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무시대 한성이야기 (아침해의 원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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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해의 원유관
아침해의 원유관은 임진왜란 축소로 인해 뒤바뀐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룬 세계관입니다.
청화대에 이화문이 꽂혀있는 이 세계의 국가, 사회, 정치 및 문화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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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광무시대 한성이야기
문명개화의 장에 당도한 양반, 1893년

"전쟁에서...이겼다고? 내 간만에 수도로 상경해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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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좌옹(佐翁)이 이야기한것이 사실이었나. 서적이나 잘못 골라 읽고 실언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젊은 시절, 은밀한 서학 열풍을 한심하게 여기고 세도정치를 보기 싫어 시골로 내려간 선비, 이선주는 두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별천지가 되어버린 한성 거리를 전부 자신의 눈에 담아들려 들었다.

처음에 그는, 개혁이라는것이 정말 뭐가 있긴 한가 싶었다. 끽해야 검은 옷 입은 새로운 관료들이나 경찰들이 가끔 동네에 내려오는 정도롤 생각했달까나. 그런데 개혁의 중심지인 서울에 막상 당도하니, 조정이 기존 성리학도 고쳐가면서 대업에 매달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진으로만 보던 북경도 초라해보일 수준이군. 다행히, 양이의 습속에 완전히 물들지도 않은 것 같고 말이야."

그는 거리에 설치된 대형 석재 홍살문을 보며 잠시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그의 생각을 봤다면 그게 왜 중요하냐고 물었겠다만, 이선주의 입장에서 유학의 존속 유무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다.

아무렴, 서양이 대세라고 한들 성현의 미풍양속을 완전히 망각한다면 그것이 금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거리에 설치된 그 홍살문은 그에게 있어선 지금 큰 근심거리를 덜어주는 문이었다.

홍살문 둘러보기를 잠시 그만두고, 이선주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시가지였고,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개화의 총본산을 마침내 확인할 수 있었다.

길 곳곳에 들어선 가로등과 기와가 얹힌 벽돌집, 서양식 창문들과 보이지도 않는 초가집, 그리고 드문드문 보이는 전선들이 사치스러운 조화를 이루며, 그를 어딘가로 유혹하듯 빛을 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한성에서는 몇 개정도만 보이던 이층집이, 이제는 오랑캐를 둘러싸는 굳센 장벽처럼 곧곧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고, 그를 본 이 순간, 이선주는 마치 자신이 오랑캐가 된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그가 야만인이 된 것 같은 감상은 아니였다. 그보다, 그의 감상은 그 옛날 중국을 다녀와봤다는 성현들의 것에 더 가까울 듯 했다. 압도적인 경외심, 이선주는 바로 그것이 두뇌 전체에 솜을 적시는 물처럼 퍼져나가는것을 느꼈다.

"......."

그는 할말이 나오지 않았다. 성리학이고, 양이고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 상황에, 그저 사람들의 구둣소리만이 뇌를 비집고 들어올 뿐. 그게 다였다.

잠시간의 시간 이후, 조금이나마 그의 정신이 돌아왔다. 어떤 면에서는, 더욱 맑아진채로. 그는 빛을 본 기분이었다.

마침내, 그의 뇌는 이해하기 시작했다. 왜 조정의 명망높은 사대부들이 천자국이 아니라, 저 멀리 구라파에서 자신들의 이론을 포기했는지. 그리고 어찌하여, 서양이 대세라는 말이 돌았는지.

바야흐로, 자신은 서세동점의 시대가 정점에 달한 시기 근대화를 이룬 국가속의 한 개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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