끔찍한 현장이 적날하게 찍혀있는 사진과 사건 사이의 관계를 추론하기 위한 붌은 색 선이 그려져 있었다.

한 남자는 손을 모은체 곁눈질로 테이블 위에 놓인 몇개의 문서 더미를 처다보고 있었고, 한 남자는 노년에 가죽 자켓을 입은 여자의 눈을 피하며 앉아 있었다. 문서에는 이스라엘 정보특수작전국과 중국 국가안전부의 인증 문양이 적혀 있었다. 도저히 서로 양립 할 것 같지 않은 정보기관들이 이 일에 관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텔아비브에서 추가적인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바실로프 관련인가?"

"그렇습니다. 바실로프의 정보가 어떻게 빠져 나갔는지 파악되었습니다."
샌들러의 말에 클린트는 전화를 끊고 그에게 다가갔다.

"4시까지 브리핑 준비하게. 국장님을 모셔오지."


  • 부정오류 - 1
    2031년 1월 26일, 런던 M-I6 본부 지하


오전 4시, 오퍼레이터룸은 분주해 지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 와본적이 있었다. 러시아와 이란의 군사적 행동, 칼리프당 일원들의 테러 행위와 같은 안보 위기 상황마다 최고 고참으로써 상황을 대처하곤 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새로운 위협에 대한 공포가 이 공간을 가득채우고 있었다. 국가로 부터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받는 정보 기관의 정보력은 생각보다 뛰어나다. 전세계의 이름이 알려진 정보기관들은 적성국의 군사 자산의 숫자, 각 차량의 이동 경로와 연료량의 변화까지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일은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정보력을 가진 MI6의 감시망을 뚫고 벌어진 일이었다. 현장에 있던 모두 알 수 없는 미지적 존재에 대한 공포를 경험하고 있는 듯 했다.

나는 걸음을 재촉하며 브리핑실로 향했다. 문을 엶과 동시에 각기 다른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따라 걸어들어 왔다. 보라색 셔츠를 입은 한명은 영국 경시청 청장, 두터운 실크 모자를 쓰고 흰 수염을 기른 한명은 비밀정보국 국장 그리고 회색 후드티에 뿔테 안경을 쓴 왕립 디지털보안정보국(RDSIA) 장관과 투입 준비중인 7명의 오퍼레이터들 이었다. 나는 어두컴컴한 방에 프로젝터를 쏘아 시선을 집중시켰다.

"....아시다시피, 10시간전 우리의 표적이었던 바실로프가 당했습니다. 바실로프에 관한 정보와 존재 마저 비밀정보국의 일급 기밀로, 어떠한 사유에서든 민간에 노출되어서는 안됩니다. 허나, 가족 관계 마저 없던 바실로프는 MI6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 의해 사망했습니다. 누군가 우리의 정보를 흘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식은, 우리측에서 타겟의 인공신경망을 해독해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우리쪽 타겟을 가로첸 놈을 찾은건가?"
RDSIA 장관은 자신의 안경을 만지며 당황한 듯이 말했다. 사실 RDSIA는 사건이 일어날때 부터 초초한 모습을 감출 수 없었다. 가장 먼저 조사하고 추적하던 바실로프가 갑작스럽게 죽었으니 이 책임은 그들에게 돌아갈 것이 뻔했다. 이러한 불안이 영국 정보기관들의 단합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아직 놈이 남긴 털 하나 찾지 못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찾는 놈 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타겟의 인공신경망을 해독한 결과 누군가로 부터의 인위적인 전기 신호 조작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바실로프는 인공신경망을 통해 누군가로 부터 역정보를 주입받고 자살한 것 입니다. 즉 '유령기억' 현상입니다."

"국장님, 이번일은 미대사관 사건과 유사합니다. 놈들의 타겟이 우리쪽으로 바뀐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란 말 입니다."
클린트는 평소와는 다르게 내 편을 들어주었다.


(추가)


누가 고도로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비교할 수 없다고 했나? 이곳에 있으면서 그런 마법들을 수없이 봐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미스터리 한 것은 유렁기억임이 틀림없다. 몇년전, 주이집트 미대사관에 망명해 있던 사회운동가가 살해 당했다. 보안 등급이 높은 대사관에서 벌어진 사건이었지만 목격자들의 진술은 하나 같이 달랐다. 누군가는 독살, 누군가는 총기난사, 심지어 한명은 그 날의 기억 자체가 없었다. 결국 사건은 미궁 속을 빠져 현재까지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걸 보고 있으면 가끔은 내 자신의 기억 마저 의심하곤 한다. 내 이름, 내 생일, 내 가족까지 전부 노트에 적어봐야만 비로소 그 의심이 사라진다.

불행중 다행히, 국장님은 우리에게 협조적이었다. 영국 정부는 작전 수행을 위한 장비와 자금을 지원하였으나, 가장 중요한 CIA와 정보 교환이 여전히 무소식이었다. 영국 정부와 MI6측은 어떠한 정보도 받지 못한체 자체적인 힘만으로 모든 것을 떠안고 있었다. 결국, 이 사건의 처리를 위해서는 이집트 미대사관 사건을 위해 모사드와 협력하던 나와 클린트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 결과, 우린 한 나라의 정부를 등에 엎은 꼴이 되었다. 국장은 우리에게 작전을 허가하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두번 다시 이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네, 이번으로 끝을 맺게 해야만 해"


(추가?)


그나마 한가지 위안이 되는 점이 있다면 옛날처럼 나혼자 발로 뛰고 구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비밀정보국과 국방정보국(DI)이 손을 잡고 부정오류 작전을 실행, 나와 클린트는 그 작전의 중심이 되어 작전 진행을 담당하게 되었다. 기존의 작전권을 지니고 있던 높으신 분들은 이에 부정적이었지만 이번 일이 영국 정부에게 어떤 메세지를 남겼는지 국장님도 알아챈 눈치였는지 모두들 아무말 없이 우리에게 지휘권을 넘겼다. 내가 생각한 작전은 용의선상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정보기관을 자극하는 것이다. 만일 중국이나 러시아를 자극 했을때 중국이 반응한다면 러시아가 범인일 것이고 러시아가 반응한다면 중국이 범인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작전이 쉽게 시행 될 수 있는데는 국방정보국 소속의 자율무기 전문가가 작전에 참여하기로한 덕이 크다. 프로필상으론 독일에서 태어난 여성으로 뮌헨 공과대학교를 나와 영국으로 이주 후, 국방정보국에서 일하며 5년전 일어난 예멘 자율무기 참변을 해결한 전적이 있었다.


(추가)


클린트와는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사이이다. 그는 과거 영국 해군 정보장교, 영국군 제30특수작전부대 출신으로 우수한 정보 처리 능력을 인정받아 MI6로 스카웃 받은 인재중의 인재였다. 두놔로나 신체적으론 거를 타선이 없다. 하지만, 그의 한가지 큰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절대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