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향 만주 (아침해의 원유관)

 [ 국가 목록 ] 
 [ 소개 ]  
아침해의 원유관
아침해의 원유관은 임진왜란 축소로 인해 뒤바뀐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룬 세계관입니다.
청화대에 이화문이 꽂혀있는 이 세계의 국가, 사회, 정치 및 문화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대한국

일본국

대금민국

러시아 차르국

중화민국

티베트 왕국

중화인민공화국

소련

마다가스카르 왕국

몽골

타이완민주주의인민공화제국

대한제국

대한 공화국

예케 몽골 울루스

대청제국

만주 사회주의 공화국


정렬하여 보기

A

이상향 만주
스러지는 보춘화

금일을 기점으로, 만주가 대한에 정식으로 입조했다는 소식이 마침내 들려오자 심양의 한인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들의 환호는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었다.

.........................................................................

누군가는 토지를 찾아 정부의 권유대로 만주로 온 이였고, 누군가는 상업 관념이 삼척동자만도 못한 이들로부터 한 몫 거하게 잡으러 온 이였고,

또 누군가는 영특한 두뇌 덕분에 대한의 '맹우'인 일본에 쌀을 팔면 필시 떼부자가 될 것이란걸 알고 온 이였다. 양장을 한 이도 있었고, 개화복(한복에 양복셔츠)를 입은 이도 있었다.

누가 어찌 되었든, 그들의 환호성은 화려하게 불이 켜진 심양의 한인 거리를 가득 메워, 마치 산속에서 내지른 메아리처럼 퍼져나갔다.

"하하! 이제 관동이 우리의 강역이 되었단 말이지!!"

이 군중의 한 무리에 있던 이, 이상은 올해 스물둘 된 총각이였다.

아버지가 개혁공신은 아니시다만, 어느 반가를 뫼시던 시절에 그 반가가 공신이 되어서 콩고물이나 좀 얻어먹은 집안이었고,

그 콩고물로 이상은 덕이지산 학도모와 불란서산 학도복을 입고, 일본산 서양 서적 번역본을 읽으며, 미리견산 펜으로 멋들어지게 글을 쓸 수 있는 이로 자랄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어찌하여, 소위 정부에서 예허나라비가 개혁을 훼방 놓은 이래 '야만국'이라 칭하던 대청, 아니, 이제는 만주 지방에 있었을까?

혹, 노서아에게도 팽당하고, 한때 저치들이 문약하다고 얕보던 대한에게 나라를 잃은 만주인이 불쌍하기라도 해서? 물론, 지금 여기서 병합을 축하하며 비싼 진사고모에 떼가 묻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이상은 절대 그런 위인이 될 사람은 아니였다.

그것보다도, 그가 이렇게 웃어댄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제, 여기서 선생일로 돈 좀 만짐 다음, 저어기 대련 쪽에 가서 장사일만 하면...흐흐흐, 노서아, 일본, 중국놈들한테서 돈을 쓸어담을 수 있겠지!"

"지금까지 매수하려던 부동산이 명색이 저것들이 나라라고 매수가 안 되는 지경이었는데, 이제는 그냥 알아서 가져와도 되겠구나!"

사실, 이상의 아버지 되는 자가 농부기는 했지만, 결코 평범한 농부가 아니였다.

그랬다면 이상은, 지금쯤 쓰고 있는 진사고모와 양장을 입지도 못하고 알몸으로 걸어다녔을 팔자였으나,

황공하게도 그의 아버지는 인삼 농부 되는 자였다.

원래도 다른 농부들에 비하면 돈이나 좀 만질 수 있었는데, 개화를 시작하고 보니..

구주에서 저 물건에 환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하여, 그의 아버지는 이상을 만주로 보냈다. 밭도 개척하고, 선생일도 하면서 돈을 벌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당연히, 이상은 이 계획에서 일할 농부가 아니였다.

아무렴, 그같은 문명세계의 인텔리가 어찌 힘든 노동을 일일히 알아서 해서야 쓰겠는가?

그렇다고 같은 대한 동포를 부리는 것은 곧 황상께 불충한 행위니, 이상은 이미 방도를 만주에 있는 그의 사저에 마련해 놓은 지경이었다.

인력거꾼을 지팡이로 꾀어내어 좌석에 올라타고, 조금 덜컹거리자 기와지붕에 서양식으로 지어진 멋진 사저가 대궐마냥 모습을 드러냈다.

의기양양하게 내린 이상은, 이내 고용인에게 시켜 몇명의 사람들을 불러냈으니,

바로 그가 얼마 전 예약매입한 토지의 주인들이었다. 저들 딴에는 방목한답시고 토지를 팔지 않았다는데, 이번에 정부에서 내려온 칙령으로 땅을 다 잃었단다.

이상은 자신이 생각하는 선에서 가장 문명인다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그의 생각엔 지극히 합당하고 상식적인 선에서 회유하였다.

"그대들이 이번에 땅을 모조리 공납했다는 것을 이미 들었소. 문명국인 대한의 새로운 신민된 자로서 지극히 당연한 도리지만."

하지만 나는, 그대들이 이전에 이미 야만적이었던 삶보다 더 비참한 삶을 살다 가게 내버려 두는것은...예법을 가진 민족으로서 맞지 않다고 생각하오."

"해서, 영어로는 서으제스쳔, 그러니까 제안을 드리겠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