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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모든 것의 시작
특별하지 않은 겨울이다. 그저 사무치도록 추운 온도 탓에 발과 손이 고통스러운, 익숙한 겨울이다. 바닥으로부터 타고 오르는 냉기가 온몸을 뒤덮는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계절이었다. 만에하나 제대로 차려입지도 않고 덜컥 바깥으로 나갔다간 '우연스레 그런 실수를 했다간' 손발이 성한 곳이 없어질 게 분명했다. |
??? 넌 여기서 나오지마 |
로운 ... |
아마도 그들이 로운을 몰아넣은 건 그런 의도였을 것이다. 우연스레 이 추운 날 옥탑방에 로운이 실수로 갇혔다는 그런 이야기. 자신들보다 못해도 3살은 더 어린 9살 남자아이를 몰아세우기 위해서 말이다. 어쩌면 비겁한 일이다. 비록 로운이 '진짜 가족'이 아니더라도, 그리고 형제들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건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다. 그리고 로운 스스로도 그 당연한 불합리를 깨닫고 있었다. |
장남 대답 안해? |
로운 ... |
로운은 그저 묵묵부답일 뿐이다. |
장남 네가 그래서 이런 취급을 받는거야. 우리를 개무시하잖아. |
다른 형제 형 됐어. 그만 가자. 시간 아까워 |
장남 아무도 열어주지마. 절대로. 알겠어? |
그 뒤로 장남을 따라 서있는 다른 형제자매들은 장남의 말에 옴짝달싹 못한 채 끄덕거렸다. 어른들이 바쁜 업무로 집안을 비우고 나면, 이곳의 왕은 언제나 나이가 많은 장남이었으니까. 장남의 불호령 이후 아이들은 모두 다시 밑으로 내려갔다. 이제 온전히 로운은 그곳에 홀로 남겨졌다. 추위를 피할 수 없는 차가운 옥탑방 안. 로운은 몸을 덜덜 떨며 멍하니 바닥에 주저앉았다. 작은 창문 바깥으로 들어오는 미세한 달빛에 의지해 바닥을 더듬었고, 그나마 깔 것이 있는 자리에 기어들어가 몸을 감싸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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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우리랑 함께 사는 거란다 |
로운 함께.. 함께 사는거랬는데. |
로운 내용입니다. |
아웬 내용입니다. |
로운 내용입니다. |
001 모든 것의 시작
이야기는 윈테라에서 시작된다. 바깥세상이 대전쟁에 뒤덮인 시절, 건설자 윈테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전쟁을 피해 이 머나먼 변방에서 요새도시를 건설했다. 그들은 그 안에서 평화를 강구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자 갈등을 피할 수는 없었다. 결국 80년 만에 윈테라 안에서 두 차례의 내전이 벌어지고, 사람들은 추위와 배고픔 속에 죽어간다. 반 세기만에 인구는 2/3 가량으로 줄어들었으며, 추운 겨울 부모 잃은 고아들이 차고 넘치게 된다. 지옥과도 같은 시간. 힘없는 아이들 사이에는 로운이란 어린아이도 있었다. 로운의 의식이 희미해지던 찰나, 누군가가 다가와 구해주고, 그 구원이 로운의 인생과 도시의 운명을 바꾸게 된다. 노인은 거지에 불과한 로운을 아무런 차별없이 돌보았고, 로운 역시 이유모를 배려에 의해 추운 겨울을 살아남게 된다. 그는 죄없는 아이들을 안타깝게 여겨 구빈원을 운영하며 고아들을 돌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로운이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총명함이 있음을 알아보았고, 고심 끝에 집안에 들이게 된다.
헤이랑그는 가족은 물론 도시에서도 존경받는 위인이었지만, 그럼에도 가족들은 그 선택을 공감하지 못했다. 로운은 예상과 달리 가족들에게 전혀 환영받지 못했고, 막상 바쁜 헤이랑그는 자리를 비우기 쉽상이었다. 로운의 재능따위 헤이랑그의 가족들에겐 아무런 장점도 아니었던 것이다. 특히나 손자들은 로운에게 냄새가 난다며 노골적으로 괴롭혔고, 내쫓기 위해서 집요하게 시도한다. 감정표현이 서툴렀던 로운은 아무리 괴롭혀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헤이랑그의 손자들 역시 멈추지 않았다. 고작 9살에 불과했던 로운에게 저항할 수 있는 방법따위 없었다.
결국 어느 겨울, 로운은 강제로 차가운 종탑에 갇히고 만다. 극심한 추위에 두려움에 빠진 로운은 자신이 뭘 그렇게 잘못했냐며 서럽게 울지만 형제들은 누구하나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결국 이를 보다못한 여자아이 아웬은 절대 구해주지 말라던 오빠들의 말을 무시하고 로운을 돕기로 한다. 추위에 배고픔에 덜덜 떨던 로운은, 자신을 구하러 온 금발의 여자아이를 만난다. 그 순간 로운은 아웬에게 단순한 고마움을 넘어 그 이상의 복잡한 감정을 갖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