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창작이든 현실성과 논리성[1]이 부족하다면, 그 내용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세계관 역시 기본적으로 창작이므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 현실적이란 표현은 사람마다 즉 관점마다 달라지니 매우 추상적인 표현이다. 사람들은 자신마다의 배경지식과 전문지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우린 창작에서 말하는 현실성이 무엇인지 다룰 수 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야기하는 현실성이 뭘까? 무엇을 기준으로 잡아야 할까? 이 논의는 여기서 시작한다. 판타지 세계관에 대해 실용적이고 현실적으로 접근해보자.
가이드 머릿말
기초이론
가이드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공통적인 기초이론에 대해 다룬다. 기초이론은 3원칙으로 이루어진다.
어려운 현실은 단순화해라
자신만의 적당한 기준을 찾아라
세상에는 수많은 창작물들이 존재하고, 저마다의 세계관을 가진다. 세계관(世界觀)이란 이러한 창작물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의 시간적, 공간적, 사상적 배경이 되는 무대를 뜻한다. 사람의 상상력은 무한하기에 세계관은 수많은 창작물들의 개수만큼 존재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어느 세계관에서는 하늘에 두 개의 달이 떠오르고, 중력이 반대로 작용하며, 사람들의 팔다리가 서너개씩 달려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는 세계관이 존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세계관이 일반적인 사람들을 만족시키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너무 장황하고 거추장스러운 설정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고, 너무 단순한 설정은 스스로 무너져 붕괴하거나 유치하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그러니 그 사이에서 적당하고 준수한 선을 찾아야 한다.
세계를 단순하게 생각해보라
특히 제이위키에서는 온전히 세계관을 창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 기준이 무엇인지를 아는 건 사실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럴 때, 문제를 단순하게 생각해 보는 것은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로 자동차를 들어보자. 자동차를 묘사할 때, 전륜 구동인지 후륜 구동인지 연비가 얼마인지까지 구체적으로 모두 설정해 두는 것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냥 자동차는 움직이는 탈것이며, 타이어가 달려 있고, 동력을 제공하는 엔진으로 작동한다. 라는 기본적인 개념만 설정해 두어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같은 원리로, 복잡한 세계의 설정들은 간단한 과정을 거쳐 단순화할 수 있다. 이후로 이 문서에서 그런 단순화한 개념을 구성요소라고 부르기로 하자.
모든 걸 만들 수는 없다
현실을 인정하라
앞으로 설명하는 구성요소를 보고 세계관을 구성한다면, 약간이나마 세계관에 현실성을 줄 수 있다. 그렇지만 이건 모든 분야를 설정하자는 말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세계관은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걸 만들 순 없다. 그렇다보니 창작자는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디테일하게 만드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 이 원칙은 정말 중요한데, 세계관을 만드는 작업에는 이러한 욕구가 끝없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모든 걸 다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필요한 부분은 모방해야 한다.
현실을 모방해라
가령 세계관 창작은 대부분 사회과학의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그 반대선상이 중심인 세계관이나 창작은 아주 드물다. 그렇다보니 자연과학은 소홀할 수 밖에 없다. 현실에서는 당연히 모든 변수에 영향을 받으므로 더더욱이 가공된 세계가 현실과 동떨어진다고 본다. 그러니 우리는 세계관에서 필요한 구성 일부는 모방할 수 밖에 없다. 시대적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기술들을 말이다. 중세 판타지라고 말하는 장르 역시 결국 중세 유럽의 분위기와 그 기술을 모방한 것과 같다. 그렇다보니 우리는 필요하다면 역사를 조금이나마 보고, 고대의 로마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중국의 제도는 어땠는지, 세상이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지를 보고 그 고증을 필요 이상으로 배울 이유는 있다고 본다.
세계관의 모든 걸 대변할 수는 없다.
내가 만든 이야기라고 해도 전부를 알 수는 없다.
최소한의 현실성을 다루고, 모든 걸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단 하나만이 남았다. 그건 바로 창작으로 모든 진리를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누가 몇명이서 얼마동안 만들었든, 그것은 그 세계의 모든 걸 대변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서 현실에서 나타나는 모든 과학현상은, 오랜 역사와 기술을 통해 그것이 사실인지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우주가 빅뱅으로 탄생했다고 하지만, 그것이 진실인지 알 방법은 없다. 판타지 세계관은 이론적으로는 그것이 진리라고 말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 과정에 있는 모든 내용을 하나하나 적어줄 수는 없다. 그렇다보니 세계관 창작은 자신이 쓰는 세계보다 더 큰 세계를 만드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모든 이야기에는 일관된 관점이 필요하다.
또한, 하나의 이야기를 창작한다면 관점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나라에 대해서 글을 쓴다면, 지금 쓰고 있는 정보가 진리(진실)인지[2], 메타적 정보인지[3], 혹은 세계관 내에서 알려진 정보[4]인지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그걸 구분하면 좋겠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창작에 대한 조언보다는 '위키 자체에 대한 조언으로 받아도 좋다. 중요한 건 그 이야기가 진리든, 메타적이든, 세계관 내부에서의 이야기든 아무래도 좋다. 핵심은 일관된 관점(Perspective)이다. 어떤 문서에서는 메타적이고 어떤 문서에서는 세계관에서 이야기하듯 설명하면 혼동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이 개념은 위키 창작에 한정된 개념이지만, 문서마다 혼동되지 않도록 노력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 다음으로 구성요소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 문서는 실용적으로 〈세계관을 구성할 때 어떤 것을 설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것들을 써둔 항목이다.
1. 환경관은 세계관에서 문명이 살아가는 토대, 배경을 다루는 이야기다. 그 다음 2. 문명관은 그 배경에 살아가는 생명들이 보여주는 집단의 형태이며, 3. 마법은 그 생명들이 사용하는 마법, 그리고 마법으로 인해 보여지는 세상에 대해 다룬다. 어렵다면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어도 좋다.
종종 판타지 세계관에서는 신화가 등장한다. 이것은 물리적인 세계에 한정되는 우주를 뛰어넘어서, 본질적인 그 자체의 구상을 짜는 이야기이다. 물론 우리 인식의 한계로 신화가 완벽할 수는 있지만, 향후 세계관에서 인용될 수 있는 다양한 구성의 기반이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혹자는 이에 대해서 "가상 세계에 깊이를 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예컨대 게임 젤다의 전설에서도 트라이포스를 모은다. 세 여신의 노래를 배운다 등의 이벤트들을 제시할 때 그 배경을 신화가 제시하는 예시도 있다. 다만 신화를 주요소재가 아니라 단지 피상적으로 있을 법 해서 존재한다고 한다면 당위성이 떨어지긴 할 것이다.
판타지 세계관 중 일부는 단지 행성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워해머 40K(Warhammer 40,000)처럼 은하 단위로 전쟁을 일으키는 세계관도 있다. 혹은 제이위키의 이뮨처럼 차원과 세계 자체를 오가는 세계관 역시 존재한다. 우주관은 세계관을 살펴보는 가장 큰 구성요소로서 살펴볼 필요는 있지만, 솔직히 현실적인 가이드는 불가능하다. 만약 한다고 해도 SF적인 분위기를 차용하는데 그칠 것이다. 그래서 판세가에서는 우주관 가운데 판타지 세계관이 더 자세히 쓰일 수 있는 행성에 대해 집중하려고 한다. 가령, 행성이야말로 가장 까다로운 과학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판타지에서는 다양한 행성이 존재한다. 지구보다 거대한 지구형 행성이거나 혹은 여러 개의 위성을 가진, 그 외에도 쌍성별처럼 다양한 모습들이 있다. 그러나 과학에서는 궤도 · 크기 · 공전 주기 등 하나라도 다르다면 지금의 지구가 모습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그 퍼센테이지는 무려 97%[5]라는데, 판타지 세계관에선 그 모든 걸 고려할 필요는 없다. 첫 번째는 프로그램이라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애초 확인이 어렵고, 두 번째로 만약 만든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맞춰서 설정을 짜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부수적인 부분에만 맞춰서 이야기하겠다.
행성의 크기, 방대한 면적의 문제
지구보다 더 거대한 면적을 가졌다면 그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으니 장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지구에서도 알 수 있듯 지구의 육해비는 3:7이며, 그마저도 소수의 지역에서만 도시화를 통해 전세계 78억 인구의 대다수가 살아가고 있다. 곡창지대나 곡식에 대한 개념이해가 있다면 더 이해가 쉬운데, 땅이 넓은 것과 장르적인 스케일에는 관련성이 그다지 없다. 오히려 행성이 너무 커서 대륙의 끝과 끝에서의 이동이 말도 안되게 오래 걸린다던지, 거대한 땅에 도시가 몇 개 있고 그걸 나라라고 부른다던지 하는 현실적인 면적의 문제가 나타난다.
모든 수치를 표현해 줄 필요는 없다.
이 문제에 대한 예시로 진격의 거인(進撃の巨人)이 있다. 구체적인 인구와 면적을 제시한 <진격의 거인>은 비현실적인 수치로 인하여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더 정확히는 691,200km2의 면적[6]에 300만의 인구가 산다는 약간 황당한 비율이었다. 사실 이에 대한 해결은 어렵지 않은데, 의도적으로 면적과 그에 관련된 수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면 된다. 좋은 예를 들자면,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エヴァンゲリオン)의 경우 에반게리온의 연출을 위해서 고의적으로 크기를 지정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앞서 말했던 모든 것을 설정할 필요는 없다 라는 말이 이러한 논리에서 긍정적으로 작동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겠다. 면적과 인구, 인구와 사회 모든 것을 결부시켜 계산하기란 도저히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비현실적이어도 매력적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게 판타지다. 가령 왕좌의 게임(A Song of Ice and Fire) 경우 동일한 계절이 연단위로 계속된다는 설정이다. 또 영화 아바타(AVATAR)에서는 거대한 행성의 위성인 판도라가 등장하기도 한다. 아예 두 개 행성을 오가는 설정이 나오기도 하고, 아니면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차원이라는 설정 등 본인의 역량에 따라서 얼마든지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다. 어디까지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무슨 이야긴지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조절만 한다면, 이러한 아이디어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완급조절을 통해 적당한 설정을 만들어주도록 하자.
해양관
모든 문명의 기원에는 반드시 강이 함께했다.
앞서 우주 · 행성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직접적으로 물과 바다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생명이 존재하는 세계관이라면 바다와 물이 없을 수 없다. 또 인류사가 보여주듯 핵심적인 문명들은 거대한 강을 끼고 등장했는데, 곡식을 자라기 위한 대량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판타지 유니버스 창작 가이드》에서 이 부분을 자세히 설명하는데, 결국 물이란 보편적으로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따라서 무조건적으로 넓은 영토가 강력한 힘이 될 수는 없다. 당장 현실만 보더라도 국토의 크기가 국가의 능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판타지 장르에서 이러한 바다는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또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알아보자.
바다와 세계
바다는 대체로 광활하고 신비한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ふしぎの海のナディア)라던지 푸른 강철의 아르페지오(蒼き鋼のアルペジオ)처럼 아예 바다를 중심으로 하는 작품도 있다. 직접적인 판타지로는 해군과 용이 얽히는 테메레르(Temeraire)도 있다. 사실 어떤 장르든 간에 바다가 나오지 않는 창작물은 아예 없다시피하므로 예시 작품만 짚고 넘어가겠다.
하지만 그런 바다의 심오하고 아름다운 이미지에 비해, 바다의 원리가 쉽지는 않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바다의 움직임(이것을 해류라고 함)은 온도의 차이로 발생한다. 지구의 경우 태양과 공전하고, 공전과 자전에 따라 온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일상을 살다보면 한류와 난류에 대해 들어봤을 텐데, 이러한 해류 대순환이 지구 곳곳에 다양한 해양성 기후를 만든다고 볼 수 있다. 이때 해류가 섞이는 해역은 어류가 살기 적합하거나 유리한 환경이 되는데, 때문에 어장량이 증가하게 된다. 물론 이 설명은 매우 단순화된 설명이고, 표층해류처럼 기본적인 개념마저 제외한 정보이다.
그렇게 살펴보면 난류와 한류에 따른 기후의 차이를 예측할 수 있다.
바다와 땅이 맞닿을 때
만, 해협, 강에 대해 다룬다.
한편 땅과 바다의 경계선에는 강을 비롯한 다양한 지형이 나타난다. 어디에 어떤 지형이 있을지는 창작자가 자유롭게 만들어야 한다. 다만 용어에 대해 몇 가지 설명을 덧붙이는 가이드다. 우선 강의 경우 바다가 대륙(땅)의 내륙에 흘러들어가 염분이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생물들이 식수로 사용하기도 하고, 무거운 물건들을 나르기 위해 배를 띄워 통로로 이용하기도 한다. 농사에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무엇이 됐든 문명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 중 하나가 바로 강이다. 또 강은 지도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작은 하천부터 한강처럼 큰 강까지 다양한 사이즈[7]를 지닌다.
방금 전 강이 교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했는데, 그 정도는 매우 중요하다. 이걸 모른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도. 예를 들어서 현실의 미합중국이 발전할 수 있었던 방법도 바로 미국에 뻗은 강 때문이고, 더 전으로 올라가도 유럽과 중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 만(Bay)처럼 바다가 육지에 들어와 있는 지형도 매우 매력적이다. 일반 해안의 경우 강한 파도 및 바람에 영향을 받지만, 만은 주변을 육지가 두르고 있다는 장점 덕분에 좋은 항만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점을 들어 여러 지형을 설정과 맞게 연결하면 더욱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튀어나온 곷이나 섬, 호수 등 기본적인 개념이 있으나 이에 대해 굳이 다룰 필요는 없으니 넘어간다.
넓은 바다를 가진 세계관
판타지 소설로 유명한 어스시 연대기(The Earthsea Cycle)나 일본의 유명 만화 원피스(ワンピース) 등을 보면 땅은 다 어디가고 독특하게 수많은 섬이 연결된 구조의 세계관을 지닌다. 특이하다기 보단 작가가 원하는 방향의 세계관일 것이다. 물론 비과학적이고 해류나 기후가 굉장히 이상하겠으나, 마찬가지로 다 감안할 필요는 없다. 설정의 현실성이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거나 혹은 그것 이상의 논리적인 설정이 추가되면 충분하겠다.
해양생명과 해양문명
일반적으로 판타지를 표방하는 창작물 중에서 해양문명의 비중은 지상에 비해서는 비중이 적은 편이다. 유명 게임 워크래프트(Warcraft)에서도 다양한 종족이 존재하지만 나가족처럼 그것이 세계관의 주류인 경우[8]는 없다. 아마도 인간 자체가 땅에서 살아가기도 하고, 해양문명이라면 인간문명의 보편적인 특징이 적용되지 않아서 그럴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문서를 보고 예외적인 사항을 알고있다면 첨언하거나 조언하여 추가하겠다.) 그게 아니라면 바다에 산다고는 하지만 대놓고 지상 생물과 똑같은 모습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인어처럼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매력적인 편은 아니라고 본다.
대륙관
생명이 바다에서 시작됐다면 문명은 땅 위에서 비롯된다.
판타지 세계의 대륙과 강, 산맥에 대해 이야기한다.
태평양의 어느 원주민들의 신화 중 이런 신화가 있다. 본래 태초에는 바다 위에 아무것도 없었으나, 강철로 만들어진 배들이 나타나 전쟁을 벌였고, 그 배들이 침몰하면서 땅이 생겨났다고 한다. 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대륙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설정하는 일은 재밌는 과정이다. 신들의 싸움으로도 생겨났을 수 있고, 육체가 땅 자체가 될 수 있다. 게임 스타크래프트(Starcraft)의 유명 유즈맵인 왕의 기사에서는, 태초신의 시체가 대륙이 되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마치 시체 위에서 자란 꽃과도 같다고 연상해볼 수 있다.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지만 이렇게 기초적인 설정이 세계의 기원을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인간이 주로 모여사는 땅은 정해져 있다.
사람이 어디든 다 잘 살지는 않는다.
그런데 본디 땅이란, 땅 위에 아무것도 없을 수 없다. 대륙이 있다면 대륙을 솟아나게 한 산맥이 있을 것이고, 대륙을 두르고 있는 바닷물이 스며들어 강변을 이룬다. 그럼 산맥과 강이 자연경계를 만들어 문명이 성장하도록 울타리를 치는 셈이다. 단순히 선을 그어 지도를 그려보면 이것을 인지하기 어려운데, 그렇다면 현실의 위성사진을 본다면 도움이 된다. 많은 착각 중 하나는 인간이 어디든 다 살 수 있다라는 것이다.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인데 왜냐하면 문명이 발전하려면 어느정도의 인구가 되어야하기 때문에 어디서든 모든 문명이 발전할 수는 없다. 물론 그것이 마법적이거나 비인간적인 문명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둘의 차이를 이해하는 일 정돈 필요해보인다.
지도를 꼭 세계지도로 그릴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땅이 있다면 인간과 같은 아인종은 어디에 살아가야 할까? 과학적인 고증에 의존하자면 위도를 보아야 한다. 다음에서 다룰 기후관과 연결해서 생각해봐야 하는데, 덥고 추운 땅이 어디인지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가이드가 필요없다면 바로 사회 분류로 넘어가도 된다. 그러나 세계관(하나의 나라보다 더 넓은)을 다룬다면, 세계관을 파는 과정에서 본질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아예 특정한 지역을 잘라내서 설정으로 사용하면 된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과학적인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예시로 강철의 연금술사(鋼の錬金術師)는 그런식의 지도를 가지고 있다.
산맥과 기후의 영향성
산맥은 기후에 큰 영향을 준다.
많은 판타지 세계관에서는 산맥이 자주 등장한다. 산맥은 이후 설명할 생태계를 나누는 기준도 되고 문명의 경계로도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아주 높은 산맥은 수분을 머금은 바람을 차단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거대한 산맥을 기점으로 건조한 기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현실의 데칸 고원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즉 산맥을 기점으로 바람이 막히는 공간은 풍부한 유량을 가지고, 그 반대편은 건조한 기후가 되어 초원 · 숲 따위가 자라지 못하게 된다. 만약 산맥이 크다보면 그보다 더 큰 규모의 극단적인 기후도 가능할 것이다. 판타지 세계관을 구축할 때 이런 개념을 알아둔다면 세계관의 현실성에 도움이 된다.
이종족은 무엇이든 가능하다.
당연히도 판타지에서는 대안책이 있다. 그건 바로 이종족이다. 물 대신 모래를 먹는다던지, 에너지를 얻는 방향이 아예 다르다면 그 문명의 기원과 발전도 완전히 방향이 다를 것이다. 마법을 통해서 비현실성을 합리화하는 것이 판타지의 장점이다. 이때 감안해야 하는 것은 원칙을 만드는 것은 자유롭지만 자신도 그 원칙을 따라야한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가이드 이론에서 언급했던 논리성에 대한 부분을 생각해보자. 설정과 설정이 부딪혀서 모순을 만든다면 두 설정 모두 의미가 없어진다. 그러니 과학을 대변하는 설정을 만들었다면, 적어도 그 원칙이 다른 설정과 충돌하지 않게끔 가꾸어주는 노력을 해보도록 하자.
기후관
기후는 생태계를 좌우하고, 생태계는 문명을 좌우한다.
기후의 종류와 약간의 과학 가이드가 첨언된 내용이다.
앞서서 인간은 특정한 지역에 모인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생물이다. 생물은 본능적으로 생존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다면 생존을 영위하려면 열량(식량)이 필요하다. 인간은 고대역사에서 채집과 수렵으로 살아남았다. 그리고 농사를 지으면서 인구를 확장했다. 그렇다면 인간이 원하는 기후는 식량이 얼어붙어 상하지 않는 추위일까? 아니면 농사가 잘되는 온난함일까? 답은 나와있다. 단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은 본능적으로 따뜻한 땅을 찾아나선다. 그렇기 때문에 소수가 아닌 대부분은 따뜻한 곳으로 이동한다. 물론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이주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도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조건 따뜻한 땅이 아니라, 적당한 우기와 적당한 계절이 있는 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지도를 그리든, 그것이 지구와 같은 구조라면 그 지점은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기후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단, 기후관이야말로 세계관 설정 중에서 가장 필요하지 않은 항목이라고 본다. 만약 내가 자유롭게 기후를 설정할 것이고, 그것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를 무시하겠다면 그야말로 상관없다. 그래서 오히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는 간단하게 어떤 기후가 존재하는지 정도를 가이드하는 내용을 하단에 첨부하겠다. 그리고 그와 별도로 기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문단에서 다루어보겠다.
기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
앞서 대륙관에서 산맥과 기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다면 분명 기후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위도선의 위치(일조량)
바다의 여부(한류 · 난류)
산맥의 정도(건조 · 습도)
그 외의 요인들
단순화하자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위도선이 너무 가운데(적도선에)있다면 그보다 더울 것이고, 특히 난류라면 습도가 굉장할 것이다. 현실의 태평양 국가가 그렇다. 반면 위도선이 극단에 있고 습도가 좋다면 마치 북유럽이나 홋카이도처럼 폭설이 내린다고 생각하면 쉽다. 또 산맥이 바람을 가로막고 있다면 히말라야 지역처럼 극단적인 날씨 차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어디까지 이해를 위해 혹은 응용을 위해 단순화한 것이므로 절대적인 개념으로 수용하진 말자. 만약 이 가이드에 과학적인 오류가 있다면 수정하거나 문의해도 괜찮다.
북반구의 선진국들
현실을 보면 선진국들은 주로 북반구에 위치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을 보면 그렇다. 영국, 프랑스, 독일부터 중국, 한국, 일본, 미국처럼 이들은 북위도 60도에서 30도 사이에 위치한다. 이 위치는 기후적으로 온대기후이며 너무 춥거나 덥지 않기 때문에 강을 낀 지역에서는 역사상 많은 성장이 발생했다. 물론 기후적으로 해양성 기후의 종류에 따라 나뉠[9]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이 지점이 농사에 적합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즉 현실과 판타지 세계관의 축적이 지구와 같다면아예 같은 위도선에 있다면 1차적으로는 좋은 위치라고 볼 수 있다는 게 내 주장이다. 위 지도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 지구와 축적이 같다는 전제를 두고 한 이야기기 때문에, 우주관이나 행성관에서 다른 판타지 세계관이라면 통용되지 않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문제를 고증할 수 있는 과학적인 능력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핵심은 만약 자신의 세계관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적당히 따뜻하고 비가 오는 땅을 찾을 것이다. 그러한 영역이 세상에 널렸고 모든 땅이 아름다운 세상인데도 어디 한군데만 생명들이 살아간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차라리 그렇다면 인간 혹은 지성체보다 강력한 환수 따위가 널려있어서 접근하지 못했다는 등의 설정을 넣어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기후의 종류들
너무 어렵다면 간단하게 어떤 기후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종류가 꽤 다양한데, 극단적으로는 춥거나 내지는 덥거나이다. 우리가 이걸 전부 기후학적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기술적으로 접근해보면 그 종류는 이렇다.
열대기후(정글, 사바나)
건조기후(사막, 스텝)
온대기후(가장 일반적이고 범위가 넓은)
냉대기후(냉대)
한대기후(툰드라, 빙설)
이때 열대, 건조, 냉대, 한대는 상대적으로 개념이 쉽다. 반면 온대의 경우 그 범위가 상당히 넓다. 예를 들어서 우리는 따뜻한 땅에도 비가 많이오는 땅이 있고, 상반된 건조한 땅이 있을 것이다. 즉 강수량과 일조량도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여름에 강수량이 많고, 겨울은 덜하다. 반면 유럽에서는 강수량이 적고 겨울에 강수량이 많아[10] 눈이 많이 내린다. 건축양식에서도 예상하듯이 서양에서는 날카로운 지붕이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추가로 고산지대 역시 높은 고산일수록 온도에 영향을 준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다. 이해가 됐다면, 마지막으로 생태관을 알아보자.
생태관
모든 문명은 원시적인 상태에서의 투쟁에서 비롯되었다.
판타지 세계관의 종족과 생물들에 대해서 다룬다.
이제 우주에서 생물까지 더 가까운 개념에 근접하고 있다. 이번에는 생태관[11]이다. 우선 판타지 세계관의 생물이라면 사실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실을 모방해서 기존의 가축들이 그대로 존재하고, 약간의 변형을 걸친다. 또 신화나 전설에 있는 생물들이 마치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꾸며지는 경우도 매우 많다. 해양관에서 예시로 나온 테메레르의 세계관도 용이 기본적으로 있는 17세기 유럽을 다루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다. 그러니 상단의 이미지인 LUCA(모든 생물의 공통조상)을 수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겨난다고 느꼈다.
그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구분이다. 우선 판타지의 종족을 떠올려보자. 판타지의 시초인 던전 앤 드래곤(Dugeons & Dragons)를 떠올리면 엘프 혹은 오크, 드워프같은 개념이 있다. 이들은 모두 인간과 유사한 아인종[12]으로 인간과 똑같아 거부감이 없지만, 또 다른 매력도 있어서 더욱 포용하기 유리하다. 비록 비과학적이라고 할지라도 워크래프트를 비롯한 수많은 기성 작품에서 차용된 개념이다. 반지의 제왕에서 숱하게 나온 엘프와 오크의 이미지는 마치 역사책의 기록처럼 이후 창작물들에게 암묵적인 가이드를 제시할 만큼 그 영향력이 대단했다.
나는 전부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그런 구분이 매력적이고 편리한 설정임은 인정한다. 하지만 민족, 종족, 아인종의 개념들이 혼동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애초에 국가가 곧 민족도 아니며, 민족이 곧 종족도 아니라고 해야하기 때문이다. 책을 인용하자면, 《대중문화와 일상, 그리고 민족 정체성》[13]이란 책에선 이것이 영역에 한정된 구분이 아니라 끊임없이 혼동되고 섞이는 것이라 표현하고 있다. 즉 특정한 지역, 특정한 나라로 민족을 구분하는 게 아니라 그런 관례를 가진 모든 사람들로부터 민족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모든 종족이 한 민족이란 표현은 굉장히 아쉬울 수밖에 없다.
또한 하나의 국가가 하나의 종족으로 이루어지는 일도 매우 어렵다. 이것에 대해서는 혼혈의 문제점을 먼저 얘기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꼭 필요한 가이드는 아니기 때문에 넘어가겠다.(2022.01.10. 기준 이전 데이터 삭제)
인종과 환경에 맞는 진화
우리는 오늘날 UN협약에 따른 인권 선서를 통해 만인류가 똑같은 인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도 인간은 그 기후와 환경에 따른 외모 차이가 나타나고, 그래서 과거에는 다른 인종을 같은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솔직히 판타지 세계관에서도 대다수의 외모는 백인을 따라가는 것도 현실이고 말이다. 이 부분은 민감한 이야기이므로 길게 하지는 않겠지만, 꼭 문화 = 인종을 대치할 필요는 없다는 걸 가이드한다. 동양인은 반드시 동양적인 비주얼의 세계관에 있을 필요도 없고, 흑인은 꼭 아프리카의 비주얼을 따라갈 필요도 없다. 이것에 대해 더 자유로워지되 또 PC적인 접근에선 멀어져라. 해답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본다.
식량과 인구, 곡식과 나라
무조건 수가 많은 게 능사는 아니다.
가이드 기초이론에서 모든 걸 다 만들 순 없다라고 했다. 그 연장선으로, 세계관의 인구를 정하는 일도 기술할 때 어려움을 초래한다. 그러나 아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면, 대략적으로 표현해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전쟁을 표현하는 설정에 10만이라는 군대의 수를 적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일반적으로 아무리 많은 군대를 동원했다고 하더라도, 일반 인간의 기준에서 정상적인 비율로 군대의 비율이 10%를 넘기기 어렵다. 게임 하츠 오브 아이언4(Hearts of Iron IV)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10%의 징집률은 근대에서도 꽤 버거운 비율인데, 인프라조차 제대로 없는 시대라면 더 말이 안된다.
그렇다면 역으로 추산해서 10만 군대를 징집한 왕국 혹은 세력의 인구가 적어도 800만 이상이라는 인구를 추산할 수 있고, 면적비율을 고려하여 영토의 비율까지 계산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설정놀음이지만, 누군가에게 구멍을 지적당하기 이전에 문제를 인지하고 사전 설정을 적어준다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것에 대한 대비책은 얼마든 있겠지만 인구대비 무장률이 낮다던지, 종족 자체가 고령이거나 연소자[14]여도 성인과 다르지 않는다던지 그 방법은 다양하다. 또 무조건 많은 군대로 전쟁할 생각보다는 표현에 집중해서 전쟁 전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인과에 집중하는 일도 의미있을 것이다.
종족의 고유한 문화
종족의 특징을 살려 설정을 해주는 게 좋다.
만악 여러 개의 종족이 있다면 그 종족마다의 고유한 문화가 발달할 수 있는 특징이 있는지 살펴보는 일도 좋다. 예를 들어서 아인종이고 귀가 긴 종족이라면 귀와 관련된 장신구나 문화가 있을 수 있고(범죄자의 귀 한쪽을 자른다던지), 피부가 돌처럼 단단한 종족이라면 그 위로 그림을 그리는 문화가 있을 수 있다. 사소한 특징 하나도 문화와 결부시키는 것은 세계관의 디테일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구체적인 예시를 찾고 있으나 발견하지 못했음)
환수종(크리처)에 관한 이야기
의외로 현실에서 사례를 찾아라
판타지 세계관에 등장하는 생물을 환수라고 하기도 한다. 정확히는 신화에 나오는 페가수스와 같은 것을 환수라고 한다. 아마 대부분 개, 고양이, 돼지, 소, 말처럼 일반적인 가축은 현실에서 그대로 모방하겠지만, 특별한 존재들 즉 환수를 만드는 일도 흔할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현실에서도 특이한 생물종은 많이 있다. 쉬운 예로 환경에 맞춰서 색을 바꾸는 카멜레온부터 강철을 두른 달팽이인 비늘발고둥도 있고, 영생을 하는 홍해파리도 있다. 이런 특이한 동물들의 매커니즘이 모두 연구된 건 아니지만, 확실한 건 현실에서도 비현실적인 생명들이 살아간다는 것이다.
또한 판타지라는 장점답게, 비생물(나무 ·돌 ·물 ·불)과 관련된 생명들을 만들어주는 방법도 있다. 불의 셀러맨더(salamander)도 대표적인 예.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칼날부리와 돌거북도 있다. 또는 반지의 제왕과 워크래프트 나오는 엔트까지 다양하다. 이 경우 오크나 엘프처럼 식상하기도 하므로 굳이 참조하는 것을 권고하는 정도는 아니다. 다만 다양한 방식으로 크리처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조언하는 정도다. 너무 비현실적인 동물만 아니라면 분위기도 챙길 수 있고 더 나아가서 세계관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장치가 될 것이다.
현실의 대체제를 만들면 된다.
현실에 있는 걸 빼고, 비슷하되 독특한 걸 넣자
판타지 세계관을 합작하면서 들었던 의견 중 인상깊었던 말은, 현실에 있는데 굳이 빼지마라. 그대로 해라'라는 의견이었다. 왜냐하면 돼지의 이름을 프라세트프레노라고 바꾼다고 그게 돼지가 아닌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름을 바꾸고 색깔좀 바꾼다고 다른 동물이라고 주장하는 건 의미가 없다. 변화한 설정때문에 영향을 준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수많은 세계관에서는 OEM스러운 설정들이 난립하고 있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그런 방식보다도, 아예 없는 것을 창작해서 연결시키고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가령, 곡식과 같은 경우 현실에는 없는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고 의도적으로 과학을 부정한다면 재미있는 설정이 나올 수도 있다.
결론
환경관이란 기초를 이해하는 일이다.
세계를 이루는 구성요소
논리적으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레이어처럼 개념을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현실을 축소하여 개념만 다룬 이야기였다. 판타지 세계관이 존재한다면 우주는 있을지, 행성은 있을지, 그 행성을 이루고 있는 땅과, 바다와, 날씨와, 생물들은 어떨지를 고민해보는 이야기다. 사실 처음부터 한 나라를 상상했다면 나라보다 더 크고 작은 단위를 처음부터 고민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절대다수의 창작물은 지구 그리고 특히 인간에 빗대어서 이야기를 읽는 우리 스스로를 공감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력적인 세계관이라면 그 이야기 뒷편에 어떤 세계관이 있을지 관심가질 만도 하다. 아마 이런 생각은 내가 강철의 연금술사를 보며 저 지도 너머에 어떤 세계가 있을지 늘 궁금하면서 비롯된 듯 하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 내 기준의 현실성에 대한 논의고, 그 개념은 추상적이기 때문에 불분명한 정의일 수도 있다. 기후나 지리를 전공한 사람이라면 수괴를 무시하고 분수령을 설명하지 않는 가이드에 너무나 비현실적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세계관 가이드는 좀 더 쉽게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한 설명이었으므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적어도 창작을 하면서 현실에 신경을 쓰기보단, 거꾸로 자유로운 창작 사이에 현실 고증을 덧대는 일이 더 쉽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마 이런 세계관 가이드는, 세계관 뿐만 아니라 어떤 창작이든 보편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의견들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는 환경 계통이 아니라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정확히는 어떤 사회가 존재할 수 있을지, 기성 작품에는 어떤 장르가 있는지, 기술적 차이는 어떤지, 마법과 종교, 문화에 상호 연관성 등 사회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술한다.
문명관
이세계의 문명은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
문명의 발전에 역사, 고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환경에서 언급한 가이드를 기억한다면 사람이 어디에 모이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런 방식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결국 역사적인 고증은 판타지 세계관에서 유효하지 않다. 현실성을 더하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현실과 다른 방식을 원한다면, 고대부터 문명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설정해보면 좋다. 가령 종족의 특수성, 아니면 초월적인 존재에 의한 영향, 또는 마법으로부터 기원한 세력 등 현실과 완전히 다른 조건에서 문명을 배양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만약 그런 조건에서 문명이 어떻게 발전했을지 생각해보는 일이야말로 세계관(Worldbuilding)을 만드는 왕도적인 방법이라고 본다.
초월적인 신화
신화가 실재하는 세계관
만약 판타지 세계관 중에서도 현실성이 옅은 하드 판타지 장르를 지향한다면, 신화라는 방법을 차용하는 것도 좋다. 마치 기독교적인 세계관처럼 전지전능한 신이 인간 혹은 아인종을 만들었다는 방식이다. 기독교는 하나의 종교적 상상에 불과하지만, 판타지 세계관에서는 그것이 정말로 사실 즉 진실(진리)일 수 있기 때문에 그 파급력이 다르다. 또 의지를 마법으로 삼는 세계관이라면 더더욱 믿음은 강할 수밖[15]에 없다. 또는 그런 신들이 선사한 초월적인 대상들(무기 · 건축)등이 존재한다는 세계관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신화의 경우, 도시국가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는 신에게 자신들의 신앙심을 증명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 경우 마법이나 신처럼 초월적인 존재가 흔하게 나타나는 세계관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세계관은 지향하지 않지만, 네이버 웹툰 쿠베라(Kubera)처럼 갖가지 신이 모두 등장하는 만화도 인기는 많다. 특히 제이위키에서 등장한 이뮨 신화만 하더라도 신의 종류가 수십수백이니 자신의 역량이 있다면 신들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세계관도 매력이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정 반대로 네이버 웹툰 그 판타지 세계에서 사는 법처럼 고도로 현실적인 장르도 좋은 예시도 있고 말이다.
더 나아가 반지의 제왕처럼 아예 인간이 아닌 초월적인 존재들로부터 시작된 문명관도 존재한다.
뿌리의 문명
하나에서 비롯된 세계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에서는, 크세르크세스라는 지역에서 연금술이 비롯되어 각각 싱과 아메스트리스로 퍼졌다. 서로 상반된 두 지역은 방식과 명칭은 다르지만, 모두 원리적으로는 동일한 연금술이란 마법을 사용하게 된다. 이것은 크세르크세스라는 하나의 세계로부터 시작된 마법인 셈이다. 모습은 달라도 하나에서 시작되었다는 마법은 지역마다 너무 동떨어진 마법이 아니라, 어느정도는 유사하고 규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마법이 된다. 이것은 통일감을 주고 이해를 돕는 방식이기 때문에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또 꼭 마법이 아니더라도 고대에 하나의 제국 혹은 하나의 세계가 있다는 것도 심오한 느낌을 준다.
마법에 영향을 받은 기원
판타지 거작인 로도스도 전기(ロードス島戦記)나 왕좌의 게임이 그렇듯이 고대에 인간의 조상격인 존재들이 마법적인 힘으로 역사를 다진 세계관들도 많다. 거대한 장벽을 세운 왕이라던지, 봉인을 당한다던지, 적들과 맞서 싸워 그들을 막았다던지 하는 일종의 전설같은 내용으로 꾸며넣는 방식이다. 사실 이런 전개나 기술, 또 감성적인 단어들(예컨대, 빛의 기사라던지)로 서사를 쓰는 방식은 워낙 오래된 스타일이기는 하다. 그래도 정통 판타지를 지향한다면 추구할 만한 스타일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설명은 더 원론적인 이야기들을 담기 때문에 읽는 사람에게 위키다운 장점을 강조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이처럼 판타지 세계관들은 다양한 방식의 문명관(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단지 이런 예시가 전부는 아니다.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고, 훨씬 더 좋은 예시가 있을 수[16] 있다. 자신의 세계관 역시도 특수한 환경이나 조건으로 현실과는 다른, 이른바 판타지 다운 세계관이라면 더욱 기쁠 일이다. 그럼 이번에는 그런 문명들을 토대로 발전한 세상, 그리고 그 세상에서 보여주는 사회문화가 어떤 모습일지 얘기해보도록 하자.
기술관
철저하고 또 체계적인 문제 해결능력이다.
판타지 세계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도공학과 공학적 사고에 대해 얘기한다.
이번에는 판타지 세계관의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만약 여러분의 마법이 기술적인 개념에 해당한다면, 예컨대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 구조라면 당연히 마법에 대한 기술 역시 오랜 역사동안 발전하고 정리되었을 것이다. 인간은 기록문명이 된 이후 자손에게 지식을 전달할 수 있도록 꾸준한 노력을 가했다. 공학적인 사고라는 표현이 있는데, 인간은 결국 모든 문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해결하려는 사고능력이 있다. 우리가 이론(Theory)이라고 부르는 표현도 결국 연구와 교육을 위한 관념이지 않나. 마찬가지로 아무리 소수에게 전승되더라도, 마법기술이라는 개념이 있을거라 보는 것이다.
물론 마법이 본질적으로 공학과는 다르니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예시로 지브리 스튜디오의 모노노케 히메(もののけ姫)처럼 신(혹은 신령, 시시가미)이 보여주는 모습은 정형화된 형태[17]가 아니다. 있는 그대로 무언가 초월적인 또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마법이다. 이것은 기적과 다른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런 형태는 마법이 보편적으로 사람들에게 이용되는 마법은 분명 아니다. 우리는 이런 정리를 통해 결국 마법에도 종류가 정해질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판타지 세계관 가이드에서는 기적 내지는 초월에 대한 가이드를 다루지 않겠다. 그것은 애시당초, 정형화할 수 없다. 따라서 기술관이란 주제에 맞게 오직 기술적인 마법에 대해 다루겠다. 또 마법과 마법사들 역시도 이런 기술관을 배경으로 직업적인 형태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현재 주제가 아니라 직업관에서 다루도록 한다. 그럼 이제 기술에 접목된 마법과 사회가 어떤 예시가 있는지 들어보겠다. 판타지라면 등장하는 마도공학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펑크의 세계
스팀펑크, 디젤펑크, 아케인펑크 등의 개념 이해
가상의 자원 및 에너지원, 동력원에 대한 설명
마도공학이란 어려운 말이 아니다. 그저 공학과 마법이 연결된 개념이다. 마법이 개인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보편적인 기술로서 활용되는 개념이다. 이와 관련해 펑크(Punk)라는 표현이 있다. 펑크의 유래는 펑크 서브컬처(Punk Subculture)에서 유래되었다는데, 정확한 의미를 찾지[19]는 못했다. 사실 SF장르에 속하기도 한다. 아무튼 펑크란 어느 시대의 기술적인 부분을 과장해서 판타지처럼 공상적인 비주얼을 연출하는 것이다. 워낙 분류하자면 종류가 많아 각설하고, 대략적으로 판타지 세계관에 적용할 수 있는 장르는 아래와 같다. 필요하다면 문서를 개설할 예정이다.
여기서 본인이 원하는 장르가 있다면 검색을 통해 비주얼(분위기)를 살펴볼 수 있다. 또 특이한 예시가 있는데 프로스트 펑크(FROSTPUNK)라는 게임이다. 프로스트 펑크는 얼어붙은 세상에서 발전기의 열에 의존해 생존하는 세계관이다. 이 세계관의 경우 판타지라기보단, 개인에게 특별한 능력이 없이 오직 공학, 즉 기술적인 부분에 의지한 것이므로 거리가 있기는 하다. 이렇게 개인은 배제되고 기술적으로만 판타지적인 장르도 있는 반면, 아예 죽은 마법사의 도시[20]처럼 그냥 마법=전기처럼 대체제로 이용되는 세계관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그런 세계관은 생태관에서 비판했듯 의미가 딱히 있지는 않다.(...)
복합적인 장르가 좋다면
본인이 시대적 고증이나 분위기를 신경쓰지 않는다면 로스트아크(LOST ARK)처럼 아예 SF랑 판타지를 섞어도 된다. 로스트 아크는 대략 대륙과 대륙이 정보를 교환하지 않는지, 아니면 무시하는건지 여러 기술 세계가 공존하고 있다. 아무래도 게임이라는 미디어 때문에 아케이드한 느낌으로 간 모양.
정리하자면 마법이 기술처럼 응용될 수 있다면, 기술관이 반드시 존재한다. 장르적인 예시로는 펑크를 들 수 있겠고, 그게 아니더라도 아예 마법과 과학이 대체된 세상도 많다. 하지만 마법이 산업과 같이 거대한 생산능력을 가진다면, 과거 유럽에서 물건을 만들던 장인들이 사라지고 공장이 생겼듯, 마법 세계관에서도 개인 마법사가 쇠퇴하고 공장이 들어설 것이다. 이건 사실 매우 재밌는 상상인데, 그 자체로 마법 세계에서의 공업화대해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세계관에 역사적인 고증 혹은 구성을 하는 사람이면 아주 활용성이 좋은 주제다.
종교관
개인이 없던 시절, 종교는 삶 자체였다.
문화의 파급력과 영향력, 마법과 결부지어본다.
종교관에 관한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개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과거 유럽사회는 전반적으로 교회에 종속되어 있었다. 그것은 종교적인 생활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였고, 따라서 종교는 삶 자체[21]였다. 많은 창작물에서는 개인의 가치가 존중받고, 개인이 자유롭게 사고한다고 표현하지만 그것은 현대의 관점일 뿐이다. 물론 인간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개인이라는 의식이 존재하긴 했었지만 결국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종교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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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
내용없음
음악, 축제, 장례, 의식, 음식 등 세계에 나타날 법한 아이디어를 논한다.
판타지 세계관과 현실 문화의 차이점, 예시 작품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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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관
판타지는 판타지만의 독특한 수요-생산이 있다.
수요와 공급에 따른 기본 경제를 설명한다.
판타지 세계에 존재하는 자원, 기술과 연결지어 생각한다.
아름다운 숲과 엘프, 화려한 용과 거인들이 돌아다니는 땅...이라고 해서 경제가 없는 세상은 없다. 경제라는 건 생산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나타난다. 그 어떤 분야보다도 현실과 달라질 수 없는 개념이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판타지 세계관이라면 현실보다도 더 적은 노력으로 많은 생산을 할 가능성이 있다. 현실보다도 훨씬 능률이 좋은 작물이나, 적은 인력으로도 현실의 배가 되는 노동력, 혹은 마도공학 · 마법으로 만들어지는 특별한 물건들, 이종족들이 인간과 다르게 하는 유형의 소비처럼 꼭 경제가 어렵다라고 생각하기보다, 재미있게 연계할 수 있는 설정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즉 독특한 수요와 생산이 있다는 것이다.
작품 예시
다만 완벽한 세계관은 없듯, 경제학을 다룬 판타지는 거의 없다시피하다. 거의 유일한 마오유우 마왕용사(まおゆう魔王勇者)의 경우 경제학이 박살났다는 평가를 받고, 그 외의 판타지들은 아예 경제에 눈이 먼 구조를 하고있다. 사실 창작 장르에서 그런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라고 강요하는 것 역시 웃기므로, 이번 경제관에서는 개인의 생각 혹은 참고자료들을 통해 얻은 내용들을 가이드하도록 하겠다.
교역(거래)의 발생 원리
잉여 생산물이 거래를 유발했다.
우선 기본 원리부터 함께 생각해보자. 거래라는 건 필요, 즉 수요에 따라 발생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수요를 기대하고 생산을 한다. 가장 기본적으로 식량이 있다. 생명은 식량(열량)을 필요로한다. 하지만 고대로부터 인류는 늘 식량 부족[22]에 시달렸다. 그래서 고대에는 거래가 아니라 서로 물건을 나누는, 최소생존을 위한 원시 공산주의를 이뤘다. 그러나 점차 생산이 발달하면서 잉여 생산물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거래가 발달하게 된 것이다. 아마 여기까지 고등학생 이상이라면 상식이겠다. 이것이 훗날 규모가 커져 교역과 무역으로 성장한다.
교통수단, 운송에 대한 이야기
생산물의 운송을 위해 해운이 발달함
단지 먹을 것 뿐만 아니라, 건설과 도구를 위한 목재와 강철(광물), 문화와 관련된 물건들처럼 꾸준히 이용되는 소비재에 대한 교역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루어졌다. 그런데 거래의 규모가 성장했다면 당연히 물건을 옮기는데 드는 힘도 많아졌을 것이다. 현실에서는 이 때문에 지상보다 더 많은 물건을 옮길 수 있는 배(즉 상선)가 발전한다. 그럼 자연스레 연안에 있는 항구들이 발전하고, 이러한 이유 덕분에 현대의 대부분 대도시도 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해운, 바닷길은 거래에 있어서 가장 중추적이었다고 보면 된다. 이것은 환경에서도 언급했던 내용이다.
한편 판타지의 경우, 배도 배지만 또 비중있게 등장하는 것이 바로 비공정[23]이다. 비공정이란 곧 비공석 혹은 그에 준하는 자원을 통해 하늘을 비행할 수 있는 비행선을 말한다. 현실에서는 비행기의 개발 직후에도 비행기는 운송에 전혀 사용되지 못했다. 즉 절대적으로 해운에 의지한 셈인데, 판타지 세계관에서는 비공정을 이용하여 교통수단과 운송에 특이점을 가져올 수도 있다. 혹은 용, 그리폰, 와이번처럼 비행선을 대체할 수 있는 가상의 동물을 이용해도 거래에는 마찬가지로 용이하다. 반드시 항로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경제의 특수성은 도시의 특수성과 연결됨
용 혹은 비공정에 의해서 왕성한 거래가 이루어진다면, 그와 관련된 산업들도 마찬가지로 성행할 것이다. 예시를 들어서, 자연에서 자라는 용이 가축으로 이용된다면, 용을 키우려는 축산업과 이를 기르는 조련업, 용에게 채우는 안장 따위를 생상하는 제조업이 발달할 것이고, 용이 고가의 재화라면 이를 대여하는 대여업이나 중개해주는 용 중개업자도 발생할 것이다. 이런 판타지 세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직업관은 후에 더 이야기하겠다. 또 이들이 오가면서 그 경유지들 역시 발전할 테고, 숙박과 외식업이 발달하여 고산지대 중턱에 대도시가 있다던지, 거대한 지하동굴 사이에 끝없는 행상인이 오간다던지 하는 재미있는 설정이 이어질 수 있다.
판타지의 특별한 존재들
또 단순히 교통수단에서 뿐만 아니라, 종족의 성질을 이용해서 어떠한 산업에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방법도 많다. 가령 드워프나 그와 유사한 종족이 있다면 채광이나 제련에 뛰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드워프의 생산력은 다른 아인종에 비해 비교우위를 가질 것이고, 많은 세력들이 드워프의 무기나 도구를 원할 것이다. 그 외에도 독특한 환경에서 자라는 환상적인 작물이나, 마도공학으로 만들어진 아티팩트 등 현실과는 다른 성질의 물건들을 대입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마법 부분에서 다루도록 하자.
결론
꼭 현실적인 판타지가 구닥다리는 아니다.
판타지 문명관들의 유형
종교와 문화는 더욱 민간에 심취될 것으로 보임
고유한 이세계의 경제가 존재할 것
지금까지 문명과 그 사회에 얽힌 자세한 이야기들을 풀어보았다. 사실 이 모든 걸 챙긴 판타지 창작물은 거의 없다. 굳이 말하자면 그 판타지 세계에서 사는 법이 가장 유사하고, 그 작품도 그 장르에서는 마이너 인기작일 뿐이다. 또 이 모든 건 강요가 아니라 일종의 첨언, 바로 가이드고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제외하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이 중에서 만약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기쁠 것이다. 워낙 호흡이 긴 이야기를 했다보니 만약 글을 읽었다면 제법 피로하리라 예상이 된다.
이제 마침내 문명관을 넘어, 이번에는 판타지의 꼭대기인 마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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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계관 가이드의 3장인 마법이다. 이 부분은 판타지 세계관에서 마법이 주로 어디에서 기원하는지 전형적으로 구분하고, 마법을 응용하는 형태, 그리고 마법으로 인해 나타나는 사회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후 판타지 세계의 직업관과 예시가 되는 명칭들, 마지막으로는 철학에 대해 논의하고 3장을 마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인간이 관찰할 수 있는 수많은 것을 탐구했다고 한다. 그런 분석적인 사고는 고대그리스의 과학관을 발달시켰고, 피타고라스나 유클리드처럼 혹은 아리스토텔레스나 뉴턴처럼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사고를 발달시키는 요인이 됐다. 만약 사회에 마법이 존재한다면 마친가지로 마법이 보여주는 가시적 현상에 의문을 가질 것이다. 마법을 사용한지 수백년이 된 종족이 마법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될까?
세계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철학은 기본적으로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처음 등장했다고 주로 여겨진다. 현실의 철학은 고대 그리스나 중국처럼 사람이 대한 이야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철학의 범위는 자연과학까지 광범위하다. 당대의 그리스 지식인들은 엠페도클레스나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저명한 지식인들이 주장한 4원소설처럼 과학에도 있어서 세상을 설명하기 위한 주장이 존재했다. 현실이 아닌 판타지에선 현실과는 다른 현실이 존재하므로 이런 철학도 상당 부분 달라질 여지가 있다. 생각해보자, 만약에 마법이 존재한다면 자연 상태에 있는 마법을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동서양의 사람들은 같은 현실로 각자 다른 생각을 펼친 것처럼 판타지의 현실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자연현상을 당대의 사람들은 어떠한 의문을 가지고 이것을 주장으로 펼쳐나갈까? 철학은 모든 학문의 기반이란 말인 것처럼, 마법을 숨을 쉬는 거처럼 당연하다 여길 수도 있어도, 이것에 의문을 가지며 비판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판타지에서 펼치는 철학이란 학문의 골자일 것이다.
기원
해당 문서에서는 고전 문학에서 등장하는 마법에 대한 내용은 배제한다.
마법이란 광의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이다. 사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이라고 표현하고, 개인적으로는 공상을 합리화하는 수단이라고 표현한다. 중요한 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기준이 없다. 무엇이 마법이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건 없고 작품과 세계관마다 모든 형태가 달라진다. 오직 마법이라는 이름만 공유할 뿐이다.
자원으로부터 기원
개인으로부터 기원
초월적인 힘으로부터 기원
고대의 기술로부터 기원
마법사회에 대한 논의
상상력은 종종 우리를 과거에는 결코 없었던 세계로 이끌 수 있다.
현실적으로 마법이 있는 사회가 마법이 없는 현실과 같을 순 없다.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의 말처럼 인간은 강한 상상력을 가진 존재다. 동물도 그렇지만, 지성체라면 그 상상력을 통해 고대부터 종교라는 믿음을 가지기 시작했다. 실체가 없는 존재이더라도 사회에서 형성된 종교는 강력한 힘[24]을 가졌다. 그렇다면 마법이 존재한다면 그 효과가 얼마나 강력할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만약 세계관에서 마법이 고대부터 존재했다면 그런 경향은 더욱 강해진다. 물론 마법이 오로지 종교적인 존재로만 남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마법이 논리적이고 규칙적인 존재라면 그것은 하나의 기술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기적적이고 초월적인 존재라면, 종교적인 색상은 강해진다.
역사적으로 근세 이전까지[25] 종교의 힘이란 대단했다. 고등학교 책에서도 언급되는 여러 종교 전쟁들이 증명하듯이 중세 유럽에서는 사람들의 삶이 곧 종교였다. 오늘날 이슬람 계열 국가들이 생활과 종교가 밀접하다는 점을 보면, 개인의 의식을 뛰어넘는 종교의 힘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보니 마법의 실재는 사람들에게 많은 의식적인 환상을 주고, 그에 걸맞는 사회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사이언스타임즈의 본문을 인용하자면[26] 결국 환상적인 존재, 과학의 대체제인 마법 역시 한편으로는 이세계의 과학일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지 않다면 응용 자체가 어렵게 된다.
당연히 모든 세계관에서 마법이 공평한 존재는 아니다. 당장 해리포터(Harry Potter)에서도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일반인들을 두고 머글이라고 하지않나. 그래서 이 글을 읽으면서 전체가 아닌 소수를 대상으로 한다면, 마법이 꼭 모든 사회현상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거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솔직히 모든 사회에 마법을 투영시켜 상황에 맞는 세계관을 구상한다는 일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마법은 실재하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소위 SF장르의 사이버 펑크 분위기와는 다른 게 사실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의 아케인 펑크라는 비주얼도 결국은 빅토리아 시대를 옮겨놓고 스팀 펑크를 섞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마법 세계가 현실과 아예 다를 순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서 건축 · 의복 · 언어 등 다양한 사회현상을 모두 마법과 연결시켜서 새롭게 창조할 수는 없다. 어디까지 모든 창작은 현실에 기반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그리고 만약 벗어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보편적이지 않은 이야기는 사람들을 공감시킬 수 없다. 그래서 나는 퀘렌 세계관에서는 아예 마법의 능력 자체를 한정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마법을 접목하려면, 마법이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자세하게 통제하는 방법이 좋다. 오히려 마법으로 무엇이든 가능하다와 같은 방식이 된다면, 본인의 한계로 세계관에 큰 빈틈을 만들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해리포터처럼 마법사의 세계와 현실을 구분해줄 수도 있으며, 또는 마법이 과거의 산물과 같은 로스트 테크놀로지의 방향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이것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서 현대 인류의 기술이 로스트 테크놀로지처럼 여겨지는 아이디어와 같은 맥락이다. 강력한 마법 병기가 있어도 추가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그 희소성과 매력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風の谷のナウシカ) 세계관의 거신병처럼 모든 걸 잃어버린 세계는 보는 사람들에게 심오한 상상을 제시한다. 그것처럼 차라리 판타지 아포칼립스장르를 개척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감정과 의지이냐 혹은 마력과 노력이냐
상단에서 해리포터의 머글에 대해 이야기했다. 머글들은 노력하더라도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설정[27]이다. 이것은 선천적인 재능이 없다면 사용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또한 해리포터 세계관에서는 마력의 개념이 아니라, 마법주문(Spell)이 얼마나 정확한지 여부로 결정된다. 또 룬이나 4원소설, 5원소설 등을 차용한 설정들도 많은데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이 이런 계통을 사용하곤 했다.
운명의 마법, 기적의 마법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에서는 마력이나 원소설의 개념이 아니라, 신비하고 초월적인 힘으로 사용되었다. 보통 만화 나루토(ナルト)에서 차크라라는 개념을 사용하듯 많은 창작물에서는 마법의 제약을 위해 마나와 같은 개념을 둔 것과 차이가 있다. 이것은 확실하진 않으나 서양의 마법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읽었던 영국의 원탁의 기사(Knights of the Round Table)에서도 마법이란 기적적이고 운명적인 힘이라고 표현되었다는 걸 본 경험이 있었다. 무조건적으로 마법이 마나와 연결되어 있고, 물과 불을 휘두르는 형태일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감정과 사랑에 대한 마법
의외의 예시일수도 있는데, 만약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魔法少女まどか☆マギカ)를 보았다면 소울젬을 알 것이다. 스포일러 주의 마법소녀들이 이루는 마법은 작중에 기적이라고 불리며 엔트로피까지 초월한 특별한 존재인데, 그 힘은 바로 모든 역경을 초월한 사랑의 힘이었다. 이러한 서정적인 설정은 세계관에 보편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긴 하지만, 만약 서사, 스토리텔링에 집중한다면 굉장히 좋은 소재라고 느껴진다. 특히 마법이란 설정이 천편일률적이다보니 더욱 그렇다. 감정과 연결시킨 설정은 조금 번거롭긴 해도 이야기에 풍부함을 줄 수 있는 소재다.
직업관
판타지 세계의 직업이론에 관하여
사회와 개인의 가운데에는 직업이란 개념이 있다.
우리가 상단에서 다룬 많은 이야기들은 결국 마법이 기술적으로 활용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마법에 관련된 직업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이건 의외로 흥미로운 설정이란 걸 강조했다. 앞서서 용에 얽힌 파생직업들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건 과장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에 의해 발생하는 직업수요는 당연히 논리적인 일이다. 현실에서 4차 산업에 의해 생겨난 직업들만 보더라도 그렇다. 판타지 세계관인데 마법사 한 사람이 모든 일을 다 하리란 기대를 하는 건 너무 효율이 좋지 않다. 가령, 병사 한 사람이 자신이 사용할 무기를 직접 만들고, 훈련도 알아서 하고, 전략도 자기가 알아서 짠다면 그게 신이지 사람인가?
판타지 세계도 똑같이 직업 전문화 · 특성화가 있을 것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만 마법이 기술과 같다면 마법은 배우고 활용될 수 있다. 또한 경제관에서 비교우위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직업관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이 준수하게 여러 일을 하는 것보다 잘하는 한 가지를 하는 게 당연한거다. 또 현실 군대의 편제를 보면 당연히 후방에 보급에 관련된 병종들이 있지 않나. 사회 역시 그보다 더 정교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까지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면 우선 인정하겠다. 그래도 흥미라는 측면에서도 판타지 직업이 재미있다. 라는 걸 강조해주고 싶다. 그럼 우선 첫 번째로 판타지에서 나타날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이 있을지, 또 그 예시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직업의 종류에 대하여
아마 복잡할 것을 우려해 경제관에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한다. 우리는 산업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말 그대로 생산에 얽힌 일이다. 여기서 생산이라는 것은 재화[28]를 생산한다는 건데 현실에서는 이것을 1차, 2차, 3차 산업으로 분류한다.
1차 산업(자연) 〉 2차 산업(생산) 〉 3차 산업(서비스업)
판타지 세계관에 걸맞게 전쟁으로 설명(부적절한 예시에 대한 건의 가능)하겠다. 전쟁을 일으키려면 가장 우선 군대가 필요하다. 군대는 군인(병사)가 있어야 한다. 병사는 사람이므로 먹을 것을 필요로 하고, 무기와 장비를 필요로 하고, 잠을 자고 임금을 받아야한다. 그럼 여기서 첫번째로 사람이 먹는 것은 식량 즉 농업과 목축업에 관련된 산업인 1차 산업이다. 그 다음 병사가 사용하는 장비는, 재료를 통해 물건을 생산하는 2차 산업이고, 병사들이 잠을 자는 숙박과 임금은 일종의 3차 산업이다. 이 중에 단 한 가지만 부족하더라도 전쟁은 쉽게 일어날 수 없다. 많은 사람을 움직이는 데는 크나큰 어려움이 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판타지 세계관에서 이러한 구조 사이로 마법사라는 다소 특이한 직업관이 추가된다고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서 마법으로 사람을 회복할 수 있다면 3차 산업에 종사할 수 있는 추가적인 인력이 생기는 것이고, 종교에 관련된 마법사라면 기도를 통해 단지 심리적인 강화뿐만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강화시키는 능력을 가질 수도 있다. 또는 마도학을 전공한 대장장이가 장비 즉 2차 산업에 큰 영향력을 주어 단순히 뛰어난 제조업을 넘어서 우수한 상품들을 생산해낼 수도 있으며, 아예 식물들에게 영향을 주는 마법사가 농업으로 플렌테이션[29]을 구성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실과 역사고증의 한계를 마법으로 뛰어넘다
그러니 마법은 사실상 기술적 한계를 마음껏 풀어주는 이른바 치트키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만약 현실성 있는 세계관이더라도 마법이라는 대체제로 현실적인 부분을 논리적으로 대체한다면 재미있는 세계관이 될 수 있다. 사실 판타지 장르들이 제시하는 시대적인 분위기는 대부분 근세 이전이기 때문에 그 시대에 맞지 않는 다양한 물건과 문화의 등장이 괴리적인 측면도 존재[30]한다. 그러니 이것을 판타지로 하여금 빠른 기술발전을 선도할 수도 있고, 또 그것이 마법에 얽혔기 때문에 그 이상의 발전이 어렵다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럼 시간이 흘러도 원하는 시대가 지속되는 연출도 가능할 테다.
지금 한 이야기들은 현실적인 산업에 마법을 섞은 얘기였다. 그러나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건, 마법 관련직종 따위가 아니라 어쩌면 마법사 자체 이지 않나 싶다. 사실 마법사라는 단어야말로 추상적인 표현의 끝인데, 무엇을 기준으로 마법사를 정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어떤 산업에 종사하기만 한다면 그것을 마법사라고도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자격증이 있듯, 고도로 발달한 마법세계에서도 그렇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가령 마법협회따위의 설정이 수많은 창작물에 등장하고, 노조나 조합 따위도 충분히 현실성있고 재밌는 논의다.
매개체: 룬, 문양, 아티팩트
해리포터에서는 지팡이(스태프)를, 강철의 연금술사에서는 연성진을, 제로의 사역마(ゼロの使い魔)에서는 마법각인[31]을 사용한다. 이것들은 일종의 마법 매개체를 이용하는 작품들이다. 애초부터 맨몸에 마법을 사용하는 세계관은 별로 없기 마련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술적인 개념이 작을수록 개인의 역량은 강해진다는 것이다.
개인의 역할과 비중, 산업의 세계
마법사
다음은 본인이 고등학교 시절 만들었던 마법사에 대한 정리다.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그냥 개인은 이러한 느낌으로 사용했다. 단어 자체의 어원과는 완전히 관계성이 없으므로 이를 주의해야 한다.
정해진 것이 없다는 건, 무한한 창의성을 이용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동시에 조금이라도 엇나간다면 보편적인 가치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판타지는 지켜야 할 고증이 없기 때문에 쉽고 동시에 지킬 수 있는 고증이 없으므로 어렵다. 이것이 대체역사나 가상역사와의 차이점이다. 내가 쓰는 모든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으면 이야기에 구멍이 되고, 남들과 함께 쓴다면 약간의 이해 차이로 인해 큰 오류가 발생한다. 누가 판타지를 쉽다고 했나? 판타지는 사실 답이 없는 분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판타지를 쓰는 이유는, 현실에 없는 처음부터 새로운 세계가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환경, 사회, 마법에 대해서 다뤘다. 환경은 가장 기초적이고 기술적인 접근으로, 누구나 조금만 본다면 거기에 맞춰서 사용할 수 있는 자료였다. 사회는 일종의 조언으로, 어느정도 경험이 있는 창작자라면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법만은, 마법에 대한 자신만의 개념이 있다면 반발심을 가지거나 혹은 의문을 가질지도 모른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저 이 가이드는 내 기준이라는 거다. 무책임한 표현이지만, 앞서서 설명했듯 무언가 기준을 잡지 않는다면 판타지는 진행될 수 없다. 차라리 거대한 작품에 의존해서(가령 D&D) 완전히 그 부분에 맞추는 게 아니라면 그렇다.
답이 없는 판타지 세계관에 대해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라. 판타지의 방점은 거기에 찍혀있다. "내가 쓰는게 곧 답"이다. 답은 그럴듯하게 쓰는 건 창작자의 몫이다. 내가 가이드에서 제시한 창작적인 아이디어나, 혹은 마법의 데이터들은 저작권이 없는 자유로운 내용이다. 따라서 수정해도 좋고 혹은 자유롭게 가져가도 좋다. 단 판타지와 관련된 문서나 세계관이 꼭 파생됐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엄청나게 긴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이후 내용은 추가적인 가이드이므로 읽는 것을 권고하진 않는다.
일반적으로 세계관은 모종의 생명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서사를 만드는 구조이다. 소설이 이야기에 집중한다면 세계관 창작은 독특하게도 그 이야기의 배경에 더 집착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계관의 간단한 형성을 위해 이해를 돕는 지도와 같은 보조적 설명 수단들이 수반되어야 한다. 단지 단순한 선과 텍스트에 의지하는 지도라도 그곳에 사람들이 살고 움직인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면 그냥 텍스트보다도 더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 다만, 이런 단순한 지도에서도 몇 가지 유의할 부분이 있다.
지도라는 것은 사람이 만든 것이다.
원구를 평면에 옮기는 지도에는 늘 왜곡이 있다.
지형이라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
현실을 예시로 들자면 지구의 지형은 행성의 끊임없는 지각운동으로 형성되었다. 그래서 고대의 지구와 오늘날의 모습은 상이하다. 단지 우리는 "현재"를 표현하기 위해 위성지도를 참고하여 만든 것이다. 판타지 세계관에서 장대한 시간을 다룬다면 이와 같은 현실을 반영할 수도 있고, 혹은 지각운동을 의도적으로 무시할 수도 있다.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또한 지도는 어떠한 문화의 사람들이 만드냐에 따라 다른 형태를 가진다. 익히 알려진 이야기처럼 세계지도도 만드는 나라에 따라 그 중심이 달라진다. 또한 언어도 달라지며 목적에 따라 같은 지형인데도 표현 형태가 달라진다. 세계관을 표현하는 지도가 오직 하나라는 점은 사실 현실성의 면에서는 매우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창작자는 이것이 이해를 돕는 메타적인 지도임을 인정해야 한다.
긴 이야기지만 결국 지도에는 늘 오류가 있다. 그러니 완벽하고 절대적인 기준의 지도는 존재히지 않고, 그런 지도가 존재한다고 주장해도 설득력은 없다. 정밀한 세계관을 만들기 위해서 하나의 지도에 모든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대단한 고생임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대목이다. 지도는 표현을 돕는 장치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작업해보자.
요새 / 숲 / 절벽 / 계곡 / 협곡 / 탑 / 고산 / 산맥 / 강 / 호수 / 감옥 / 도시 / 해안 / 연안 / 동굴 / 지하 / 하늘 / 제도 / 열도 / 짐승 / 죽음 / 언어
마치며
만약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문의: aperne@naver.com & aperne4616@gmail.com
판타지 세계관 가이드는 비록 전공자는 아니지만, 판타지 세계관을 여러 차례 만들어본 입장에서 시작했다. 단순 오탈자부터 논리적인 오류까지 다양한 문제가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출판 도서와는 달리 계속 소통하고 발전한다는 장점을 제시하고 싶다. 또 이건 단순히 남에게 설명하려는 목적보다는, 나 스스로도 세계관을 다듬으려는 의도 역시 다분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강좌라고 오인하지 말고 혹시나 본인의 생각에 이 부분이 틀렸다면 수정해주고, 토론하고, 함께 가이드를 쓴다는 의도로 읽어줬으면 좋겠다. 그 뿐이다.
↑고대인들은 과학이라는 말을 몰랐지만, 인간의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지는 그 모든 것을 과학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의학이 발달했고, 많은 사람들이 집단 생활을 하게 되자 그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천문학이 발달했으며, 생활의 단순화와 규칙성을 위해 수학이 개발되었다. 여기에다 인간의 발전을 촉진시킨 것은 전쟁과 시기심이다. 전쟁에서 패배한 사람은 승자의 전리품으로 취급되었고, 대우가 형편없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산채로 수십 명, 수백 명을 무덤에 묻는 순장의 경우 아무리 고대인들의 생각이 현재와 같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부당하게 생각했음은 틀림없다. 결론은 전쟁에서 패배하지 않고 승리하는 법을 알아내는 것으로, 전쟁에 이기기 위해 첨단 무기들이 개발되었고 이 기술은 인간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이용되었다. 다른 사람보다 더 잘되려고 생각하는 일종의 시기심도 전쟁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어떤 동기이든 인간은 자신이 필요한 것을 부단히 만들어내는 능력을 축적해 왔고 이런 능력이 과학의 발전으로 이어졌다.(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