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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부 3부 4부 5부 6부 7부
챕터 제목 내용
061 등잔 밑이 어둡다
......
로운아웬 사이에는 오직 적막만 흐를 뿐이다.

이야기는 3부 마지막과 이어진다. 어느사이 자리를 옮겨 아웬의 집무실에 있는 두 사람. 옷깃스치는 소리마저 없는 그야말로 적막이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두 사람의 거리감은 그야말로 머나먼 심상 그 자체였다. 두 사람은 그 오랜시간에 걸친 재회에도 이루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 탓[1]에 침묵을 지킨다. 결국 침묵을 견디지 못한 로운이 두려움을 걷어내고 아웬에게 베히모스의 죽음에 대해 묻기 시작한다. 그런데 왜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다. 상식적으로 이 작은 도시에서 살인사건이 난다면 도시가 뒤집어지는 게 정상이었다.

어르신이 살해당했어.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는다.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로운은, 금세 예상 외의 답변을 받는다.

알아. 우리도 찾고 있어

찾다니 무엇을?

062 장례식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 다음 생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축복하는 마음으로 보내드립니다. 당신께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063 너와 나
두분께서 서로를 두려워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064 다시 마주하기를
로운, 넌 뭘 윌해서 살아?
065 졸업식
066 머나먼 외출을
067 배웅
068 바깥세상
069 위선자
070 악인
071 진흙탕
072 안식
073 오해
074 폭풍우 속에서
075 마주하다

076 대재앙

여명이 밝아온다.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벽과 그 종탑 위를 지켜보는 사람들. 지평 너머에서 혹여나 나타날 적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 중 누구도 진짜 적이 누군지, 정체조차 가늠하지 못한다. 그런데 갑작스레 도시 안쪽으로부터 비명이 들려오는데..


077 진정한 모습
078 위를 향하여
079 한트 분견대
080 안녕, 윈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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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3부에 이은 4부다. 6부를 제외하고 전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자극적인 내용이 집합되어 있다. 윈테라에서 일어나는 재앙을 다룬다. 현재 작성 중[2]이다. 내용을 보면 중반부 이후에는 불과 이틀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데 그 내용이 방대하다.

등잔 밑이 어둡다

...

3부 마지막에서 만난 두 사람은 어느새 자리를 옮겨 아웬의 집무실에서 마주보고 있다. 그곳에는 아무런 가구도 없이 책상과 책장 뿐이다. 두 사람은 수년만의 재회에도 복잡한 감정[3]때문에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결국 침묵을 참지 못한 로운이 두려움을 덜어내고 아웬에게 베히모스의 죽음에 대해서 묻는다. 그런데 왜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다. 상식적으로 이 작은 도시에서 살인사건이 난다면 도시가 뒤집어지는 게 정상이었다.

아웬은 예상과 달리 순순히 대답한다. 베히모스를 죽인 것은 로운이 끔찍이 아끼는 외지인들의 소행이고, 자신이 조사중이라고 알린다. 로운은 그들 대부분이 죽었고 그럴 능력이 어디있느냐며 부정하지만 마찬가지로 아웬도 그걸 어떻게 확인하느냐며 맞받아친다. 로운은 아웬이 자신에게 감정서린 목소리를 내는 것에 여전히 아웬이 과거 그 시절에 멈추어있다는 걸 깨닫는다. 당연히도 아웬에게 로운은 증오의 대상일 뿐이었다.

로운은 혹시 도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건지 묻지만 아웬은 더 대답해줄 의무는 없다며 이야기를 그만둔다. 적어도 자신이 로운을 처벌하지 않는 것을 감사히 여기라는 차가운 말 뿐이다. 그리고 시빌렌더를 부르고 그는 로운을 끌고 나가려고 하지만, 로운은 마지막으로 아웬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그 말에 아웬은 어이가 없다는 듯 냉소하다가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말한다. 시빌렌더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로운은 풀려난다. 아웬에게는 분명 알 수 없는 의도가 있는 듯 했다.

장례식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 다음 생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축복하는 마음으로 보내드립니다. 당신께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이제야 애 얼굴 보겠구만..[4]

조촐하게 베히모스의 장례식이 시작된다. 라한한트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씁쓸함을 느낀다. 특히 베히모스와 일한 라한은 더더욱 어두운 표정이다. 베히모스는 적어도 도시의 원로였으나 제대로 조사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무리 보아도 이상한 일이었다. 평화롭다고 생각했던 도시는 이번 일로 뒤숭숭하게 변했고, 평화에 생겨난 균열의 원인을 사람들은 다시금 외부로 돌렸다. 이방인. 그것은 늘 도시의 무형적인 두려움이었다. 늦저녁의 장례식이 마무리될 무렵 아웬이 나타나고, 그에게 꽃 한 송이를 헌화한다. 그것을 각자의 위치에서 노려보는 결사대의 일원들은 베히모스의 죽음 뒤에 아웬이 있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웬은 단상 앞에 서서 상상도 하지 못한 말을 내뱉는다.

이처럼 원로회의 안위를 위협하는, 모종의 세력에 대해 우리는 늘 경계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마치 베히모스가 의도적으로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로 듣는다. 그러나 중요한 건 마치 아웬은 베히모스가 원로의 일부이므로 원로가 위협받는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점이었다. 베히모스를 원로회가 살해했다고 믿는 결사대의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로운은 그 장면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장례식이 끝나고 아웬은 홀로남은 베히모스의 부인을 안아주고, 측근들과 다시 자리에서 사라진다. 위고는 늘 아웬의 속을 모르겠다며 혀를 차고, 발렌은 정체를 들킨 것이 아니냐고 작게 속삭이지만 바로 한트가 입을 틀어막는다. 이제 누구도 쉽게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간다.

워렛레서스의 사이는 마치 첫만남 때처럼 같아서 아리사라는 매듭이 없으면 쉽게 풀어져버리는 사이였다. 함께 지내온 세월이 무색하게 두 사람의 복잡한 감정은 풀기 쉽지않다. 결국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 레서스아웬에게 함께 공부하는 걸 그만두기로 결정한다. 아웬은 그럴 수 있다며 순순히 받아들이고, 다만 늘 무엇이 더 중요한 선택인지 생각해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께서 서로를 두려워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아웬의 방에서 나간 레서스. 그가 아웬의 특별교육반을 떠난다는 말에 모두 인사하지만 사렌은 미련한 행동이라며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도 로튼은 마지막까지 같이 공부해서 좋았다며 초저녁까지 함께 대화를 나눈다.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레서스는 저녁식사를 하며 로운과 두 사람에게 이제 좀 더 자유로워지기로 했다며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워렛은 굳이 뭐하러 그랬냐고 감정없이 말하지만, 속으로는 레서스가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제 곧 졸업이야

워렛과 레서스는 간만에 둘이서 대화를 나눈다. 이제 졸업을 한달 앞두고 있다. 대뜸 워렛은 졸업을 하면 어른이 되는거냐고 묻지만, 레서스는 그렇게 쉬운거라면 어른이 되도 소용 없을거라 말한다. 그리고 다시 정막이 이어지다가, 레서스는 우리가 가족이냐고 다시 묻는다. 워렛은 뭘 그런 걸 물어보냐며 웃어넘기지만 결국 대답은 하지 않고 방으로 돌아가고 그곳에 멍하니 있던 레서스는 멍하니 바깥을 본다. 자신의 선택을 계속 되뇌이며, 복잡한 그의 심경과 함께 챕터가 끝난다.

다시 마주하기를

비가 쏟아지는 어느날 늦은 밤 중 로운의 집을 찾아온 시빌렌더아웬이 호출한다며 로운을 데려간다. 로운은 밤거리를 시빌렌더와 묵묵히 걸어간다. 그러다 시빌렌더는 로운에게 뭘 위해서 사느냐고 대뜸 묻는다. 로운은 바로 대답하지는 않고, 고개를 한참이나 숙이고 있다가 그제서야 대답한다.

로운. 넌 뭘 위해서 살아?
가족

그 말에 시빌렌더는 조소하고 영문을 모르는 로운은 침묵을 지킨다. 곧 로운과 아웬은 다시 만나고, 아웬은 지도 한쪽을 가르키며 수색대를 준비할 테니 그곳으로 가 이방인들의 행방을 쫓아달라 부탁한다. 기한은 곧 다가오는 가을. 로운은 자신이 그곳을 다녀오면 자신과 대화해줄 것이냐며 묻고, 아웬은 신뢰를 준다면 로운을 믿어보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로운 역시도 속내로 미심쩍은 마음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분명히 이상한 일이었다. 증오하는 자신에게 이렇게 순순히 계획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로운 자신은 믿어줄 수 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로운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마당에 나와있는 아리사와 눈이 마주친다. 시시컬컬한 대화를 하는 두 사람. 아리사는 워렛과 레서스가 다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한다. 그 말에 로운은 조금은 안심하지만 곧 아리사는 로운의 고민을 파고든다.

또 뭔가 하셔야해요?

그럴듯한 대답이 나오지 않는 로운은 늘 그렇듯 침묵을 지키고, 아리사는 그 답을 안다. 아리사는 로운에게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오므리고, 그 대신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마치 워렛과 레서스는 선생님(로운)을 반반씩 닮았다는 것. 레서스는 그의 침착한 모습을 닮았고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은 워렛이 닮았다는 이야기였다. 자식이 부모를 닮듯, 우리도 가족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아리사는 마치 3년 전 고민에 빠져있던 로운을 안아주었듯이 꼭 안아주고는

다 좋으니까, 우리 곁에 오래 있어줘요. 아빠.

처음으로 로운에게 아빠라고 불러준다.

머나먼 외출

계절은 어느덧 가을이 되고, 도시의 풍경이 바뀐다. 결사대는 오랜만에 하나 둘 로운의 방으로 모여든다. 그 사건 이후 한동안 별다른 일은 없었지만, 역으로 도시의 분위기는 냉혹했다. 얼어붙은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의 방향을 논하는 사람들. 열성적이던 발렌마저도 이제 사실상 이 모임은 포기해야한다고 솔직하게 주장한다. 결국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로운이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아웬과 거래하기로 했어. 일주일 뒤에 바깥을 다녀오기로.

모두가 이야기를 듣고 어이가 없어서 침묵한다. 로운은 아웬의 부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아웬 자신도 로운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 것. 그러나 대놓고 적과 다름없는 사람이니 위고는 대놓고 한 소리를 한다. 모두가 일그러진 얼굴에 보다못한 라한이 말한다.

함정이에요.
알아

한트는 왜 계속 답답하게 구냐며 버럭 화를 내지만, 로운은 그저 자신이 혼자 다녀오고 나머지 인원들이 도시에 있으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당연히 대부분은 결사반대하지만, 그럼에도 발렌은 로운을 혼자 밖으로 보낼 수 없다며 자신이 따라간다고 말하고, 위고도 자신도 간다고 말한다. 한트는 노인네가 거길 왜 따라가냐며 한소리 하지만 자신은 젊으니 걱정없다며 군소리를 내뱉는다. 그리고 이들은 다시 이야기를 정리해본다. 하나, 심상치 않은 도시 분위기. 도시에 무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둘, 이미 원로회가 밀회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다. 셋, 만약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면, 준비한 도시 탈출 계획을 실행한다.. 작전을 확인한 결사대는 이 모임이 마지막이고 부디 별 일 없이 다시 만나길 바란다며 모임을 끝낸다.

그러나 자리에 남은 한트는 로운과 단 둘이 대화한다. 로운의 진짜 속내를 알려달라는 한트. 그러자 로운은 한트에게 말한다. 아마도 그렇게 믿고싶지 않지만, 자신은 죽을 수도 있다. 만약 내가 죽거나 돌아오지 않는다면 네 판단에 맡기겠다고 전한다.

배웅

추운 어느날 갑자기 로운은 세 아이들에게 외출 소식을 전한다. 다음날 아침에 도시의 정문에 모여든 세 아이들은 로운과 함께 떠날 수색대를 보고 짧지 않은 여정이라는 걸 직감한다. 그 중에서도 크게 걱정하는 아리사. 로운은 솔직하게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리곤 여전히 어색한 워렛과 레서스 두 사람의 손을 악수시키고는 사이좋게 지내기로 약속하자고 말한다. 두 사람은 당연히 다 컸는데 낯부끄럽다며 기겁하고, 아리사가 설득해서 마지막으로 로운을 꼭 안아준다. 로운은 아이들에게 각기 다른 말을 해주고, 마지막 인사와 함께 도시를 떠난다.

뒤에서 지켜보던 라한은 아리사에게 무슨 말을 들었냐고 묻는다.

사랑한다고 하셨어
아리사가 환하게 웃으며

그 말에 로운을 배웅나온 모두가 기겁한다. 다일은 그런 말도 할 줄 알았느냐며 놀린다. 그래도 모두가 마지막까지 로운의 뒷모습을 지켜봐준다. 위고, 발렌, 로운을 포함한 수색대는 도시를 떠나고 몇 개의 관문을 지나 아예 도시 바깥세상으로 향한다. 머나먼 곳을 향한 외출이었다.

바깥 세상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람없이 무너져내린 폐허를 보는 수색대원들

도시 바깥으로 나온 10인의 수색대는 비를 맞으며 주변을 탐색한다. 야만과의 전쟁 당시 폐허가 된 일부를 제외하면 온통 숲으로 덮인 바깥엔 인기척이 존재할 리 없다. 한편 위고는 수색대의 엉성한 무장과 준비 상태에 원로회가 수색을 목적으로 자신들을 파견했다고 믿지 않는다. 옆에 있던 발렌은 로운이 있으니 걱정할 게 없다고 말하지만, 위고는 떨떠름한 느낌을 지워내지 못한다. 그렇게 저녁. 위고로운은 몇 마디 대화를 나눈다. 위고는 그 대화를 하며 여전히 로운이 고통받고 있다는 걸 다시금 느낀다.

그렇게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고 잠자리에 들고, 다음 날 그 주변에서 그나마 멀쩡한 집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사람이 머물렀던 흔적이 있다. 수색대원들은 악마같은 이방인들이 남아있는 거냐며 두려워한다.

악마들이 남아있다고?
수색대원들의 말

위고의 질문에도 생각에 빠진 로운은 대답이 없고, 곧 후미에 있던 수색대원들이 의문의 적들에게 습격당하며 난투가 벌어진다. 후드를 덮어쓰고 정체를 숨긴 그들은 사방에서 나타나고, 로운은 자신이 맨 앞에 서서 그들을 처리하며 도시에서 빠져나가려고 애를 쓴다. 그러다 그들 중 하나를 잡아 후드를 벗겨보자 그 정체는 바로 검은 피부의 이방인이었다.

위선자

들은 13년 전 모두 죽었다고 생각한 이방인이었다. 검은 피부와 붉은 눈을 가진 윈테라에게 있어 악마와도 같은 존재. 로운은 이제서야 그들의 상태를 살펴본다. 돌아간 눈과 침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서 그들이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5] 겁에 질린 수색대원들은 전의를 잃고, 발렌위고 역시 공황에 빠진 상태다. 끝도 없이 밀려드는 적에 수색대는 전멸 직전이었고 결국 로운의 두 동료까지 세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처음에는 적들의 팔과 다리만 노렸으나 너무나도 많은 탓에 로운은 지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제서야 적들의 뒤에 숨어있던 누군가가 등장한다.

옛날에는 잘만 하더니, 이제와서 착한 척이라.

그는 아웬의 부하이자 로운에게도 과거의 전우였던 시빌렌더였다. 그는 로운에게 비꼬듯이 말한다. 그리고 곧 충격적인 진실을 발설한다.

그렇겠지. 로운. 네가 네 마음 편하겠다고 이 악마같은 족속들을 살려뒀으니까 이런 결과가 나오는거야.

사실 이방인들을 살아남은 것은 다름이 아닌 로운 자신이 한 행동이었다. 로운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시빌렌더는 계속해서 로운을 몰아붙인다.

친구도, 가족도 다 죽였으면서

그 발언에 결국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로운은 과호흡 상태에 빠진다. 위고와 발렌은 어떻게든 로운을 부축하고 이곳에서 빠져나가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위고는 로운에게 귀에 대고 소리를 치며 정신 차리라고 재촉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계속된 싸움에 체력이 소진되고 중상을 입는다.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로운은 힘겹게 말을 내뱉는다. 이미 로운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악인

왜? 왜... 이렇게까지 하지?
네가 역겨운 위선자니까. 위선적이고, 가식적이고, 역겹고 이기적이니까.

로운은 감당하기 어려운 기억 속에서 계속 허우적대고, 결국 자신을 공격하는 모든 사람들을 끔찍하게 살해한다. 로운은 자신들이 구해주었던 이방인들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없애고, 허망한 눈과 함께 시빌렌더의 앞에 선다. 시빌렌더 역시 자신이 실패했구나 혼잣말을 중얼거리지만, 개의치 않고 로운에게 달려든다. 그는 곧 두 팔을 잃어버리고, 그 앞에 무릎을 꿇게 된다.

10년전. 네가.. 중앙마법사들에게 도망치던 날. 네가 죽인 사람들 중엔 내 여동생이 있었어. 착하고 바보같은 동생이었지.
시빌렌더가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며
...
이제 도시로 돌아가면 모든 게 시작된다. 나는 너같은 괴물을 죽일거라 기대하지도 않았어. 그냥 나는.. 나는 네가 고통받기를 바란거야. 네가 내 여동생을 죽인 그 순간부터.. 나는 평생동안 네가 망하기만을 바랬다. 로운. 너는 너 스스로를 너무 맹신해. 그건 위선이야. 적들을 죽인 것도, 친구들을 죽인 것도, 아르크가 죽은 것도, 내 여동생도.. 네 가족도... 아웬을 배신한 것도. 모두 네가 한 행동이지. 부정해봤자 그 사실은..

시빌렌더는 빠르게 내뱉던 말에 숨을 헐떡이고, 마지막으로 말한다.

변하지 않아. 너는.. 악인일 뿐이야.

시빌렌더는 준비해놓은 마법을 읊조리고, 자살한다. 로운은 한참이나 제 자리에 서서 주변의 핏빛 광경을 바라본다. 그 위로 거친 장댓비가 쏟아지고, 로운은 두 손을 덜덜 떨며 발렌과 위고를 업고 수색대의 말들이 묶여있는 장소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미 발렌은 죽었고, 위고 역시 중상 때문에 의식이 흐려진 상태였다. 위고는 피묻은 손으로 로운의 등을 토닥이며 말한다.

그 전쟁에 죄가 없는 사람은.. 없다. 책임은.. 모두에게 있는거야. 죄책감.. 먹히지마라. 넌 그럴 자격이 있다..

그가 숨을 거두고, 로운은 도시에 다다른다. 도시에서는 정체모를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진흙탕

불이다! 큰 불이야!

로운이 탄 말의 발굽이 진흙탕에 맞부딪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도시에서는 거친 비가 쏟아지는데도 불줄기가 줄어들지 않고, 원로회관은 엄청난 화재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검게 그을린다. 혼란에 빠진 도시에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워렛은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멍하니 원로회관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다 사람들이 쓰러지는 건물에서 도망치며 군중의 파도에 휩쓸리고 함께 있던 레서스, 아리사와 헤어지게 된다. 워렛은 아리사를 찾지만 보이지 않았고, 더 높은데로 올라가기 위해 인적이 없는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를 찾아라. 곧 돌아올거다. 발견하면 죽여라.

그런데 워렛은 우연히 중앙마법사들과 아웬을 보고 무장했다는 사실을 파악한다. 대화를 통해 이상한 낌새를 느낀 워렛은 자리에서 빠져나오려고 하지만 결국 들킨 워렛은 마법사들에게 쫓기게 되고, 아웬이 로운을 죽이려고 한다고 믿는다.

한편 돌아온 로운은 마법으로 거대한 문을 두동강낸 후 놀란 사람들을 무시한 채 그 자리에 위고발렌의 시체를 내려놓고, 아이들의 이름을 속삭이며 말을 타고 달린다. 분명 시빌렌더는 죽기 직전 무언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갈 수 있는 지름길인 브레이튼 건물을 지나고, 결국 그 큰 회관에서 아웬과 마주친다. 로운은 아웬에게 무언가 말하려다, 그녀는 말섞을 틈 없이 로운을 검으로 찌른다. 이미 모든 힘을 소진한 상태였던 로운은 더는 저항하지 않았고, 짧은 대화 후 아웬은 사라진다. 로운의 최후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 워렛과 아리사를 찾고 있던 레서스가, 거짓말처럼 죽어가는 로운을 발견한다..

안식

모두 내 죄다.
점점 힘을 잃는 로운이

충격을 받은 레서스는 급한대로 로운을 지혈하려고 하지만 소용없다. 로운은 흐리멍텅한 눈으로 레서스의 손을 잡고, 자신이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남은 시간동안 레서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전한 후, 마지막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한다.

내겐 그 모든 게 죄였다. 이기적인 마음 뿐이었고, 과한 기대도 있었어. 네가 사랑받았으면 했다. 마치 내가 받지 못한 사랑을, 너라도 받았으면 했어. 그렇게 하면 내 죄가 나아질거라 믿었지. 네가 사람들에게 인정받았을 때, 아웬에게 관심받을 때, 워렛아리사, 너희가 함께 있을 때. 내가 잃어버린 걸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 그렇지만 나는 너희에게 무엇하나 제대로 해준 게 없었다. 그저 짐을 떠맡긴거야. 나는 늘 그렇게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어. 선생님은 그냥, 사랑받고 싶었던 것 같아. 그저 그거 하나에 목매어서.. 너희가 서로를 오해하고 싸울 때조차, 너희에게 미움받을 용기가 없어서...
자신의 모든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레서스.. 아웬을 따라가야 해. 아웬을 따라가..

그는 점차 초점이 사라지고, 비가 오는 잿빛 하늘을 바라보며 눈을 감는다.[6]

레서스는 한참이나 로운을 붙잡고 어린아이처럼 엉엉 운다.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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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테라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입니다.

워렛은 자신을 쫓는 중앙마법사들을 피해 추격전을 벌인다. 우겨곡절 끝에 기지를 발휘한 워렛은 그들을 포박하고, 입구로 향하는 지름길인 브레이튼을 지난다. 그러다 누군가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곳에 가자, 이제는 눈 감은 로운과 끌어안고 있는 레서스를 발견한다. 하염없이 뛰어다닌 워렛은 숨을 헐떡이며 이해할 수 없는 장면에 손을 부르르 떨고, 어째서 로운이 저렇게 쓰러져있는지 묻는다.

이게.. 뭐야?

그리고 워렛은, 기어코 아웬이 로운을 죽였다고 확신한다. 하염없이 우는 워렛은 그와중에 레서스를 일으키며, 한트에게 가야한다고 말하지만, 레서스는 선생님께서 아웬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며 다른 주장을 펼친다. 로운은 그 말에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

무슨 개소리야? 선생님을.. 선생님을 그 인간이 죽인거야. 아직도 몰라?
하.. 선생님께선 아웬님을 따라가라고.... 했어.
님?
완전히 신경질적인 표정을 하며

레서스는 워렛의 반응을 당연히 이해할 수 없어서, 왜 자신의 말을 단 한 번이라도 믿지 않느냐며 울분을 토한다. 이 중요한 순간마저 자신에게 적대하고 의심하는 워렛에게 과거의 일들이 겹치며 스트레스가 폭발한 것. 그런데도 워렛은 레서스에게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밀쳐서 넘어트린다. 두 사람에게는 살의가 가득했다. 워렛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고, 이를 악물다가 결국 해선 안되는 말까지 해버린다.

시발새끼.. 너도 한패지? 너도.. 너도 선생님이 죽길 바란거 아니야? 선생님이 전쟁에서 너랑 똑같이 생긴 사람들 잔뜩 죽였으니까! 그래서 아웬이랑 그렇게 한거 아니냐고... 이 더러운 이방인 새끼야.
완전히 이성을 잃은 채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말에 끔찍한 살인충동을 느낀 레서스는 당장 워렛에게 달려들고, 자신의 덩치로 워렛을 제압해 맹렬하게 주먹질을 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죽일듯이 싸우고, 레서스가 워렛을 목조르던 때. 뒤늦게 장소에 도착한 사람들이 두 사람을 발견한다. 그들 중에서는 둘을 찾던 한트아리사도 있었다. 워렛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자 이렇게 외친다.

레서스..?
레서스가.. 레서스가 선생님을 죽였다!!!

레서스는 그제서야 워렛을 목조르고 있는 자신을 자각하고, 아리사와 한트,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의 피묻은 손을 보고있다는 걸 깨닫는다. 몸을 덜덜 떠는 레서스는 워렛을 뒤로한 채 도망쳤다. 워렛은 하염없이 쉰 목으로 레서스가 선생님을 죽였다고 소리쳤고, 레서스는 모든 걸 잃은 채 도망친다...

폭풍우 속에서

이것은 물러설 수 없는 전쟁입니다. 적들은 이방인들입니다!

사람들의 노력으로 원로회관의 불길이 멎고, 먹구름 아래 비도 그치지만 아비규환은 여전하다. 회관에 무장한 모습으로 나타난 아웬과 중앙마법사들은 시민들을 통제하고, 원로들 대다수가 살해당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알려준다. 사람들은 아웬 앞에 서서 이제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묻자 이것이 전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가 말한 적은 바로 이방인이었다. 그녀는 포로로 잡은 이방인들을 사형시키고, 남은 자신들이 모든 위협에 맞설 것이라며 따라달라고 부탁한다. 대중들은 이도저도 할 것 없이 그말을 모두 믿었고, 도시는 계엄령에 들어간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지켜보는 로운의 동료들은 단단히 잘못됐다는 걸 아는데도 저항할 수 조차 없다.

같은 시각, 로운의 시체는 중앙마법사들이 실어가고, 허망한 워렛아리사는 눈물을 흘리다 쓰러진다. 다행히 한트는 아직까지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지만, 자신 역시도 징병으로 끌려갈 상황. 도시는 한치 앞을 알 수 없었다. 다행히도 로운이 마지막으로 남긴 부탁에 따라 그들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아이들은 급한대로 다일이 맡기로하고, 예상대로 하루만에 이방인들을 찾고 싸우기 위한 군대가 편성된다. 워렛은 도망친 레서스를 잡아야 한다며 안달을 내지만, 라한은 정신 차리라며 워렛의 앞길을 막는다. 워렛의 저항도 강력하다.

그럼.. 나는 아무것도 못해? 바보같이 계속 여기 있으라고?
그래. 그냥 바보같이 여기 있어 제발!
라한이 워렛을 막으며

아웬의 지휘 아래 수천명의 군인들이 출정을 준비하고, 그 사이에서 라한의 만류에도 나온 워렛은 그들 사이로 숨어서 도시를 빠져나간다. 그러니 아리사도 어쩔 수 없이 워렛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이방인들과의 전쟁을 위한 출정으로 3개의 정문이 열리고, 엄청난 수의 행군과 종소리가 이어진다. 높은 벽 위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슈펜다일. 다일은 이게 정말 전쟁이 맞느냐고 묻고, 적은 어디 있느냐고 말한다.

적은.. 대체 어디에 있죠?
적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며

슈펜은 우리가 할 수 있는걸 해야한다고 말하며, 둘은 도시를 지키고 있는 아웬의 측근 그랜비를 찾아간다. 다일은 지금같이 위험한 상황에서 시민은 보호해야 한다며 이들을 지하로 대피시키자고 조언한다. 실무자들은 두 사람의 의견을 납득하고, 다일은 수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지하로 차근차근 대피시킨다. 그런데 본래 같이 가기로 했던 슈펜은, 자신은 남아서 노베른과 싸우겠다며 다일만을 보낸다. 그러면서 슈펜은 장난스럽게 라한이 걱정되지 않느냐고 묻자, 다일은 얼간이긴 해도 건강히 돌아올 것이라며 웃어 넘기고 대피소의 문을 닫는다. 슈펜은 안에, 다일은 밖에 남은 것이다.

마주하다

정말 워렛을 따라갑니까?! 그래도 되요?!
조그가 대열을 이탈하는 것을 걱정하며
아저씨가 책임져 진짜!
한트에게 뭐라하는 소프랑

엄청난 수의 군대가 산개되어서 적들을 찾아나선다. 짐마차에 숨어든 워렛과 아리사는 기수가 없는 후미의 말들을 훔쳐타서는 무리에서 벗어난다. 그리고선 아리사에게 마법을 부탁하고, 아리사는 레서스가 있는 위치를 찾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말을 훔치는 장면을 목격한 한트의 분견대는 워렛을 보곤 깜짝 놀라서 워렛을 따라가기 시작하고 결국 자신의 열 전체를 이끌고 이탈해버린다. 부관들은 아웬에게 한트의 이탈을 보고했지만, 그녀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적이다! 이쪽에 적이 있다!

곧 군대는 정체모를 적들을 마주하고, 전투에 들어서지만.. 엄청난 화구가 이들을 덮친다. 적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다른게 아니라 [7]이었다. 순식간에 숲은 죽음으로 뒤덮이고, 마법사들은 견디지 못하고 전선에서 대거 이탈한다. 애초에 도시의 군대는 적들과 제대로 싸울 능력조차 없었다. 의문의 적들은 수천명에 달하는 도시 군대를 격파하고, 그들은 대부분 도망치지 못하고 살해당한다. 아웬의 부관들은 아웬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목숨을 바치지만, 결국 그들마저 목숨을 잃고 불길 사이로 아웬만이 남는다. 검정색 복장의 군인들은 아웬을 둘러싸는 순간...

아웬 경, 인사드립니다. 책무를 다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레마니아까지 당신을 모시겠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레이먼트라고 밝힌 거구의 남성은 아웬에게 정중하게 인사한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 마법사들은 멍하니 아웬을 처다보고, 군인들은 남은 마법사들의 목숨을 끊는다. 아웬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에서 나와 레이먼트에게 레서스가 어디있는지 묻는다.

장면이 바뀌고 아리사는 마법을 통해 계속 레서스를 추적한다. 워렛의 예상대로 정말로 레서스는 혼자서 도시를 탈출했던 것이다. 결국 숲 한켠에 멈춰있는 레서스를 발견하고, 세 사람은 다시 모인다. 이미 한참이나 분노에 빠진 워렛 대신 아리사가 나와 레서스에게 묻는다.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거지?
아리사의 레서스에게 묻는 질문
...당연하지. 내가.. 내가 그런 게 아니야.
울먹거리는 레서스
그럼? 그럼 누가 그랬는데?
워렛이 잔뜩 화가난 상태로

레서스는 워렛이 뭐라고 하든말든, 자신의 말을 이어간다.

선생님께서.. 아웬님이랑 같이 이곳에서 탈출하라고 하셨어. 지금이라도 가자 아리사. 그 방법밖엔 없어.. 다 설명해줄게! 가자..
그 말에 속지마. 그 인간이 그리고 레서스가 선생님을 죽인거야. 저게 말이 돼? 양심이 있으면.... 이러면 안되지. 레서스

결국 레서스는 눈물을 흘리며 부탁한다.

제발.. 한 번만.. 나를 좀 믿어줘.

아리사는 그 사이에 서서 번갈아가며 두 사람을 바라본다. 이때 누군가의 공격으로 지면이 무너지고, 세 사람은 지하로 추락한다.

붉은 거인

괴.. 괴물이다!

추락하는 장면으로부터 어두워진 시야가 다시 밝아지고, 도시에서는 벽 위에 수많은 사람들이 서서 적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 중 누구도 적이 누구인지는 모른다. 그런데 갑자기 도시 안쪽으로부터 비명이 들려오고, 바닥에서 솟아난 괴물 하나가 도시를 누비기 시작했다. 사람이 뒤엉킨 형태를 한 붉은 거인[8]은 사람들을 잡아먹고, 그제서야 벽에서 내려오기 시작하는 사수들은 괴물에게 맞서지만 가까이 서는 족족 잡아먹힌다. 첨탑에 오른 노베른은 이 장면을 바라보며 사람을 씹어먹는 소리에 괴로워한다.

노베른은 화살 끝에 불을 붙여 괴물에게 쏘아 마법을 사용하고, 슈펜이 거대한 창으로 물리치는데 성공한다. 큰 피해를 입은 수비대. 그런데 이런 괴물이 도시 곳곳에서 수십 마리가 일어나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 노베른은 답이 없다며 혀를 찬다.

죽을 날이 바로 오늘이었구만.
노베른이 침을 삼키며 한 말
말도 안돼..
그랜비가 엄청난 수의 붉은 거인을 보며

수비대는 이후에도 영웅적으로 전투에 임하지만 대다수는 잡아먹히고, 수비대는 괘멸 직전까지 몰린다. 이것은 학살과 다름없었다. 결국 끝까지 사람들을 다독이며 전투를 이끌던 수비대장 그랜비까지 잡아먹히자, 전의를 상실한 수비대는 자리에서 이탈해 거리 곳곳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제는 아예 사냥을 하듯 잡아먹는 괴물들은 대다수의 수비대를 삼키고 슈펜과 남은 사람들도 죽을 위기에 봉착한다.

뛰어! 계속 뛰어! 지하로 가!
노베른슈펜에게 소리치며

절체절명의 순간 노베른은 첨탑 위에서 괴물의 관심을 끌고, 슈펜은 노베른의 말대로 지하 대피소가 있는 입구로 사람들과 도망치기 시작한다. 노베른은 최후까지 첨탑에서 저항하지만, 결국 붉은 괴물이 자신에게 다가오며 자신의 최후를 직감한다. 그녀는 그 순간, 괴물의 상처에서 쏟아져나온 인간의 형상들을 보고는, 무언가 알았다는 듯 휘둥그레한 눈을 뜨며 최후를 맞이한다.

진정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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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슈펜이 숨을 내뱉으며

비명을 뒤로하고 홀로 살아남은 슈펜은 지하대피소로 들어온다. 그곳은 불과 반나절 전에 다일과 헤어진 장소다. 그런데 입구부터 풍기는 악취와 피비릿내에 슈펜은 코를 막고 마법으로 빛을 비춘다. 그 발 아래에는 웅덩이진 피가 있었고, 곧 그 앞에 사람의 머리를 발견한다. 그것은 참혹한 학살의 풍경이었다. 슈펜은 몸을 덜덜 떨고,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는데, 앞에서 갑작스레 다일이 등장한다.

다일.. 이게 대체 어떻게..

다일은 정확하게 슈펜의 급소[9]를 찌른다. 슈펜은 흔들리는 동공과 함께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뭔가 제대로 질문할 틈도 없이 슈펜은 고통에 몸부림치고, 곧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었던 슈펜은 왜소한 여성의 모습으로 변한다.[10]그것이 오랜시간 슈펜이 숨겨온 본모습이었다. 얼굴을 덮고있던 앞머리를 넘기는 다일은 한숨을 쉬고는 슈펜을 발로 밟는다.

슈펜 라이데리히. 트라시온의 이름으로 너를 처단한다.
다일.. 그런거였구나. 바깥 세상에서 온거였어.. 나와 마찬가지로..

슈펜은 그제서야 다일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바깥세상에서 도시로 숨어든 외부인이라는 걸 깨닫는다. 저항할 힘을 상실한 슈펜은 호흡을 고른다. 다일은 지난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차가운 표정과 말투를 갖고 있었다. 그게 그녀의 진정한 모습이었던 것.

그럼.. 이 모든 게 결국.. 트라시온...
슈펜의 말
너무 억울할 것 없어. 모든 건 숙명이니까.

최후를 맞이할 순간, 누군가가 나타나 다일을 공격한다.

씨발!

그는 아르크였다. 다일은 난데없이 등장한 아르크의 공격을 막다가, 지나치게 밀리자 결국 다른 곳으로 도망친다. 배를 움켜쥐고 쓰러져있던 슈펜은 누구냐고 묻지만, 그는 정중하게 욕을 한 번 더 하고는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묻는다. 슈펜은 상황을 설명해주고, 아르크는 멍을 때린다. 자신이 이해하기엔 너무 복잡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애시당초 자신이 어떻게 살아있는지도 모르는 상태. 슈펜은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하자 간단한 치료만 해주고 떠나려는 아르크를 다시 한 번 더 붙잡는다.

제발.. 제발 도와줘요.. 밖에 동료들이 있어..
아르크에게 매달리며
미안하지만 가망이 없어. 지금 나가면 개죽음일 뿐이야.
너무나 냉정한 대답

아르크는 시체에서 벗겨낸 신발과 옷을 입고는, 슈펜을 업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문득 아르크는 로운이 떠오르고, 슈펜에게 로운을 아느냐고 묻자, 슈펜은 여러 생각을 하다가 로운은 며칠 전 죽었다는 사실부터 알려준다. 아르크는 그 말을 듣고는, 한참이나 침묵한다. 도시 지면에서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그 진동은 도시 바깥까지 웅장하게 퍼져나간다.

위를 향하여

윈테라에서 일어난 거대한 폭발. 그리고 그 미세한 진동으로 잠들어있던 워렛아리사를 깨운다. 동굴에 추락한 직후 등에 상처를 입은 워렛은 가까스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아리사는 가쁜 숨을 내몰아쉬고, 워렛은 아리사가 큰 내상을 입었다는 걸 알아차린다. 아리사를 업고,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빛을 밝히는 워렛. 조금 정신을 차린 아리사는 워렛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워렛은 대충 어이없다는 웃음으로 대답한다.

그래도 혼자 살겠다고.. 도망은 안쳤네 너.
장난스러운 말투로

둘은 두세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이동하지만, 서로 힘들어서인지 말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결국 당장 탈출은 무리라고 여긴 워렛은 동굴 주변에 떨어져있는 나뭇가지들을 모아 불을 피운다. 여전히 숨이 불안정한 아리사는 천천히 레서스에 대한 워렛의 생각을 묻기 시작한다.

분명 레서스한테 뭔가 이유가 있을거야.
듣고싶지 않아.

워렛은 이미 너무 지친 상태였다. 짧은 시간 안에 밀려든 수많은 사건이 워렛 뿐만 아니라 모두를 지치게 한다. 선생님이 죽었다는 사실도, 전쟁도, 사라진 레서스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아리사가 계속 레서스를 옹호하려고 들자 워렛은 그저 부정해버린다. 그럼에도 아리사는 조금씩 조금씩 워렛의 화를 진정시키고, 워렛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래도 우리가 완성되려면.. 레서스가 있어야하잖아?
힘겹게 웃으며

조금씩 눈물을 흘리는 워렛은 눈물을 닦아내곤 힘을 내보겠다며 아리사를 안아주고, 예전에 소프랑에게 배웠던대로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결국 동굴의 끝, 출구인 가파른 길목에 도착한다. 워렛은 이를 악물고 아리사를 몸에 묶은채 위험한 길을 기어오른다. 워렛은 그 험난한 지형을 오르며 아리사에게 조금씩 자신의 속마음을 말한다.

난 늘 네가 좋아. 앞으로도 계속.. 계속 곁에 있으면 좋겠어. 아리사.

그리고 출구 부근에서 한트의 목소리를 들은 워렛은 탈출에 성공한다.

한트 분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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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줄 알았어
소프랑의 투덜거림

약 20인 정도의 한트분견대는 사라진 워렛을 찾아나서지만 금세 숲에서 길을 잃는다. 역시 한트를 믿으면 안됐다며 웅얼거리는 소프랑. 그런데 갑자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는 한트는 전투를 피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알려준다. 이제부터 도시에선 대재앙이 벌어질 테니 도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그 말 뜻을 이해할 수 없던 조그, 소프랑, 등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고, 대답도 하기 전에 숲 한쪽에서 거대한 불길이 피어오른다. 한트는 말에서 내려 모두에게 상황을 알려준다. 도시에서는 우리가 모르는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고 우린 도망쳐야 한다는 것.

하지만 워렛은 어떻게 하죠?
라한이 걱정하는 말투로
우선 너희는 도시 동쪽의 산으로 가라. 여긴 나, 소프랑, 조그가 꼬맹이들 찾아볼테니까.
아니 난 왜? 참나
소프랑이 황당하다는 듯

결국 의견을 수용한 사람들은 라한을 따라 이동하고, 남은 세 사람은 워렛을 찾아나선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워렛과 아리사가 탔던 말을 발견하고, 그곳에 무너져내린 동굴을 확인한다. 소프랑은 두 사람의 위치를 확인하고 마침내 탈출하고 있던 워렛을 발견하면서.. 무사히 구출할 줄 알았지만.

아리사가.... 숨을 안쉬어
소프랑이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결국 추락으로 입은 내상이 악화되면서 아리사 역시 죽는다. 워렛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지고, 한트는 그 상황 속에서 두 사람을 말에 싣고 자리를 벗어난다. 소프랑과 조그는 울먹거리며 아리사를 깨워보지만 이미 아리사는 죽은 직후였다. 한트는 혼잣말로 로운에게 미안하다며, 그들은 약속한 장소인 도시 동쪽 산으로 이동한다.

안녕, 윈테라

끝이야.. 완전히 끝이라고.
로튼의 목소리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동쪽 산으로 모였다.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로튼 역시, 아웬이 적들과 떠났다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됐냐며 묻는다. 그들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산에서 도시를 지켜보는 그들은 도시가 화마에 뒤덮여 무너지는 허망한 모습을 지켜만 봐야 했다. 먹구름이 걷히고 트인 해는 햇빛을 비추고, 그제서 사람들은 평생동안 살아온 고향이 멸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라한한트로부터 동생 아리사가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절망에 빠진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나타난다.

아리사?
아르크의 목소리
아르크? 네가 어떻게.. 넌 죽었잖아.
한트의 의문스러운 표정

모두가 죽은 줄 알았던 아르크는 살아돌아왔다. 그것도 슈펜을 살린 채. 아르크는 쓰러진 아리사를 보고서 라한과 함께 동생을 붙잡았지만, 의식없는 아리사와 배의 상처를 보고서 마찬가지로 슬픔에 잠긴다.

이제.. 이제 어떻게 해야해? 우리는...

모두가 방황하는 사이, 모습이 변한 슈펜은 그들 사이[11]에 섰다.

어디로 갔는지 알아

슈펜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전해준다. 하나, 도시 바깥 세상은 트라시온이라는 거대한 세력이 지배하고 있다. 도시를 파괴한 것은 그들이다. 둘, 아웬은 그들에게 도시를 팔아넘기고 자신은 그들과 함께 떠난 것이다. 셋, 자신도 바깥세상에서 왔고, 자신은 이제 이곳을 떠날 것이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사람들은 충격에 빠진다. 윈테라는 우물 안의 세상에 불과했다. 슈펜은 사람들에게 자신과 바깥으로 떠나자고 말한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사람들은 금방 답을 낸다.

그 인간들이 누구든... 나는 끝을 봐야겠어
분노에 찬 아르크

살아남은 사람들은 본 적 없는 바다로 이동한다. 그리고 함께 이동하는 워렛은 넋이 다 나간채로 헛웃음을 짓는다. 자신의 처지와 로운, 아리사가 떠오르고 어디서부터 어긋난 건지 헤아리려 하지만 금세 울며 이를 악문다. 이제 자신에게 남은 게 없었다. 워렛은 그저 자신의 모든 걸 망친 레서스가. 처음부터 없었다면. 자신이 그 자리를 대신해서 선생님을 돕고, 아웬의 의도를 진작 알았다면. 이런 사태까지 오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워렛은 자신을 이렇게 만든 그 모든 걸 증오하고, 모두 복수하고자 다짐한다.


  1. 평생을 함께 산 가족이자 전우임은 물론 연인이자 친구였고 동시에 가족을 죽인 원수이기도 했다.
  2. 가장 허점이 많은 줄거리다보니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3. 가족이자 친구, 전우이자 연인, 그리고 원수
  4. 노베른의 말
  5. 이에 대한 내용은 [[윈테라/줄거리/1부에도 나오는데, 이방인들은 약물과 간단한 마법을 이용해 사람들을 조종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음
  6. 이 내용에 대한 숨겨진 비밀은 윈테라/줄거리/6부
  7. 머스켓 총기와 유사한 느낌의
  8.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등장하는 엔비와도 같은 모습
  9. 정확히는 브레이튼에서 몇 번 나오는데, 마법사는 마력 샘이 있다. 이 셈을 찔리면 재생을 못하고 마법사로써의 삶을 잃는다. 로운 역시도 아웬에게 마력 샘을 찔린 것.
  10. 이에 대한 진실은 윈테라/줄거리/5부
  11. 슈펜은 본래 건장한 남성의 모습이었지만, 그것은 마법으로 만든 가짜이고 지금 여성의 모습이 본모습이었다. 그래서 처음에 생존자들이 슈펜을 봤을 때 누구인지 몰라 갸우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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