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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부 3부 4부 5부 6부 7부
챕터 제목 내용
41 바깥에서 안으로 정체불명의 아이가 도시로 들어오다.
42 우연히도 모두의 우려 속 결국 원로원에 심의된 로운, 공판은 정의를 부르짖고.
43 골칫덩어리 어떻게든 해결된 일. 그러나 여전히 로운의 동료들은 걱정을 표한다.
44 가족으로 두 아이가 레서스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까지.
45 입학 그리고 회상 지난 시간. 마침내 세 아이들도 학교에 들어갈 시기가 된다.
46 붉은 눈은 무서워 도시에서 공포의 이미지인 붉은 눈이 모두를 두렵게한다.
47 첫걸음부터 마냥 지기만 할 수는 없는 법. 라한과 워렛은, 레서스에게 특단의 조치를 강구한다.
48 승부를 보다 로튼과의 한판 승부. 승자는 누구인가?
49 쉬어가며 오묘했던 둘이 가까워지기를.
50 산 넘어 산 낙제점수에 가까운 워렛. 이번에는 레서스가 도와보는데.
51 인연의 향방 궤도를 그리던 두 사람의 관계가 다시 멀어진다.
52 먼발치 레서스는 새로운 스승을 찾는다.
53 이상한 쥐 평화로운 학교생활 속. 워렛은 이상한 것을 발견한다.
54 현장실습 세 아이들을 포함한 3반은 윈테라의 각 기관을 방문한다.
55 축제 4년 만의 축제. 세 사람은 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풀어놓는다.
56 상흔 우연스레 로운의 일을 돕게 된 다일은 의외의 모습을 본다.
57 생채기 서로의 인연이 엇갈리기 시작할 때.
58 위와 아래 마음에 들지 않는 둘. 결국 적대감은 싸움으로 번지고.
59 불행의 시작 바깥으로 나가버린 워렛을 찾아나서는 로운. 그리고 예상치못한 상황과 마주한다.
60 갈림길에서 베히모스의 죽음. 결사대의 위기. 방법은 어디에 있는가.
041 바깥에서 안으로
종이 울리는 소리
이 소리로 아침이 시작된다

종전으로부터 5년 후. 새롭게 재건된 도시는 과거보다도 더 번영한다. 번화하는 거리와 다채로운 표정의 사람들. 도시를 지키는 방벽은 더욱 두터워지고, 모든게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사람들에게 괴로움은 없어보인다. 로쉬아를 끌어안은 후 다녀오겠다며 길거리를 나선 워렛아리사. 둘은 외투를 챙겨 입고 눈이 내린 거리를 대화하며 돌아다닌다.[1] 오늘은 로운이 돌아오는 날이었고, 아이들은 들뜬 마음으로 로운을 기다리고 있다. 로운과 함께 사는 것으로 보이는 두 아이는 로운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마침 길을 지나던 우편부 샤샤를 만난다. 샤샤는 로운에게 덕담과 선물을 전하며 가던 길을 가지만, 멀어져가는 두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연민을 느낀다. 샤샤의 옆에 있던 다른 우편부는 대체 왜 그런 인간에게 뭔가 챙겨주느냐며 적대감을 표하지만, 샤샤는 묵묵하게 길을 지날 뿐이다.

워렛과 아리사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도시의 입구까지 걸어간다. 이미 거리를 메운 인파 속, 거대한 도시의 강철문이 열리고 그 앞으로 말을 탄 금발의 여성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아웬님! 이쪽도 봐주세요!

그 주인공은 바로 아웬. 과거 위기로부터 도시를 지킨 영웅이자 대의원인 그녀는 모두에게 추앙받는 존재다. 그 뒤로 수행원들이 지나가고 대다수의 인파는 아웬과 그 무리들을 쫓아간다. 주변의 대화라고는 모두 아웬을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말들 뿐. 워렛과 아리사를 둘러싼 어른들도 아웬님이 존경스럽지 않느냐는 너스레를 떨자 멋쩍게 웃으며 자리를 벗어난다. 자리를 피하는 아이들을 이상하게 바라보던 때 눈치있는 한 상인이 아이들을 알아본다. 저 아이들은 과 함께사는 아이들이라고. 안타깝게 바라보는 주민들. 아이에게는 죄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왜 의회가 그런 범죄자를 살려둔건지 이해가 안된다며 수근거린다. 그 말을 들은 워렛은 이를 악물지만, 아리사가 워렛을 잡고, 둘은 자리를 피한다.

제법 시간이 지나 노을이 질 무렵에도 두 아이는 먼발치에 미세하게 열려있는 강철문을 바라보며 로운을 기다린다. 워렛은 예상은 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선생님을 미워하는게 이해가 안된다며 투덜거린다. 쭈그려앉아 양 손을 깍지 낀 아리사는 숨을 들이마시고는 세상 모두를 이해할 수는 없는거라며 현실적으로 말하지만 역시 속상한 표정이다. 두 아이의 예상보다 훨씬 늦는 로운. 겨울 밤의 추위가 찾아올 무렵. 한 남자가 아이들에게 담요를 덮어주며 옆에 나란히 앉는다. 아리사의 오빠인 라한이었다.

언제까지 기다리려고? 내가 알려준다니까. 이런 데 있으면 입 돌아가.

그 말에 자긴 튼튼해서 괜찮다는 워렛에게 라한이 볼을 꼬집고, 그렇게 앉아서 대화하던 차 잠이 많은 워렛은 골아떨어진다. 라한은 아리사에게 이런 짐덩이를 데리고 학교에서 괜찮겠느냐고 묻자, 아직 1년 남았으니 그 안에 클거라며 걱정말라고 대답한다. 시덥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아리사는 친오빠와의 대화만으로도 웃음을 유지했다. 기어코 어두워진 밤. 미세하게 열린 강철문이 닫히고 만다. 로운이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걱정하는 표정의 아리사를 라한이 달래고, 워렛을 업은 채 둘은 집으로 돌아간다.

깊은 잠에 빠진 워렛은 머릿 속에서 로운, 아리사와 함께 노는 꿈을 꾼다. 세 사람의 행복. 비록 사람들이 로운을 외면하고 무시해도 괜찮다고. 워렛 자신이 잘 성장해서 선생님을 지킬 수 있다고. 그런 꿈을 꾸던 워렛은, 다음날 사람들 소리에 눈을 뜬다. 창 밖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보아 아침이었고, 들려온 목소리는 분명 선생님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방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온 워렛. 드디어 선생님이 돌아왔다고 생각했을 때.

워렛!

그곳에는 조금 어색한 표정을 한 아리사와, 워렛을 반기는 로운. 그리고 그 옆으로 처음 보는 한 검은머리 그리고 붉은 눈을 가진 남자아이가 있었다.

이제부터 함께 사는거야.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붉은 눈의 아이를 바라보는 워렛. 때마침 한트도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로운의 집을 방문한다. 도대체 정신이 있는거냐며 윽박을 지르는 한트 뒤로, 곤란한 표정의 라한과 무표정한 다일이 있다. 조심스레 문을 닫고 들어오는 세 사람. 의회가 뒤집혔다며 도대체 어쩌자고 이방인을 데려왔냐는 화 가득한 말을 이어간다.

생각이 있는 놈이냐?
황당함과 분노가 모두 느껴지는 어조로 말하는 한트

아리사는 급하게 워렛과 붉은 눈을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가고, 세 아이는 어색한 상황 속에서 서로를 뻘쭘하니 처다본다. 영문을 모르는 워렛에게 일찍 깨어있던 아리사는 앞선 상황을 설명해주기 시작한다.

그래서.. 데려오셨대. 그러니까, 앞으로 우리랑 같이 산다는 말이야.[2]

말을 하나도 못알아듣는 붉은 눈. 워렛은 난데없이 들이닥친 타인과 이 복잡한 상황에서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머지않아 이야기가 끝났는지 한 차례 열리고 닫힌 현관문 소리. 로운은 이제 다시 나와도 된다며 아이들을 부른다. 난처하기는 아리사도 매한가지. 로운은 아이들을 앉히고 천천히 다시 설명하기 시작한다. 붉은 눈은 아이들에게는 제법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방에서 나오자마자 로운 옆에 꼭 붙어 선다. 그 모습에 짜증이 난 워렛은 붉은 눈을 노려보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다. 이후 붉은 눈의 아이에게 방 하나를 내어주는 로운. 마찬가지로 방으로 돌아간 워렛은 아리사에게 말도 안된다며 미세하게 화를 낸다.

안그래도 사람들이 선생님을 싫어하는데.. 붉은 눈까지...

그 말에 아리사는, 우리라도 선생님 편을 들어야 맞는거라며 정정해주고, 씩씩거리던 워렛은 화를 가라앉힌다. 워렛은 레서스가 영 찜찜했지만, 결국 레서스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세 사람은 동거를 시작하면서 앞으로의 기나긴 인연을 시작하게 된다.


042 우연히

한편 밤이 되어 지하실로 내려가는 로운은 비밀통로를 지나 약간의 달빛이 비추는 지하통로를 지난다. 반대편 통로에서 발걸음을 내며 누군가 다가오고, 로운은 아무말 없이 그를 기다린다. 그는 베히모스였다. 비장한 표정의 두 사람은 만난 직후에도 별 다른 말을 않다가, 베히모스가 무겁게 입을 떼며 비밀스러운 대화가 시작된다. 베히모스는 감당할 수 있자고 묻자 로운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고 대답한다.

자네에 관한 안건이 올라왔네. 머지않아 재판이 열릴거야. 자네가 말끔하게 말하더라도, 상황이 말끔하지 않을 수도 있어. 물론 난 자네를 최대한 돕겠지만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냉랭한 태도로 말하는 그. 로운은 자신이 잘못되면 아이들을 부탁한다고 말하지만, 베히모스는 그제서야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며 입을 연다. 자신과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고작 아이 하나 때문에 피를 봐야하냐는 것이다. 그러나 로운은 정반대로 '고작 아이'하나도 지킬 수 없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한다. 날카로운 신경전 속, 베히모스는 로운에게 부탁한 물건이라며 종이 하나를 건네주고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물건을 가지고 돌아온 로운은 자신 스스로도 이 위험한 행동을 자처한 일에 대해 고뇌하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이튿날 의회로부터 소환장이 날아오고, 모두의 예상대로 로운은 마음을 내려놓고 회관으로 향한다.

본인의 잘못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는가?

넓게 원형으로 트인 회관 내부로, 로운이 한참 올려보아야 할 높이에 의원 수십명이 자리를 잡는다. 그들은 공판이 시작되자마자 로운에 대해 피난을 퍼붙는다. 로운이 도시에 일으킨 잘못을 언급하며, 비록 아이라고 한들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로운은 나름대로 자신을 변호하지만 별 다른 소용은 없다. 결국 '추방령'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이야기가 굳어가던 찰나.

그럴 필요까지 있습니까?

로운은 목소리를 듣고 놀란다. 음영에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나 그 목소리의 주인은 분명 아웬이었다. 난데없이 뒤집어진 분위기 속 수근거림이 고요해지고, 그녀의 눈치를 보는 의원들이 흔쾌히 추방을 외치지 못하자 기적처럼 로운의 처벌은 무효화된다. 붉은 눈의 아이와 로운 모두 아무런 문제없이 윈테라에 남을 수 있게 된 것. 로운은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토록 자신과 만나주지 않고 자신을 거부하던 그 아웬이 어째서 자신을 도와줬는지 그 의도를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어쩌면 자신에 대한 오해와 분노가 사그라든 것일까? 로운은 의문을 얻은채 회관을 벗어난다.


043 골칫덩어리
소름끼쳐
말세야! 전쟁이 끝난지 고작 몇 년이나 됐다고. 그 일 때문에 수 만명이 죽었는데도!

마을에서 퍼진 소문은 '로운이 악마를 데려왔다'는 이야기였다. 윈테라에서의 붉은 눈이란 도시를 재앙에 빠트린 저주이자 괴물과도 같은 존재다. 그런데 그 이방인 아이를 도시에 들였다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비록 공판에서 처벌이 무효화됐다고 한들 사람들은 붉은 눈과 같은 곳에 산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름끼쳤다. 로운은 한트의 의견을 수렴해 당분간 아이를 방에서만 지내게 했고, 동시에 워렛아리사가 아이를 챙겨주도록 만든다. 마침내 로운은 세 아이를 모아 놓고, 이제부터 아이의 이름을 레서스로 지어주게 된다.

너무 늦었지만 이제 네 이름은 레서스란다.
아이는 자신의 이름을 듣곤 중얼거린다.

그러나 로운의 이상과는 달리 워렛레서스에 대한 적대감은 대단하다. 말도 똑바로 하지 못한다며 레서스를 노려보는 워렛. 그 내면에는 오묘한 질투심이 자리잡고 있다. 아리사는 최대한 두 사람을 중재하려고 하지만, 워렛의 공격성은 강하기만 하다. 결국 오해로 시작된 두 사람은 다투게 되고 열심히 아리사가 말리지만 소용은 없었다.

어쩌다 이런 게 들어왔어?
말 예쁘게 해.. 워렛..

어눌한 발음으로 맞서보지만 레서스는 워렛에게 역부족이었다. 결국 아리사의 만류에도 워렛은 레서스를 한 대 치고야 만다. 결국 이 장면을 목격한 로운은 충격에 빠지고, 한숨을 푹 쉬며 아이들을 갈라 놓는다. 잔뜩 승질이 난 두 아이. 아리사 역시 어쩔 줄 모르는 사이 로운은 어떻게든 워렛에게 사과를 시키지만, 그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왜요? 얘 때문이잖아요. 얘 때문에 우리가 욕먹는 거잖아!

그 말은 로운의 속마음을 한층 더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었다. 레서스의 모습을 보며 마치 과거의 자신이 떠오르는 듯 했다. 거부받는 어린아이. 사회로부터 부정 당하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약자. 그럼에도 워렛 역시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곧바로 아리사가 워렛에게 다가와 쉽게 풀지 못하는 로운의 마음을 드러내듯 말해준다.

그런 말 하지마. 선생님도 레서스도, 우리도,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잖아. 잘못된 건 바깥에 있는 사람들인거야.

아리사의 말은 마치 로운이 어린시절 자신을 지켜주던 아웬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마음을 가다듬은 로운은 두 아이를 진정시키고, 아무런 말 없이 꼭 안아준다. 한층 진정된 워렛과 레서스. 여전히 서로를 노려보고 있지만, 이번에는 이걸로 일단락이었다. 로운에게 주어진 과제는 단지 바깥 일 뿐만 아니라 안에도 있다는 것을 로운은 한 차례 더 깨닫는다.


044 가족으로
제발 그만 싸워 쫌!
서로를 노려보는 워렛과 레서스 사이에서 아리사가 한 말

그럼에도 세 사람은 서서히 가족이 되어간다. 그러나 여전히 워렛은 레서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선생님을 곤란하게 만든 존재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두 상냥하게 레서스를 챙겨주는 게 마음에 들 리 없었다. 아리사는 물론 자신과 더 친하다고 생각하는 라한, 한트, 다일도 레서스를 챙겨준다. 불만이 스물스물 자라는 워렛.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아리사가 그런 워렛의 불만을 모를 리 없었다.

결국 늦은 저녁 날 밤. 아리사는 몰래 외출을 하고 돌아오는 로운을 맞이한다.

오늘도 다녀오신 거에요?

로운은 시간이 늦었다며 아리사를 재우려고 하자, 아리사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다. 로운은 단번에 워렛과 레서스에 대한 이야기임을 깨닫고 둘은 함께 방에 들어간다.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한 로운의 방, 매일 워렛에게 청소를 하라던 말이 우습게 그의 방은 엉망진창이었다. 한숨을 쉬는 아리사는 방 한켠의 작은 의자에 앉았지만 의자는 너무 작았다.

역시 아이들은 금세 크는구나.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그만큼 선생님이 너무 바쁘셨던 거죠.

차를 마시며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하는 아리사는, 로운에게 가족이 무엇인가에 대해 말한다.

전 어떤 선택이든 따를 수 있어요. 선생님이 저희를 걷어주셨다는 것도 잘 알아요. 그래도, 저희가 아직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더라도 알고 싶어요. 레서스는 누구에요? 왜 데려오신 거에요? 아무것도 알려주시지 않았잖아요. 우리는 함께 세명이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이 살았어요. 그런데 갑작스레 레서스가 나타나니 당연히 워렛도 혼란스럽겠죠. 그건 저도 마찬가지구요. 이렇게 이야기를 쏟아내서 너무.. 늦은 시간에 너무 죄송하지만, 그래도 알아야겠어요. 그래야 힘을 낼 수 있잖아요. 선생님께서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생각인지 조금이라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로운은 예리한 아리사의 질문에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다. 그리고선 한트의 말을 떠올렸다. 로운 자신에게 있는 것이 가족임을 알아야 한다는 걸. 자신이 아이들에게 너무 무책임했음을 깨달은 로운은, 아리사에게 예전이나 지금이나 늘 고맙다고 말한다. 이후 로운은 레서스에 대해 짧게 이야기한다.

선생님에게는 큰 잘못이 있단다. 너희가 아주 어렸을 때 일어난 일이었지.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어. 그게 변명이 될 수는 없겠지. 선생님의 죄는 너무나 커서, 이젠 돌이킬 수 없을 정도야. 그러다, 레서스를 만났단다. 아무런 도움도 받지못한 레서스를, 선생님이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어. 나 역시도 그렇게 자랐으니까. 또 내겐 죄가 있으니까.. 그래서 레서스를 데려온거야. 난 당연히 너희를 사랑한단다. 그리고 레서스도 너희만큼 사랑하는거야. 비록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았지만, 앞으론 더 길어질 테고. 그러니까 아리사. 선생님이 비겁하지만 네게 부탁하마. 두 사람이 너무 서로를 미워하지 않도록 잘 보살펴줘.

마지막 대화를 끝으로 아리사는 돌아가고, 로운은 홀로 방을 지키며 회상한다. 베히모스와 만났던 날. 아이들을 위하는 건 알지만, 항상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인지 확실히 하라는 말이다. 그러면서 로운은 자신에게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결론은 두 가지 모두라는 당연한 답을 낸다. 동이 트며 창밖이 밝아오고, 자신이 지난 세월 동안 무엇을 배웠는지 되뇌인다. 결국 자신의 목표는 평화였다. 자신의 평화를 헤치는 모든 것을 경계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평화를 얽어낸 실체를 찾는 것이라고.


045 입학 그리고 회상
입학? 무슨 입학?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1년 후. 어느 평온한 낮. 서로 장난치느라 정신이 없는 워렛레서스. 그리고 얌전히 우편물을 확인하는 아리사는 샤샤를 통해 브레이튼 입학원서를 확인한다. 집에 함께 있던 아리사의 오빠 라한은 원서를 확인하며 마침내 세 사람에게도 학교에 갈 시기가 왔다며 미소를 보인다.

얘기는 들었지만.. 이제 너희는 입학을 한다는 거지.
당당하게 어깨를 피고 능청스럽게 자신에게 배우러 오라는 라한

아리사에 비해 여전히 코맹맹이에 불과한 워렛과 레서스는 브레이튼이 뭔지 알지 못했다. 라한은 팔짱을 끼곤 자신이 알려주겠다며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우린 삶에서 필요한 걸 어디서 배우지?
선생님한테.
학교는 그런 선생님들이 가득한 곳이야. 덤으로 너희같은 코맹맹 찌질이들도 많지.

신기하게 생각하는 워렛아리사. 그러나 레서스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 않다.




046 붉은 눈은 무서워
붉은 눈은 나쁜거라 그랬어[3]

예상대로 브레이튼의 생활은 예사롭지 않다. 입학 이후 로운이라는 이름 하에 유명해진 아이들은 각기 다른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특히나 레서스에 대한 반응은 더욱 무거운 빛깔이다. 아이들의 외면은 곧 따돌림이 되고, 머지않아 왜소한 레서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과정이 된다. 특히나 로튼은 레서스가 크게 저항하지 않자 더욱 심하게 괴롭히기 시작한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그렇게 태어난 게 잘못이겠지
047 첫걸음부터
048 승부를 보다
049 쉬어가며
050 산 넘어 산
051 인연의 향방
052 먼발치
053 이상한 쥐
054 현장실습
055 축제
056 상흔

057 생채기
058 위와 아래
059 불행의 시작
060 갈림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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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위하여

로운의 낮이 끝나고 나면 그는 아이들을 재우고 비밀스러운 통로를 지나서 누군가와 밀회를 가진다. 그들은 원로회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목숨을 건 결사대이다. 그들은 3년 전부터 원로회에 대한 정보를 훔치고 있었다. 로운은 밀회를 가지면서 참여자인 다일에게 탐색 목적으로 바깥을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음을 알려준다. 로운은 그것을 받아들이고 중앙마법사들과 함께 거대한 벽 바깥의 세상으로 나간다. 그리고 로운은 그곳에서 우연하게 붉은 눈의 이방인 고아를 찾고, 모두가 말리는데도 자신이 고집을 피워 아이를 무턱대고 도시로 데려온다. 아이의 존재는 도시에 큰 파장이 되었고, 거기서부터 3부의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연한 만남

일어나 워렛!

로운이 바깥으로 외출을 나갔던 시간, 아리사워렛은 오늘이 로운의 생일이란 것을 안다. 그래서 추운 아침부터 도시를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들(라한, 한트, 다일, 샤샤) 등을 만나며 로운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묻게된다. 그러다 한트를 통해서 로운이 어느 열매를 계속 모은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물건을 얻어내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곳에는 처음 본 아이 레서스가 있었다. 두근거림에 열었던 문은 처음 본 낯선 아이였고 그것이 두 사람의 첫만남이자 악연의 시작이었다.

골칫덩어리

소름끼쳐
말세군.. 저것들 때문에 몇 만명이 죽었는지 금세 잊은건가?

윈테라에서 붉은 눈의 상징은 그야말로 재앙 그 자체다. 이방인들과 벌어진 야만과의 전쟁은 잊혀지기엔 너무나 머지않은 일이다. 로운의 동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며 아이를 내보내는 게 맞다고 주장하지만 로운은 차마 고아를 내보낼 수 없다며 거절한다. 그것은 로운이 원하는 속죄 그 자체였다. 거리의 사람들이 두려워하는데도 네 생각이 옳냐고 묻는 한트에게 로운은 제대로 답하지는 못한다. 그나마도 어린시절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던 어린아이들, 워렛아리사에게는 논외다. 아리사는 환영한다며 친절하게 맞이하는 한편, 워렛은 대체 넌 누구냐며 얼굴을 잔뜩 찡그린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레서스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다.

어쩌다 이런 게 들어왔어?
말 예쁘게 해.. 워렛..

당연히 원로회는 이참에 로운을 추방하자는듯 그를 재판에 붙인다. 한트, 라한, 다일 세 사람이 로운의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로운은 5년 전 이후로 다시 들어온 이곳에 기시감을 느낀다. 신분을 가리고 언성을 높이는 원로들은 도시의 규율을 어지럽힌다며 로운을 비난하고 절정에 이를 때 투표를 시작한다. 하나 둘 늘어나는 추방 요청. 로운은 결국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고 눈을 감는다. 그런데 그때 한 원로가 흐름을 뒤집는다.

고작 아이 하나입니다.

로운은 목소리의 주인이 아웬이라는 걸 잘 알았다. 뒤집힌 분위기 속에서, 그 말 이후로 흔쾌히 추방을 말하지 못하고 결국 기적처럼 로운의 처벌은 무효화된다. 레서스가 윈테라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로운은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토록 자신과 만나주지 않고 자신을 거부하던 그 아웬이 어째서 자신을 도와줬는지 그 의도를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가족으로

그만 싸워라 쫌!

마침내 레서스는 정식으로 로운과 함께 산다. 이른바 삼인방(레서스, 워렛, 아리사)의 완성이다. 그렇지만 워렛은 레서스가 반가울 리 없다. 마음에도 들지 않을 뿐더러 자신이 좋아하는 로운을 곤란하게 했으니. 그런데도 모두 상냥하게 레서스를 챙겨주는 게 마음에 들 리 없다. 결국 불만으로 가득 찬 워렛은 레서스를 일방적으로 때리고 싸움은 점점 커진다. 아리사는 급한대로 둘을 떼어놓지만, 이후 몇 번이고 성질을 부린다. 특히 레서스가 말을 좀 배우자 금세 워렛과 싸우려들어서, 어느새 로운이 이 사실을 깨닫고 따로 분리시킬 정도였다. 로운은 바쁜 와중에 두 아이를 나란히 놓고 대화를 하고, 그제서야 사이가 좀 누그러진다. 로운을 돕던 라한은 이러나 저러나 애들이라며 로운의 관심이 필요할 때라고 말한다.

오늘도 가시는거에요?

며칠 후 늦은 밤. 외출을 다녀온 로운은 잠에서 깨어난 아리사와 마주친다. 외출이 아니라 이제야 들어왔다는 로운. 그는 아리사를 쓰다듬고 재우려고 하자, 아리사는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다. 이에 로운은 오랜만에 아리사와 둘이 대화한다. 차를 마시며 천천히 이야기하는 아리사. 아리사는 로운에게 가족이란 무엇인지 주제를 이야기하고, 두 사람은 이제 앞으로 넷이 된 우리는 어떻게 가족이 될까에 대해서 논의한다. 로운은 어른스러운 아리사를 보며 자신이 믿을 건 어른들만이 아니었다고 웃는다. 그리고 라한의 말처럼 자신이 아이들에게 너무 무책임했다고 생각하고, 아리사에게 예전이나 지금이나 늘 고맙다며 안아준다.

아리사가 방을 나가고, 로운은 그날 만난 베히모스의 말을 떠올린다. 베히모스는 로운의 최근 일들을 꼬집으며 조심하라고 말한다. 아이들을 위하는 건 알지만, 항상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인지 확실히 하라는 말이다. 그러면서 로운은 자신에게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결론은 두 가지 모두라는 당연한 답을 낸다. 동이 트며 창밖이 밝아오고, 자신이 지난 세월동안 무엇을 배웠는지 되뇌인다. 결국 자신의 목표는 평화엿다. 자신의 평화를 헤치는 모든 것을 경계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평화를 무너트린 적의 실체를 찾는 것이라고.

입학 그리고 회상

입학?[4]

3인방[5]은 시간이 지나서 15살이 된다. 어느날 샤샤를 통해 온 우편물에 브레이튼에 입학서가 날아왔다. 드디어 입학이다. 로운은 그 전에 아이들의 성장을 체크[6]하고 아이들의 입학을 축하해준다. 이제 윈테라가 익숙해진 레서스지만 다른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겁을 낸다. 하지만 아리사는 로운을 격려하고, 축하모임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이때 로운은 복잡한 심정으로 나가 바깥공기를 마시는데, 로운의 모습을 본 한트는 그를 따라가서 함께 연초를 피운다. 한트의 예상대로 로운은 입학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한트는 그의 걱정을 예상하고 있었고, 자신들이 도울 것이라고 격려한다.그러자 갑자기 로운은 그때 미안했다고 사과한다. 한트는 로운의 어깨를 치고 다시 안으로[7] 들어간다.

시점이 바뀌면서 로운은 세 아이를 데리고 처음으로 바라만 보던 브레이튼에 발을 딛는다. 그리고 더 들어가려고 하다가, 한트, 라한, 다일에게 부탁하고 자신은 차마 들어가지 못한다. 아리사는 로운의 손을 꼭 붙잡고 함께 가자고 하지만 로운은 그저 웃음만 지어볼 뿐이다. 그렇게 그 없는 입학식이 시작되고, 아웬의 인삿말과 함께 삼인방의 학교생활이 시작된다. 그리고 바깥에 머무르던 로운은 어린시절꿈꿔온 것과 아웬과의 대화를 회상하면서 이제는 멀어진 꿈에 대해서 곱씹는다.

붉은 눈은 무서워

붉은 눈은 나쁜거라 그랬어[8]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익숙해지만 레서스는 논외다. 역시나 붉은 눈에 대해서 배운 아이들은 그 꼬리표 때문에 레서스를 괴롭혔다. 사렌은 레서스나 로운은 태생부터 잘못된 사람이라며 피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특히 왜소한 레서스에게는 방법이 없었는데 보다못한 워렛이 레서스를 괴롭히던 로튼을 때려눕히고야 만다. 당연히 머지않아 집에 있던 로운에게도 소식이 전해지고, 교원들도 형식상으로만 처벌할 뿐이지 그다지 큰 감흥을 보이지 않는다. 그게 로운과 삼인방이 처한 현실이다.

너 등신이야?

막상 혼난 건 로튼이 아니라 워렛이었지만 기세는 등등하다. 워렛은 바로 레서스에게 다가서서 등신같이 처맞느냐며 한 대 더 때리고, 바보같이 당할 바에는 맞서 싸우라고 알려준다. 그렇게 악을 쓰는 워렛의 모습에 라한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얻는데, 로운에게 차라리 레서스와 로튼을 대련을 붙이는 것은 어떻느냐고 제안한다. 대련이란 브레이튼에서 같은 학생 신분이 대결을 통해 우열을 가리는 시스템이다. 로운은 그다지 좋지 않다며 부정했는데 워렛은 자기가 알아서 돕겠다고 나서면서 결국 로운도 못이긴 척 허락한다. 이후 세 사람(라한, 워렛, 레서스)은 훈련을 시작하면서 더욱 친해지고 앙숙이었던 두 사람은 친근함을 느끼면서 은근히 친해지는 계기가 된다.

라한은 적어도 레서스가 이길 순 없어도, 무시당할 정도는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한다.

첫걸음부터

자 다시!

남은 기간은 2달, 워렛과 레서스를 빌미로 베히모스의 일거리에서 벗어난 라한는 제대로 레서스를 알려주기 시작한다. 막상 레서스를 돕기로 한 워렛도 막상 시작되니 라한이 엉망이라며 같이 교육받는다. 두 사람은 마법이란 정확히 무엇이며,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교육받기 시작하고, 중간중간 아리사와 그 친구들이 구경을 온다. 처음에는 워렛이 훨씬 운동신경이 좋았지만 반복된 훈련에 적응한 레서스는 좋은 체력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저러는거 보면 애기라니까[9]

결국 노력 끝에 크게 성장한 레서스는 대련을 준비하게 된다. 그런데 이때 라한을 통해서 로튼의 이야기를 들은 레서스는, 로튼 역시도 그렇게 대단히 행복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러자 비록 자신을 괴롭혔지만, 자신은 괜찮다는 말을 한다. 그러자 워렛은 너무 답답한 이야기라며 레서스에게 한소리를 하게된다.

두 사람 사이의 묘한 신경전이 붙고, 라한이 이를 멈추며 다행히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이러나 저러나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고, 곧 대련이 다가온다.

승부를 보다

대련을? 아직 아무것도 안 배웠는데 무슨 대련을 해?

브레이튼에서는 마법도 제대로 못할 저학년이 고학년을 상대로 대련을 신청하자 우습게 여긴다. 그런데 오히려 상대가 붉은 눈인 만큼 좋은 본보기라며 덜컥 허락하고, 오히려 이슈가 되면서 당일날에 많은 사람들이 참관한다. 대부분의 교원[10]도 온다. 그 중에서는 무려 아웬도 있다. 레서스는 처음에는 자신을 늘 괴롭힌 로튼이 두려웠다. 역시나 쉬운 상대는 아니었고, 로튼은 레서스를 몰아붙인다. 하지만 레서스도 재빠른 모습을 보여주었고, 경기는 점차 앞을 다투어볼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단 1점 차. 그렇게 로튼이 지는 듯 했지만..

로튼 디바온의 승리입니다!

로튼은 승리한다. 하지만 로튼은 자신이 진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은근히 자신에게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로튼은 사람들이 들리지 않을 대련장 안에서 레서스에게 다가가 어째서 점수를 내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레서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처다만 본다. 그로부터 한달 전, 레서스는 라한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린다. 고학년이 저학년에게 지면 큰 패널티를 받게 된다는 것. 레서스는 그 말에 모두에게 비밀로 하고 자기가 스스로 진 것이다. 워렛과 라한은 아쉬워하고, 교원들은 이게 정의라며 함성을 친다. 그러나 아웬시빌렌더는 경기를 보곤 레서스가 의도적으로 졌다며 대화를 나누고 자리를 비운다.

그것은 분명히 레서스의 승리였다.

쉬어가며

어머 라한, 너 진짜 못생겼어. 알지?[11]

레서스의 패배야 아무렴 좋다. 훌륭한 경기를 보여준 점만 해도 충분했다. 로운 일행은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저녁식사가 이루어진다. 술에 취한 다일은 라한에게 못생겼다며 웃고, 울상을 짓는 라한을 보고 모두 웃는 등 온화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그러나 로운은 그 재밌는 상황 속에서도 밀린 일을 다하기 위해 서재에 있다. 그에겐 매우 중요한 일이 있었다. 과거에 대한 서류를 원로회는 모두 없애버렸고, 로운의 조사는 늘 난황이었다. 그런데 누군가 어둠 속에서 나타나 로운의 책상에 서류뭉텅이를 넘겨준다. 그곳에는 원로회관 지하에 대한 내용이 있다. 그는 슈펜으로,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다. 슈펜과 로운은 익숙한 듯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원로들의 의혹을 쫓고, 자신이 조사해온 이야기들[12]을 들려준다.

로운은 오늘 정도는 쉬고 가는게 어떻느냐 묻는데, 슈펜은 그저 워렛만 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모두가 잠든 시간 속에서 슈펜은 워렛을 쓰다듬다 말도 없이 다시 사라진다. 로운은 잠든 세 아이들을 보고서 조금은 흐뭇했으나 금세 원로회가 두려워졌다. 자신이 여태껏 살아있는 이유도, 어쩌면 원로회가 다시 자신에게 목적이 있어서는 아닐까 의심이 든다. 이때 로운이 아이들과 있을 무렵 누군가가 로운의 방 자료를 건드리지만 로운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리고 다시 동이 트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산 넘어 산

브레이튼에서는 한 달 정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합숙을 진행한다. 삼인방들도 당연히 예외는 없다. 워렛, 레서스, 아리사는 이제 미우나 좋으나 원치않는 사람들과 함께 방을 쓴다. 명목상으로 합숙은 사회성을 함양하기 위해서라지만 워렛은 너무나 고통받는다. 워렛은 소프랑이라는 선생님에게 전담받으며 공부를 시작하고, 각각의 아이들은 이런저런 마법 이론들을 배우며 생활을 보낸다. 늘 시험을 보면 워렛은 운동신경이 좋아서 체력시험에는 우수했지만 꼭 마법만 하면 형편없는 점수를 맞는다. 이걸 보고 담당 소프랑은 워렛이 뭐가 문제인지 확인해보려고 하지만 워렛은 그냥 멀쩡했다. 즉 그냥 태생이 문제다.

중요한 건 브레이튼에서도 학년 별 낙제가 있다는 것.

하지만 선생님이 졸업 기수 때 차석이었어! 선생님만 믿어!

그 이야기를 옆에서 듣는 아리사와 레서스는 멀뚱멀뚱 소프랑을 보며 신뢰가 안간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워렛에게는 내심 심각한 문제였으니 결국 남은 합숙기간동안 벼락치기라도 하기로 한다. 그런 워렛의 모습을 보니 반년 전 대련이 떠오른 레서스는 피곤하더라도 워렛과 함께 공부한다. 그리고 모두의 예상대로 워렛은 낙제를 면한다.[13] 뿌듯해하는 모두. 소프랑도 눈물의 감격을 쏟아냈고, 아리사는 이제서야 둘이 철 들었다며 뿌듯해한다. 그러면서 머리를 쓰다듬자 얼굴이 붉어지는 워렛을 본 레서스는 그 내면을 조금 알게된다. 어쩌면 워렛그런 감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워렛이 레서스에게 점수를 묻자 레서스가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보여주며 이야기가 끝난다.

인연의 향방

지난 1년간 삼인방에게는 변화가 생겼다. 우선은 키다. 원래 세 사람은 순서대로[14] 161cm, 165cm, 160cm였는데, 그 숫자가 166cm, 166cm, 172cm로 바뀐다. 즉 레서스는 워렛보다 커졌다. 게다가 레서스에 대한 오해가 점차 해소되면서 오직 레서스만 가진 붉은 눈이란 특징은 사람들로부터 더 각인시킬 수 있는 이미지가 됐다. 어느새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그 소심한 성격도 변화하기 시작했고, 아리사 못지않게 브레이튼에서 수재의 위치가 되었다.

별로 안 부러워[15]

반면 워렛은 누구에게 특별히 관심을 받는 것도 아니었으니 은연 중에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한 레서스의 변화가 내키지 않는다.

레서스. 교무부로 가렴. 학사장[16]께서 기다리신다.
그렇게 좋은 생활을 하던 레서스는 그 여름 호출을 받는다. 찾아간 곳에는 선생님 말처럼 아웬이 앉아있다. 문 앞에 선 레서스는 엄격한 이미지를 상상했지만, 막상 만나본 아웬은 단아하고 인자한 목소리였다. 아웬은 레서스에게 성적을 칭찬하고, 브레이튼 안에서 자신과 함께 공부할 생각이 없는지 의견을 물어본다. 레서스는 듣자마자 기뻤으나, 곧바로 가족에게 허락을 맡아야한다고 말하고 그곳에서 나온다. 그렇지만 여전히 뿌듯한 기분이었다.

그런 레서스에게 워렛은 누구를 만난거냐고 묻고, 레서스는 순수하게 아웬을 만났다고 대답하는데..

너 제정신이야?[17]

갑자기 분노하기 시작한다. 워렛은 선생님아웬의 관계를 모르냐며 레서스를 밀치지만, 당연히 레서스는 그 배경을 잘 알지 못한다. 뭐가 문제냐고 워렛에게 짜증을 내는 레서스. 곧 아리사가 나타나서 두 사람을 말리고 당연히 레서스는 모르지 않겠느냐고 워렛에게 꾸짖는다. 워렛은 아리사에게 모르면 그만인거냐며 늘 레서스의 편을 든다고 말하고 나가버린다. 둘만 남은 레서스와 아리사. 적적한 분위기 속에서, 아리사는 조심스레 자신이 알고 있는 옛날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먼발치

언젠가 이야기하려고 했어. 근데, 그게 쉽지는 않거든

아리사는 옛날 이야기를 해준다. 먼 옛날, 전쟁이 일어났을 무렵. 로운과 아웬은 가까운 사이였지만 모종의 일로 사이가 틀어졌다고 한다. 그 일은 바로 로운이 아웬의 가족을 살해한 것. 처음 듣는 이야기에 어안이 벙벙해진 레서스. 그러나 자신이 아는 선생님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며 부정적으로 말한다. 당연히 아리사도 뭔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살해당한 사람은 바로 아웬의 할아버지였고, 때문에 아웬과 로운은 서로 불편한 관계일 것이라며 옛날 일을 설명해준다.

여러모로 이해할 수는 없지만, 레서스에게 다 설명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음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아웬은 자신에게 그런 기회를 줬을까. 분명히 로운이 싫을 테고, 그런 로운과 가족과도 다름 없는 자신을 왜...아리사는 레서스에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해준다. 뭐가 됐든 레서스가 지금 인정받는 학생도 맞고, 앞으로도 대화할 기회는 많을 거라고. 레서스는 자신이 무언가 선생님에게 도움을 주고싶다고 생각한다.

네가 스스로 자기 선택을 존중해도 괜찮아. 선생님은 믿어줄게.

결국 고민하던 레서스는 로운에게 직접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아웬의 직속 교육생이 된다.

이상한 쥐

몇 달 후의 평범한 날. 아리사브레이튼 행정실의 일을 돕고 있다. 교원인 유나에게 부탁한 자료를 창고로 옮기던 아리사는 실수로 발을 헛딛고, 농땡이를 피우고 있던 워렛이 그 장면을 보곤 일을 도와준다. 잠긴 창고에 자물쇠를 풀고 들어간 아리사는 다시 지하를 나오려고 하지만, 워렛은 자신이 잠글 테니 아리사를 먼저 돌려보낸다. 아리사는 조금 의심스러워하지만 딴 짓 하지 말라며 엄금하고 나간다. 당연히 워렛은 설렁설렁 듣고는 평소 궁금했던 학교 지하를 돌아다닌다.

진짜 넓네. 원래 학교가 아니었다더니..

지하는 빈공간도 많았고 굉장히 넓었다. 그러다 워렛은 실수로 자물쇠를 떨어트리는데, 뭔가 쥐같은 동물이 자신의 자물쇠를 낚아챈다. 놀란 워렛은 서류창고 깊은 곳까지 들어가고 앞이 보이지 않자 마법을 써서 앞을 비춘다. 다행히 구석진 곳에 자물쇠가 놓여져있었다. 팔을 뻗어 선반 밑까지 팔을 뻗는 워렛. 그런데 순간 무언가에 물리고, 다시 보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다. 워렛은 기분이 오싹해서 결국 금방 지하를 나오려고 한다. 쥐가 물었다기에는 뭔가 물린 입자국이 이상했다. 마치 여러마리가 이곳저곳을 문 듯..

그런데 누군가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로운은 바로 마법을 멈추고 소리에 집중한다. 떨리는 마음을 잡고, 뒤를 돌아본 순간.

누군가 했네. 여기서 뭐해? 너 밖에서 다 보여

다행히 레서스였다. 괜히 스스로가 바보 같아진 워렛은 금방 일어나지만 알레서스는 먼지 먹는 게 취미냐며 놀리곤 워렛의 옷을 털어준다. 둘은 티격 티격하며 돌아가고 쥐는 잊히어진다. 그리고 두 사람이 나간 직후,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나타나고 혼잣말과 함께 쥐를 밟아죽인다. 쥐는 마치 여러 마리가 섞여서 기괴한 키메라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는 쥐를 수거해간다. 축제 열흘 전이었다.

축제

자자! 빨리 빨리 움직여들[18]

무려 5년 만에 다시 축제가 돌아온다. 3인방(워렛, 아리사, 레서스)는 첫 축제를 기쁘게 준비한다. 다행히 워렛과 레서스의 사이는 나쁘지 않았고 아리사는 그제야 안심하며 함께 물건을 나른다. 지나가던 라한다일에게 애들이 귀엽지 않느냐고 묻고[19] 지루한 일상에서 조금 벗어나 한결 좋아진 분위기 속, 어두운 밤을 밝히는 등은 늘 고요했던 윈테라의 저녁을 환하게 만든다. 곧 음악과 함께 축제가 시작되고, 그 소리를 들은 로운은 과거에 자신이 어릴 적 탑에 갇혀서 바라보던 도시의 풍경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아웬을 회상한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축제를 즐긴다. 탑에 올라있는 한트나, 어두운 건물 속에서 빛을 바라보는 슈펜과 로운. 그리고 삼인방은 남들 몰래 브레이튼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간다. 원래 소프랑이 절대 올라가면 안 된다던 장소였지만, 웬일인지 모범생인 아리사가 주도적으로 둘을 끌고 간다. 레서스는 원칙주의자라 투덜거렸지만, 그곳에서 펼쳐진 도시의 전경과 하늘을 보고 입을 꾹 닫는다. 그 풍경은 아름다웠다.

어때? 올라오길 잘했지?

그렇게 한참을 말 없이 풍경을 바라보던 세 사람은 은연 중에서 서로 원하는 꿈이 있느냐고 묻고, 신기하게도 레서스와 워렛은 둘다 바다를 보고싶다고 대답한다. 아리사는 천생연분이라며 결혼하라고 말하자, 짜증난 레서스가 워렛을 한 대 친다. 그리고 그걸 베히모스에게 걸리며 결국 다시 내려간다. 아래에서 베히모스와 있던 로운은 한참 전에 알았으면서 이제야 혼낸다며 웃고, 베히모스와 로운은 모종의 대화를 하며 거리를 빠져나간다.

저 아저씨는 놀지도 않나봐

한편 아이들을 높은 탑에서 내려다보던 라한. 한트는 그 옆에서 팔짱을 끼곤 근무나 하라고 한 소리 하자, 라한은 자신도 축제가 즐기고 싶다며 징징거린다. 그러니 한트는 그게 아니라 그냥 다일이랑 데이트가 하고싶은 게 아니냐며 놀린다. 라한은 무슨 소리냐며 발끈하고, 그러다 바라본 빛 하나 없는 도시 바깥 풍경을 보곤 무언가 감상이 든 듯이 말한다.

도시 안은 이렇게 예쁜데, 저 바깥은 정말 빛 하나 없네요.

당연하게 아니냐며 시큰둥 넘기는 한트. 라한은 정말 이곳에 이렇게 지내는 게 행복인지 약간의 의문이 든다고 말한다. 결국 바깥 세상을 외면하고 사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이었다. 한트는 복에 겨웠다며 무시하고, 이내 공연이 펼쳐지며 그 날의 축제가 끝난다.

상흔

축제가 끝나고 모두가 제 자리로 돌아온다. 로운은 모처럼 옷을 차려입고 아침 외출을 한다. 그곳에는 오늘 함께 일하기로 한 다일이 있다. 둘은 함께 거리를 걷는다. 오랜만에 같이 걸어서 어색한 감이 있었지만, 다일은 곧 하고있는 연구는 어떻느냐고 묻고, 로운은 의외로 잘 되어가고 있다고 대답한다. 둘은 곧 어느 집에 도착하는데, 그곳에 있는 늙은 마법사가 직접 문을 열어준다. 도시의 변두리 한적한 공간 속, 로운은 그의 다리를 치료해주고 다일은 그 장면을 조용히 지켜본다. 그리고 로운에게 다른데는 괜찮으시냐며 묻고, 노인은 고맙다고 인사한다. 다일은 주변을 보니 그는 혼자 사는 것처럼 보였다. 치료가 끝나고 무사히 나온 둘. 다일은 이런 일이 고되지 않느냐고 묻지만 로운은 멍하니 앞을 본다.

가족이 없는 사람들은, 자기가 외롭고 힘들다고 말할 수 없는 법이거든.

그 말을 듣자, 다일은 발걸음을 멈추고 솔직하게 물어본다.

외로운거죠? 스스로가

갑작스러운 말에, 몸을 멈추는 로운. 다일은 금세 입술을 깨물고는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다일은 자신이 본분을 잊었다고 말한다. 그리고선 다음 목적지라며 이동하고, 로운은 말없이 걷는다. 로운은 그렇게 몇 번이고 홀로있는 사람들, 노인, 어린아이를 치료해준다. 그리고 일이 마무리되고, 다일은 이제 금일 행선지가 끝났다고 말해준다. 로운은 한참이나 생각하고 마음 속으로 적어내리던 대답을 준다.

외롭지는 않아. 외로웠었지.

그리고 로운은 순간 아웬을 기억한다.

다일은 자신이 무례했다며 사과하고, 그 시간에 맞춰서 브레이튼을 다녀온 삼인방이 나타나 다일에게 인사한다. 다일은 로운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간다. 로운은 복잡한 생각 속에서 그런 외로움마저 지워내야 살아갈 수 있다며 독백을 하고 장면이 끝난다.

생채기

이야기 장소는 브레이튼. 워렛, 아리사와 함께있던 레서스는 자신을 찾으러 온 사렌을 보고선 둘이 함께 아웬에게 간다. 이후 레서스는 자리를 비우는 일이 조금 늘어났다. 내심 아리사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좋기도 했지만, 레서스가 없다는 사실에 약간의 허전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레서스는 자신이 바쁘다며 하교를 준비하는 두 사람을 처음으로 먼저 보내고 워렛과 아리사는 돌아가며 레서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아리사는 마음에도 없는 말로, 이러다 레서스가 우리들을 떠날지도 모르겠다며 웃는다.

그 말에 로운은 뒤에서 나타나 아리사와 워렛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가족끼리 굳이 그런 걱정은 필요 없어. 들어가자.

워렛은 돌아온 레서스에게 할 말이 있다며 부르지만 피곤하다고 먼저 들어가버린다. 불만이 많은 워렛이지만 피곤하다니 넘기기로 했다. 레서스가 방에 들어가고, 옆에 서있던 아리사는 또 괜한 말을 하려고 한다며 워렛을 말린다.

그런 거 아니야. 그냥.. 그 사렌이 좀 그래서

워렛은 사렌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몇 년 전, 사렌이 로운을 비롯한 삼인방을 무시했던 발언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서스가 자신의 말을 들어줬으면 하지만 기회가 잘 닿지 않았다. 그러다 라한은 워렛의 고민을 알아차리고는 이야기를 들어준다. 살다보면 서로 상황이 맞지 않아서 오해할 수도 있지만, 결국 믿어주는 것이 상대와 나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워렛은 라한은 매일 같은 이야기를 한다며 질려야하지만 그래도 상황에 맞춰 다시 생각해보기로 한다.

워렛은 자신이 생각을 고쳐먹고, 레서스가 있는 건물까지 걸어간다. 그런데 그곳에서 사렌레서스는 대화하고 있었고, 워렛은 의도치않게 대화를 듣게된다.

솔직히 말이 가족이지. 너랑 걔랑 같은 급은 아니잖아?

옆에 있던 로튼이 맞장구치고, 우연히 말을 들은 워렛은 차마 발길을 떠나지 못한다. 그리고 곧 레서스가 대답한다. 목소리는 아주 선명하게 들렸다.

그렇지.. 뭐.

워렛이 주먹을 꽉 쥐고, 복도 너머로 사라진다.

위와 아래

네가 이겼어. 그렇다고 너무 우쭐하지마.[20]

레서스아웬의 반이 된지 어느덧 1년 정도 지난다. 사렌, 로튼등과 함께 우수교육생이 된 레서스는 이제 워렛, 아리사와 있는 시간보다 다른 사람들과 있는 시간이 더 많다. 휴가로 아리사를 만나러 온 라한은 요즘은 레서스가 통 보이지 않는다고 묻는다. 워렛은 그런 놈 필요없다며 무시해버리고, 아리사는 레서스가 브레이튼에서 할 일이 많아 주로 거기 있는다고 알려준다. 분명 레서스 자신은 1년 전 로운에게 자신이 선생님들 사이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막상 그 시간동안 레서스는 집 밖에 있는 시간이 주가 되어버리고 만다. 특히 성장한 만큼 워렛의 행동이 한심하다며 점점 멀리했고, 아리사의 중재도 통하지 않아 둘은 거의 갈라선 상태다.

아리사는 정말 서로 그럴거냐고 말하지만, 고작 해봐야 워렛과 레서스의 나이는 17이었다.

이해할 수가 없어.[21] 내 생각이 그렇단거야.. 내 생각이

워렛은 솔직히 내키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계속되는 레서스의 행동이 지나치다고 판단한다. 로운은 지난 시간동안 레서스에게 별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마치 레서스가 자신들과는 다른 남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혹시 자신의 선생님에게 나쁜 말을 하지는 않을지, 신뢰를 져버리고 행동하지는 않을지 복잡한 상상이 들기도 했다. 애초에 아웬과 접점이 없었다면 이런 걱정이 생길 일도 없을 텐데. 워렛은 눈을 지끈 감는다.

며칠후 집으로 돌아온 레서스에게 워렛은 다음처럼 말한다.

너무 밖에서만 돌아다니는 거 아니야?

레서스는 나름 충고에 가까운 워렛의 말을 듣고, 자신에게 그렇게 관여할 시간에 너나 잘하라며 무시해버린다. 곧 참지못한 워렛은 그건 이기적인 행동이라며 이성적으로 말한다. 네가 무슨 계획이 있더라도, 선생님에게 있어서 네가 하는 행동이 바람직한건지 스스로 되뇌어보았냐는 말이었다. 아리사도 없는 집에서 두 사람의 한기가 흐르고, 레서스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워렛에게 다가간다. 어느새 워렛보다 훨씬 커진 레서스는 워렛을 위압적으로 내려다본다.

그냥 싫은 거 아니야? 내가 사람들한테 인정받으니까
네가 인정받으려고 선생님은 안중에도 없는거잖아. 이 이기적인 새끼야

둘 사이가 폭발하기 직전, 사실은 방 안에 있던 로운이 나오고 당연히 둘은 놀랄수 밖에 없다. 로운은 뭐라고 할 말이 없어 그저 이제 그만하자고 말하고, 워렛과 레서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를 피한다. 이야기는 찜찜하게 마무리된다.

불행의 시작

더 얘기할 필요도 없어

레서스에게 극심한 배신감을 느낀 워렛은 감정이 회복되지 않는다. 설령 사렌에게 한 말이 얼떨결에 나온 말이라고 하더라도 워렛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다. 비록 로운이 일단락하긴 했지만, 워렛은 아예 레서스에 대한 기대감을 져버렸다. 그리고 그건 레서스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 잘못이 있냐고 이야기 할 수도 없다. 결국 참다못한 워렛은 답답한 심정으로 로운과 마주한다. 워렛의 성격상 워렛은 결코 로운에게 대들지 않았었지만, 이번 만큼은 달랐다.

그렇게까지 레서스를 감싸줄 필요가 있어요?

장댓비가 쏟아지는 그 저녁에 워렛은 로운과 대화한다. 레서스를 감싸주는 이유도, 레서스가 저렇게 행동하는데 가만히 있는 이유도, 그리고 레서스를 도대체 왜 데려왔냐는 워렛. 지난 설움이 폭발하면서 점점 레서스에 대한 혐오의 정도가 넘어가기 시작하고 로운은 이제 그만하라고 말린다.

레서스도.. 레서스도 가족이야 워렛. 응?
그럼 저는요?

결국 워렛은 그 길로 집을 나가버린다. 로운은 워렛이 사라진 걸 알고는 급하게 한트[22]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비오는 늦은밤 워렛을 찾아나선다. 가시거리도 좁아서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밤. 로운은 한참이 지나 서있는 누군가를 발견하고 그게 워렛인 줄 알았지만...

한 사람이 아니라 무려 다섯 사람이었다. 그들은 로운을 보곤 당황하더니 도망쳤고, 남은 자리에는 시체가 한 구 있었다. 그는 베히모스다. 놀란 로운은 뒤따라온 한트에게 상황을 맡긴다. 그는 공포감을 짓누르고 빗길을 뚫으며 워렛을 찾아다녔다. 난데없이 벌어진 일에 도시에 무슨 일이 시작되는 건지 알 수 없다. 그는 그런 불안감 속에서 비를 맞고있던 워렛을 발견하고, 워렛을 안아준다. 무뚝뚝한 워렛은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고, 로운은 집에 가자는 말과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로운은 자신이 굳이 말하지 않았던 솔직한 심정을 토로한다. 자신이 늘 느끼는 죄책감. 자신이 생각하는 잘못. 도시가 자신에게 하는 대우 등 그리고 레서스는 어쩌면 자신에 의해 생겨난 죄일수도 있고, 그래서 자신은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하고 싶다고 말한다. 로운은 결국 진심어린 말에 이를 받아들이고, 그렇다면 자신도 힘이 되고 싶다고 말하며 장면이 끝난다.

갈림길에서

사망하셨습니다.

베히모스가 죽었다. 도시에는 그의 죽음이 알려진다. 로운은 의심스러운 죽음이라며 따지지만 통하지 않는다. 의문점을 무시하고 단지 일반적인 살인 사건으로 치부한다. 로운은 복잡한 상황 속에서 결사대를 소집하지만 모임조차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밀회에서 정보가 누설된 것이 아니냐며 서로 간에 대한 불신만 커진 상태였다. 그런데 한트가 침입자의 흔적을 발견하곤 위고발렌 사이 언쟁이 일어나며얘기가 어긋난다. 로운은 모임을 끝내고 2층으로 돌아와 홀로 방에 남는다.

지금 움직이면 더 위험합니다.

로운이 홀로남자 얘기를 모두 둘은 슈펜이 나타난다. 슈펜은 아직 시기가 아니라며 기다려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로운은 자신이 직접 원로회로 가겠다고 말하고, 결국 그 날 저녁 홀로 원로회관에 침입한다. 아웬의 뒷모습을 본 로운은 홀리듯 그녀를 쫓고, 곧 숨어있던 시빌렌더와 중앙마법사들에게 포위당한다. 그리고 마침내 로운아웬은 13년만에 재회한다. 틀:글 숨김3 끝


  1. 이제서야 자신과 키가 비슷해졌다며 워렛을 놀리는 아리사
  2. 워렛은 "얘량? 내가? 왜?"라고 대답한다.
  3. 로튼의 말, 당대 아이들의 붉은 눈과 이방인에 대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4. 레서스가 어렴풋이 글씨를 읽으며
  5. 워렛, 아리사, 레서스
  6. 다일은 3인방의 키를 재고 레서스는 여전히 예전과 같이 마르고 왜소했고, 셋 중에서 제일 키가 큰 건 아리사였다.
  7. 과거에 한트의 동생이 아웬을 구하다 죽은 것에 대해 말하는 것. 작중으로 약 10년 전
  8. 로튼의 말
  9. 엄청 열심히 하는 라한을 보며 다일이 하는 말
  10. 선생 및 행정원
  11. 다일라한에게
  12. 한 대부분의 구역 역시 잠입이 불가능하도록 정교하게 보호되고 있다고 전해준다.
  13. 최저점으로..
  14. (워렛 - 아리사 - 레서스)
  15. 부럽지 않느냐는 아리사의 질문에
  16. 윈테라/아웬
  17. 기뻐하고 있던 레서스에게
  18. 축제를 준비하는 인부들에게 베히모스
  19. 다일이 뻔뻔하게 네가 더 귀엽다고 말하고, 라한이 얼굴이 붉어지자 열받은 다일이 얼빵해서 짜증난다며 한 대 친다.
  20. 대련에서 진 사렌의 말, 사실상 레서스가 수석의 대열에 오른다.
  21. 아리사가 또 그런다고 뭐라고 하자
  22. 그리고 라한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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