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테라/줄거리/2부: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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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크]]는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린다. 부모님과 함께 환한 세상을 맞이했을 언젠가. 잠에서 깨어난 아르크는 다 부숴져가는 침대에서 일어난다. 술병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고함을 지르는 아르크의 아버지. 아르크는 두려움에 가득 차 아버지에게 술을 가져다주지만 늦었다는 이유로 아르크를 때린다. 멀리서 아르크를 숨어서 지켜보는 두 동생. 아르크는 이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곳은 낡고 허름한 대저택이다. 언젠가 웅장했을 그곳은 이제 구석구석 거미지고 삭은 나무판들의 습한 냄새만이 가득 차있다. 아르크와 마찬가지로 붉은 머리를 가진 아버지는, 쓰러진 아르크 앞에 서서 이렇게 말한다.
[[아르크]]는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린다. 부모님과 함께 환한 세상을 맞이했을 언젠가. 잠에서 깨어난 아르크는 다 부숴져가는 침대에서 일어난다. 술병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고함을 지르는 아르크의 아버지. 아르크는 두려움에 가득 차 아버지에게 술을 가져다주지만 늦었다는 이유로 아르크를 때린다. 멀리서 아르크를 숨어서 지켜보는 두 동생. 아르크는 이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곳은 낡고 허름한 대저택이다. 언젠가 웅장했을 그곳은 이제 구석구석 거미지고 삭은 나무판들의 습한 냄새만이 가득 차있다. 아르크와 마찬가지로 붉은 머리를 가진 아버지는, 쓰러진 아르크 앞에 서서 이렇게 말한다.

2023년 4월 12일 (수) 23:00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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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열람 윈테라 1부 · 윈테라 2부 · 윈테라 3부 · 윈테라 4부 · 윈테라 5부 · 윈테라 6부 · 윈테라 7부
등장인물 핵심인물 로운 · 아웬 · 아르크 · 워렛 · 아리사 · 레서스 · 슈펜 · 다일 · 라한
조연인물 한트 · 한스 · 헤이랑그 · 소프랑 · 나사린 · 단리 · 위고 · 노베른 · 시빌렌더 · 레이먼트 · 베히모스(더 보기)
설정 도시 안 윈테라 시 · 리히텐 · 아인트 · 슈타인 · 40인 의회 · 슈테헨롯 · 브레이튼 대학원 · 결사대
도시 밖 수도 레마니아 · 드레난 · 마법사 가문 · 프리테리나베 계획 · 트라시온의 손
마법 본문 · 마법의 원리 · 마법사의 기질 · 마법의 종류 · 마도구 · 트리마 · 라피렘 · 레니암 · 아키텔
그 외 타임라인 · 등장인물 관련자료 · 한 눈에 보기 · 행정체계 · 줄거리 목차 · 전체 열람
사건(플롯순서) 종언의 겨울 · 야만과의 전쟁 · 안케나의 귀신 · 대재앙 · 사이아 전투 · 레마니아 사건 · 천사들의 행진
정보 관련 틀:윈테라 · 타이틀 · 평가 · 사이드바 · 제작노트 · 좌측 · 우측 · · 윈테라/연습장1 · 윈테라/연습장2 · 윈테라/연습장3 · 윈테라/정리 · 윈테라/연습장4

4.72

1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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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제목 내용
21 절망 그것은 사고였다.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22 저주받은 자 누구를 위한 삶이고 누구를 위한 자신인가
23 혹한의 전쟁터로 그 얼어붙은 전쟁터조차 아이에겐 아버지보다도 고통스럽지 않았다.
24 타인이라는 것 아르크는 로운을 이해할 수 없다.
25 혹자의 죽음 아웬의 실수로 일어난 일. 분노는 더 큰 분노를 일으키고..
26 벼랑 끝으로 아르크는 로운에 대해 호기심을 느낀다.
27 새로운 방면 신참이 들어오고 다시 반복된 작전, 그러나 아르크는 길을 잃고.
28 안케나의 귀신 아르크는 누군가를 만난다. 그게 우연이든 운명이든.
29 조직개편 마음을 죽이자
30 전조 전쟁을 끝낼 방법을 찾다.
31 새벽숲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32 생환자 살아남았다고해서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으니.
33 하늘베기 한 번의 싸움이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걸 바꾸다.
34 다로시 나아진 전황, 부드러운 분위기 속. 의문의 여성이 말을 걸어온다.
35 진실 자신이 몰랐던 무지함.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36 서약 이것이 본래 나의 길이다.
37 돌아보며 어떤 변수도 자신을 흔들 수는 없다.
38 계획 모든 것은 제자리로
39 진실을 향하여 마침내 시작된 작전, 그러나 예상치 못한 적이 등장하고 마는데..
40 돌아본 자신 쓰러진 아르크는 로운에게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전해주고자 한다.

021 절망

아르크는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린다. 부모님과 함께 환한 세상을 맞이했을 언젠가. 잠에서 깨어난 아르크는 다 부숴져가는 침대에서 일어난다. 술병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고함을 지르는 아르크의 아버지. 아르크는 두려움에 가득 차 아버지에게 술을 가져다주지만 늦었다는 이유로 아르크를 때린다. 멀리서 아르크를 숨어서 지켜보는 두 동생. 아르크는 이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곳은 낡고 허름한 대저택이다. 언젠가 웅장했을 그곳은 이제 구석구석 거미지고 삭은 나무판들의 습한 냄새만이 가득 차있다. 아르크와 마찬가지로 붉은 머리를 가진 아버지는, 쓰러진 아르크 앞에 서서 이렇게 말한다.

이리와라. 아르크
잘못했어요..

다시 깨어났을 때 아르크의 주변은 두 동생[1]이 곁을 지킨다. 라한은 형에게 많이 아프냐며 묻지만, 아르크는 라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다고 말한다. 아르크는 고작 열 다섯살의 소년이었다. 아버지의 술중독과 난폭함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간다. 매일매일 자신들의 돈을 갚으라며 찾아오는 중앙마법사들. 이제 더 이상 당신은 의원이 아니라며 원로회로부터 온 편지. 아버지. 그 중년은 모든 것을 잃고 망연자실한 상태다. 그래서 답도 없이 아들을 패고 집안의 패물들을 팔며 삶을 유지하고 있다. 아르크는 때때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며 울던 아버지가 안쓰럽기도 했으나, 그런 날은 줄곧 폭력이 찾아오곤 한다.

그러한 날들의 반복 속에서, 아르크는 매순간이 고통스럽다. 하지만 두 동생이 맞는 일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날. 어느날 갑작스레 아버지가 지하로 들어가고, 지하에서 나오지 않자 하루동안 폭력없는 날이 이어진다. 라한은 어린 아리사를 꼭 안고는 이제 더 이상 아버지가 형을 안때린다며 기뻐한다. 정말 아버지가 마음을 고친 것일까. 아버지는 다정한 음성으로 삼남매를 지하로 부른다.

그건 아르크를 절망에 빠트리는 첫번째 단추였다.

아버지를 용서해다오. 이게 다 가문을 위한 일이다.. 너희는 이해해야 한다.

저항하는 아이들을 강제로 속박하고는 알 수 없는 마법진 위로 올리는 아버지. 아르크는 대체 무슨 짓이냐며 소리치지만, 이미 그는 정신이 반즈음 나간 상태다. 아르크는 직관적으로 위험하다고 확신하고, 어릴 적 엄마가 알려준 마법으로 힘겹게나마 밧줄을 끊어낸다. 붉은 광원과 함께 웅웅거리는 주변. 아르크는 몰래 동생들의 밧줄을 끊고 아버지에게 저항한다. 아버지는 왜 자신의 뜻을 몰라주냐며 소리치고, 아르크도 서슴치않고 덤벼든다. 곧 쇠고랑을 든 아르크는 아버지의 다리를 찍어누르고, 두 동생은 울먹이며 마법진 주변을 서성인다.

마지막으로 아르크가 아버지의 상처를 한번 더 짓이기자, 그 순간 그 피가 마법진에 흐르며 마법이 발동되었고, 아버지는 그 순간 뜨겁게 끓어오르는 것처럼 연기에 뒤덮인다. 고통에 울부짖는 그. 아르크 역시 마법에 영향을 받는다. 곧 아버지와 마도구의 힘이 어린 아르크의 몸으로 흘러들었고 아르크는 의도치않게 아버지를 죽이고 집안의 힘을 계승받은 것이다. 머지않아 누군가 현관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022 저주받은 자

방문한 사람들은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자, 억지로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온다. 곧 동생들의 울음소리가 1층까지 퍼지고, 이상한 느낌을 받은 그들은 지하로 뛰어내려간다. 그곳엔 형태가 일그러진 시체와 피를 덮어 쓴 아르크가 있다. 멍하니 바라보는 두 사람은, 이상한 낌새에 사로잡혀 뒷걸음질치고 도망친다. 정상적인 상황은 분명히 아니다. 아르크는 뭔가에 이끌리듯 그 두 사람을 쫓고 후미에 있던 남자의 다리를 짓뭉게버린다. 늘 아버지에게 폭력적으로 맞던 아르크는 알 수 없는 쾌감을 느끼고, 한 사람이 도망치는 사이 다리가 부러진 남자를 봐주지 않고 무참하게 살해한다. 정신을 차린 건 그로부터 몇 분 후였다. 자신을 아버지를 보듯 처다보는 라한. 아르크는 자신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그제서야 깨닫는다.

형.. 형 금방 올게.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응? 알겠지?
잔뜩 얼어붙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동생에게

아르크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집을 뛰쳐나온다. 그리고 어디로든 뛰어간다. 이제 자신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리고 앞에 펼쳐진 빈민과 고아들이 아르크를 바라본다. 아르크는 이제 자신이 저 고아들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저들보다 더 불쌍한 존재가 아니었는지 되뇌인다. 허탈하게 웃는 아르크는 모든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들 사이에 섞여들어 잠을 청한다.[2] 두 동생의 행방도, 자신의 처지도 모든 것을 잊자고. 하지만 정말 저주라도 씌인걸까. 세상은 아르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악마가 침입했다!

그 날 저녁. 야만과의 전쟁의 시작점. 이방인의 습격이 시작된다. 이방인들은 물불 가리지 않고 보이는 족족 모든 사람들을 살해한다. 아르크와 함께 지내던 아이들도 살해당할 무렵. 아르크는 멍하니 그들을 본다. 몸에 이상한 그림과 탈을 덮어쓴 사람들. 아르크는 아무래도 좋았다. 화풀이를 하듯 맨손으로 이방인들을 살해하는 아르크는 알 수 없는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그 뒷편, 도시를 지키던 수비대들이 아르크를 목격한다. 어린아이가 성인들을 살해하는 광경을. 이내 지쳐서 쓰러진 아르크를 노베른이라는 남자가 안아주고 쏟아졌던 이방인들이 다시 후퇴하면서 싸움이 끝나게 된다.


023 혹한의 전쟁터로
이곳이 이제부터 네가 일할 곳이다. 아르크
노베른이 짐수레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내려주며, 얼어붙은 들판에서 허름하게 세워진 천막들이었다.

원로회는 아르크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받으며 충격을 받고, 바로 전쟁터로 보내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노베른은 그래봤자 어린아이라며 상부의 의견을 무시하고 몰래 아르크를 치료병동으로 보내게 된다. 노베른은 최대한 아르크와 대화하려고 해보지만, 쉽지 않다.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과묵한 아르크. 마찬가지로 병동에 있던 남자애 시빌렌더는 아르크보고 농아라는 별명을 지어준다. 아웬은 아르크에게 왜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느냐며 한 소리를 하지만 아르크는 역시나 과감하게 무시해버린다. 누구하나와도 제대로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그야 당연히 아르크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밤이 되면 늘 깨어나는 아르크는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린다. 심하게 땀을 흘리는 아르크. 그때 옆자리에서 자던 한스는 아르크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자, 아르크는 처음으로 신경끄라는 말을 내뱉는다. 한스는 아르크가 말하는걸 처음본다는 식으로 말하고, 자신이 알 순 없겠지만 아르크에게도 힘든 게 있을거란 식으로 말한다. 천하태평한 말투에 아르크는 내심 한스가 마음에 들었다. 이후 점차 대화할 기회가 많아진 한스와 아르크. 덩달아 한스의 쌍둥이동생인 한트도 함께다닌다. 서먹서먹한듯 하면서도 아르크는 이런 시끄러운 분위기를 나쁘지 않게 생각한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나타난 이방인 하나가 환자들과 아이들이 있는 의료병동까지 도착하고 마구잡이로 환자들을 살해한다. 아르크는 그것을 보고 자신이 이방인들을 막으려고 하지만, 한스와 한트는 위험하다며 아르크를 잡는다. 그 사이 아웬이 무기를 들고 이방인을 살해하게 된다. 손을 부르르르 떠는 아웬. 아르크는 비슷한 또래이지만 아웬에게 측은함을 느낀다. 저것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고통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다행히도 머지않아 노베른이 도착하고 상황이 진정된다. 하지만 시빌렌더발렌처럼 아이들은 아웬을 두려운 눈초리로 처다보게 된다.

아웬이 왜? 아웬은 우리를 지켜준거잖아.

그러나 한스만은 아웬에 대해서 옹호한다. 이후 한스는 계속 아웬의 이야기만 늘어놓고, 질릴대로 질린 아르크는 아웬 얘기를 작작하라며 한소리를 한다. 한트는 우스갯소리로 좋아하는 게 아니냐고 묻지만, 한스는 뻔뻔하게 그렇다고 대답한다.


024 타인이라는 것
너희는 이제부터 하나다.
남은 아이들에게 위고가 한 말

여전히 의료병동에서 일하던 아이들. 어느날 노베른이 아이들 중에서 체격이 좋고 눈치있는 아이들을 뽑아 데려간다. 모두가 영문을 모르는 상황. 그들 앞에 젊지만 노련한 여성 마법사가 선다. 자신을 위고라고 표현한 그녀는, 앞으로 적진을 드나들며 정보를 수집할 부대를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이 일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의료원에서의 일보다 훨씬 위험한 일이라고. 그러니 가고싶다면 가도 된다는 마지막 선택지를 제시한다. 하지만 아르크는 남았고, 아르크를 포함해 한스, 아웬, 로운 등 11명이 남는다. 마침내 위고 분대가 탄생한 순간이다.

아..안녕!
아웬에게 부끄럽게 인사하는 한스

아르크는 결국 아웬에게 우겨넣기로 인사하는 한스를 보고 어이가 없어한다. 한트는 돌아온 한스에게 대체 왜 저런 사람을 좋아하는 거냐고 묻고 따지지만, 오히려 한스의 눈엔 완벽할 뿐이다. 아르크는 괜히 지켜준다느니 하다가 등신같은 사고만 치지말라며 한 소리를 한다. 뻔히 로운의 존재가 있는데도 아웬에게 살랑거리는 모습이 누가보아도 답답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런 유치한 이야기도 잠시 아이들은 머지않아 위고 분대로서의 임무를 할당받고 바로 바로 투입된다. 처음에는 모두가 두려워했지만, 위고는 최대한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안전한 선택을 지속한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날.

결국 적들을 마주친 위고 분대. 위고는 매번 그러했듯이 재빠르게 회피하려고 했지만, 대기하고 있던 이방인 전사들과 마주치면서 즉각 전투가 벌어진다. 이어지는 추격전 속. 미처 적을 발견하지 못한 아웬은 위기에 빠지고 그걸 한스가 구하면서 치명상을 입게된다. 피를 토해내며 부들부들 떠는 형의 모습에 한트는 충격을 금치 못하고, 뒤늦게 달려온 아르크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죽음을 지켜본다. 죽음은 단지 한스 뿐만이 아니었고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친다. 결국 시체들을 제대로 거두지도 못한 채 도망치는 분대. 다시 수거한 건 그로부터 한참이나 지난 후였다.

미련한 놈..
참삼한 몰골이 되어있는 한스를 바라보며 혼자 속삭이는 아르크

025 혹자의 죽음
생소한 일은 아니야. 특별한 일도 아니지. 그렇지만 너무나도 씁쓸해. 신이란 게 존재하긴 하는걸까.
위고노베른과 대화하며

그로부터 며칠 후. 죽음은 덧없다. 한스는 죽었다. 그러나 죽음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한스 뿐만 아니라 그 주에 전사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장례식을 치룬다. 그렇게 누워있는 수십명의 사람 중 한 사람일 뿐이다. 아이들은 마음껏 소리내어 울 수도 없다. 아르크는 그 죽음으로부터 슬픈 감정에 앞서 자신들이 소모품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지만 할 수 있는 건 없다. 나를 포함한 자신들은 특별하지 않다. 언제나,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다. 모든 기대감을 내려놓고 살아가야 한다고 혼자 속삭인다. 그렇게 한스의 장례식이 끝나고, 아르크는 자신의 빈 옆자리를 멍하니 바라본다. 다음날 한트는 한스의 유품을 정리하고, 자신을 뚫어져라 보는 아르크를 보곤 물건을 건네준다.

잘 모르겠지만, 형은 널 좋게 생각했어. 그러니까 받아.

받은 물건은 한스의 장갑 한쪽. 아르크는 고맙다며 물건을 받고, 한트는 곧이곧대로 대답하는 아르크에게 크게 놀란다. 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르크는 내심 자신이 한스를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소리내면서 울 수도 없는, 소비재에 불과한 자신이 슬픔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우습다. 아르크는 씁쓸한 표정과 함께 한트에게 죽지 말라고 말한다. 한트는 콧웃음을 치곤 짐을 챙겨서 나간다. 곧 물건들은 관례대로 대부분 태워버리고 한스가 입던 옷들은 정리되어 다른 곳으로 보내진다. 그 사이 한트에게 사과하는 아웬을 보게된다.

아웬은 울먹이며 한트에게 사과한다. 아르크는 그 장면에 알 수 없는 불쾌함을 느낀다. 엄연히 말하자면 한스가 죽은 건 결국 아웬과 로운 탓이다. 두 사람이 자기 몫만 잘 했더라면 과연 한스가 죽었을까. 그럼에도 저런 알량한 모습으로 사과하는 걸 아르크는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곧 아르크는 아웬이 나오자마자 참지 못하고 공격적으로 말한다.

너때문에 죽은 게 맞아. (중략) 그리고 로운, 너도 똑같은 놈이야.
네가.. 네가 뭔데 그런식으로 말해?

아웬과 이어지는 말다툼. 로운은 곧장 말리지만, 결국 흐지부지 대화가 끝난다. 아르크 자신도 알고있다. 이것은 화풀이라고. 너때문에 내 친구가 죽었다는 걸 다른 방식으로 말할 뿐이다. 한트에게 제대로 위로해줄 용기조차 없는 자신이, 남을 상처입히는 것엔 두려움이 없는 거다. 로운은 그런 아르크가 측은해보였는지 뒷모습을 계속 바라본다.

곧 다시 모인 아이들. 숙연해진 분위기 속, 나타난 노베른이 아르크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격려를 해보려고 하지만. 잔뜩 격앙되어 있는 아르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우리가 다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하는 거잖아요. 틀려?

안그래도 잔뜩 우울한 아이들이 그 말을 듣자, 은연 중 끄덕인다. 하지만 먼발치에 앉아있던 아웬은 바로 아르크에게 반박한다.

네가 겁먹었으면 우리도 다 겁먹어야해? 대답해.(후략)
네가 나보다 먼저 죽을 일은 없어. 죽으면 늘 앞에 있는 내가 먼저 죽겠지.(후략)

상처 뿐인 대화 후, 결국 이도저도 아닌 결론. 힘을 행사하려는 아르크를 로운이 단숨에 무력화하고, 아르크는 이를 갈며 일어나지만 이를 연이어 위고가 막는다. 어찌저찌 마무리 된 상황. 하지만 로운은 여전히 두 사람 모두가 안쓰러울 뿐이다.


026 서로의 비밀

다시 시작된 임무. 위고로운아르크를 한 조로 묶는다. 과묵한 두 사람이지만 몇시간 전 일을 여전히 상기하고 있다. 로운은 아르크에게 어떤 과거를 살았냐고 묻자, 그 순간도 아르크는 한스를 떠올린다. 오히려 아르크는 되묻는다. 너에게 아웬은 무엇이냐고. 하지만 로운은 어김없이 말한다.

내 인생의 전부지

그 말에 어이가 없는 아르크는. 한참이나 입을 다물다가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사실 나한테는 동생들이 있었어. 지금은, 모르겠다. (중략) 누구도 믿지마. 인간을 맹신하지마라.

로운은 인간을 부정하려고 해봤자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결국 인간은 인간을 의지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계속 이어지는 토론 속 당연히 답이 나올 리는 없지만, 로운은 결국 두 어린 동생을 언급하며 아르크의 인간혐오가 되려 자만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 말에 아르크는 스스로에게 한번 더 묻게 된다. 자신이 여태껏 한스에게 의지했던 것이 아니냐고.

그러던 중, 이상하리 만큼 적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 그리고 약속 장소로 돌아가는 두 사람. 이때 갑작스레 적의 기습이 시작된다. 그것은 함정이었던 것. 평원 한가운데 생겨난 큰 마을은 도시 안은 미궁같고 바깥으로 나가려면 말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적들은 위고 분대를 포위한 셈이다. 다행히 눈앞의 적을 물리친 아르크로운한트를 만나 추가적인 설명을 듣는다. 짧은 추론 후 로운은 결론에 도달한다. 자신이 시선을 끌테니 한트가 주변을 돌아다니며 함께 탈출을 권유한다.

한트는 제정신이냐고 묻지만 아르크는 오히려 자신도 로운을 돕겠다고 말하고, 둘은 마법으로 이방인들에게 큰 혼선을 준 뒤 말을 노획하고 달아난다. 예정대로 한트는 아군들의 위치를 파악한다. 이제 남은 것은 아르크로운이 이방인들의 추격으로부터 달아나는 것. 둘은 가시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적들이 쏘는 활에 아르크의 말이 적중하고 아르크는 말에서 굴러떨어지며 크게 다친다. 로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낙마한 두 사람은 이방인들에게 계속 맞서지만, 머리를 부딪힌 아르크는 어지러움을 호소한다.

끝을 직감하는 아르크. 이방인이 검으로 베려는 순간, 로운은 사용해보지 않은 마법을 시전한다. 그 순간 쓰러진 아르크를 제외한 주변이 갈기갈기 찢겨나간다. 수많은 인간들과 나무들이 해체되는 지옥도가 펼쳐진다. 조금이라도 방향이 엇나갔다면 아르크도 그렇게 될만한 일. 하지만 결과적으로 둘은 살아남았다. 피를 덮어 쓴 로운은 숨을 헐떡이며 자리에서 쓰러진다. 토를 하는 로운. 의식이 흐렸던 아르크도 로운에게 기어간다. 마법의 부작용이 분명해보였다.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 아르크는 자신 역시 딜레마에 빠진다. 얼마 남지 않은 체력. 자신은 본능적으로 로운을 처다본다. 쓴웃음을 보이는 아르크는 역시 스스로를 저주한다. 자신이 그토록 원망했던 아버지의 힘. 자신이 계승받은 힘이란 마력을 빼앗는 능력이다. 하지만 아르크는 강렬한 유혹을 견뎌내고는 로운을 업고 죽기살기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027 신참
네가 싫어. 그래도 고마워.[3]

다음날. 보기드문 화창한 날에 로운아르크가 살아돌아온다. 빈사 직전의 아르크는 도착하자 쓰러진다. 아르크 자신이 눈을 떴을 때는 아웬이 보였다. 아웬은 퉁명스럽게 입을 꼭 다물다가도 아르크에게 네가 싫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고맙다며 예상 외의 반응을 보인다. 아르크는 특별히 답하지는 않았지만 썩 편안한 표정을 짓는다. 이후 두 사람은 지속적인 치료 후 남들보다 빠르게 쾌유하던 어느 날. 노베른은 회복된 아르크를 찾아온다. 늘 노베른을 무시하던 아르크는 처음으로 노베른에게 인사하고, 그는 아르크에게 지난 몇 주간 심경의 변화가 있다는 걸 직접 확인한다. 그만큼 아르크의 정서는 과거에 비해 월등히 좋아진 상태였다.

처음엔 그렇게 대들더니. 지금은 좀 나은가보구나.
노베른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한다.

위고 분대에 신참들이 들어온다. 에버른을 비롯한 열댓명의 신참들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상태다. 뭔가 잔뜩 긴장된 몸짓. 위고는 되도 않는 꼰대짓은 하지 말라며 경고하고 돌아가지만, 역시나 시빌렌더는 그들 앞에서 어깨를 피며 이곳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를 설명한다. 어이가 없어서 웃는 아르크. 그렇게 새로운 위고 분대는 다시 훈련에 들어간다. 그러다 발렌은 자신이 어디서 들었다며 '안케나의 귀신'에 대해 설명한다.

돌아온 사람이 아무도 없다나봐. (중략) 진짜 귀신일 수도 있고[4]

그 얘기에 새로 들어온 에버른은 덜덜 떨고 진땀을 흘린다. 결국 옆에 있던 아르크가 나서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 겁주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발렌은 분명 자신이 그렇게 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곧 그 괴담은 진실이 된다. 그로부터 며칠 후 위고노베른이 안케나의 귀신에 대해 직접 언급했기 때문이다. 멀쩡한 사람도 그 주변에서 홀로 가면 길을 잃고 헤맨다며 절대 작전 중 흩어지지 말 것을 경고했다.





028 안케나의 귀신

로운과 헤어진 아르크는 그곳에서 자신처럼 낙오된 이방인 전사 하나를 만나는데, 이방인 전사와의 동맹을 통한 인연.


029 오묘한 동맹



030 이상한 남자
진실이란 말은 언제나 독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그건 영양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인간은 꼭 그렇게 완벽을 추구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그것이 나한테 이익이 아닌 걸 아는데도, 단지 호기심때문에. 궁금하기 때문에 계속 나아가려고 한다.

아이들의 시체.

도시민도 이방인도 아닌 그 무언가. '안케나에서 살아가는 귀신' 그는 아르크가 자신에게 무기를 들이밀지 않고 인사를 건냈다는 이유만으로 그와 대화한다. 하지만 결국 다음 번에는 아르크를 죽일 것이라는 경고를 한다.



031 새벽숲
이쪽으로! 이쪽으로 와!
흩어지고 있는 팀을 이끄는 로운

이른 새벽, 위고 분대는 짙은 안개가 내리깔린 가시나무 숲을 지난다. 로운, 아웬, 아르크를 주축으로 한 3개의 조. 도시의 본대는 얻은 정보를 토대로 적을 기습하기 위해 우회한 사이, 위고 분대는 유사시를 대비하여 기지 주변을 정찰한다. 싸늘한 분위기지만 익숙했기 때문에 워낙 긴장감이 없는 상황 속, 가장 후미에 있던 동료가 사라진다.

에버른?
한트가 에버른을 찾아 나서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좁은 가시거리 탓이라며 넘기는 시빌렌더. 그래도 확실한 게 낫지 않겠느냐는 말에 로운이 뒤를 돌아본다. 그런데 난데없이 안개 속에서 적들이 나타나고 난전이 벌어진다. 로운은 처음 겪는 일은 아니었지만, 아무런 기색도 없이 나타난 건 분명히 매복과 다름없다. 피아식별도 도망도 쉽지 않은 가시나무 숲. 로운은 적에게는 혼란을 주고 아군에게는 경고하고자 아르크아웬에게 숲에 불을 지르고 북쪽으로 이동할 것을 명령한다. 하지만 아르크은 오히려 가까운 남쪽 평원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고, 아웬는 그렇게 하면 장애물이 없어 우리가 전멸할 텐데 말이 되느냐고 소리친다. 두 사람의 신경전. 고민 끝에 로운은 아르크의 결정대로 명령하고 각 조는 죽기살기로 도망치기 시작한다. 마지막까지 아르크를 노려보는 아웬이였다.

거칠게 불타오르는 화마가 숲 전체를 혼란에 빠트린다. 아르크의 조에서도 결국 부상자가 나오고, 동료들은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묻지만 아르크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며 그들을 놓고 자리를 떠난다. 목매어 부르는 소리에 이미 익숙하다며 벗어나는 아르크. 시빌렌더는 옳은 선택이라고 맞장구를 치지만 아르크는 갑자기 걸음을 돌리더니, 다친 동료를 업고 이동한다. 그러나 결국 동료는 과다출혈로 죽게되고, 불길 한가운데에 시체를 놓고 온다. 시빌렌더는 자신들이 도대체 후방에 있는건지 최전선에 있는건지 분간이 안간다고 중얼거린다. 아르크는 그 말을 듣자 이상함을 느끼고, 직감적으로 큰 위기라는 걸 깨닫는다. 만약 적들이 양동작전을 펼치고 우회하여 이곳으로 오고있다면? 아르크는 시빌렌더에게 분대를 맡기고 홀로 로운을 찾아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


032 생환자

한편 로운은 거세지던 불길이 새벽이슬과 습기에 의해 잦아든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위적으로 조작된 불은 계속 마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다. 불길은 점차 약해지고, 언제 이방인들이 나타날지 모른다. 적들의 숫자는 이상하리 만큼 많았다. 그러나 위험하다고 해서 자신이 나설 수도 없는 노릇. 로운은 스스로 자신이 위고였다면 어떻게 판단했을지 복기한다. 그때 로운을 찾아 돌아온 아르크가 합류하고 아르크는 적들이 남부 평원을 돌아 아군을 기습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제대로 된 방어병력도 없는 지금. 이방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전선을 뚫고 얼마든 도시로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도망쳐서는 안돼. 우리가 미끼가 되자. 그때처럼

아르크는 로운에게 그렇게 말한다. 그때처럼. 두 사람이 죽을 위기를 겪었던 그때처럼. 하지만 로운은 한사코 아웬을 위험에 빠트리고 싶지는 않았다. 아르크는 네가 망설이면 우리가 뭘 할 수 있냐며 밀어붙인다. 로운은 현실적으로 정말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묻지만, 다른 방향에서 돌아온 아웬이 진실을 전한다.

아르크 말이 맞아. 땅이 울려. 적들이 오고있어.

아르크는 주변을 둘러본다. 모두 지친 모습. 몇 번이고 위험한 일을 겪어왔지만, 그 중에서 몇명이 살아남을지 알 수 없다. 자신도 마찬가지다. 그토록 위고노베른이 말했던 교전수칙. 위험이 있으면 피하라는 논리를 정면으로 들이박는 일이다. 아르크는 그저 로운을 바라볼 뿐이다. 로운은 눈을 지끈 감고, 작전을 계획한다. 말을 타고 이동하는 이방인들의 습성상, 적들은 무조건 평원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평원을 가로막는다면 적의 이목을 끌 수 있노라고 생각한다. 곧 아르크가 두고 왔던 시빌렌더와 동료들까지 모두 합류하고 로운은 다시 조 단위로 작전을 하달한다.

아웬은 로운에게 저번처럼 무리한 일은 결코 하지말라고 말한다. 그 말에 아웬의 손을 꼭 잡는 로운. 각자 서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각자의 자리로 이동한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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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는 없다.

하지만, 작전은 성공하지 못한다. 혼선을 주기위한 계획은, 힐베스의 등장과 함께, 대부분의 동료들이 처참히 학살당한다. 그는 무려 아르크가 데려오지 못했던 동료 에버른의 머리를 들고 있었다. 갑작스레 등장한 힐베스는 그야말로 위고 분대를 학살한다. 종잡을 수 없는 적에게 로운을 포함한 그 누구도 제대로 상대하지 못한다. 뒤늦게 도착한 한트힐베스는 그 분위기에 압도되는 건 똑같다. 오른팔과 왼쪽눈을 다친 로운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결국 자신의 마법을 사용하려고 하지만..

제발.. 제발 그만. 그만해.

아르크는 그의 앞에 양팔을 서서 벌리며 대화를 시도한다. 그러자 힐베스는 자신이 악의가 없다며 도시어로 대답한다. 그는 어차피 자신이 아니더라도 곧 이방인들에게 모두 죽을 텐데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다. 아르크는 그렇다면 자신과 거래하자고 대답한다. 만약 자신들을 살려준다면,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걸 주겠다는 거래였다. 그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웃는 힐베스. 그런데 거짓말처럼 그 말을 듣고는 서서히 자리에서 물러난다.

하지만 살아남은 사람은 고작 몇명 뿐. 그마저도 모두가 부상이다. 하지만 로운은 두려워하는 내색이 없다. 그저 숙명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이 희생해야 한다고. 살아남은 아이들은 나무 몇 그루를 지나 남쪽 평원에 도달한다. 그리고 예상대로, 저 멀리. 흐려지는 안개 너머로 이방인의 군단이 오고 있다.


033 하늘베기


작전은 실패했다. 적들이 다가온다. 아웬은 로운을 끌어안고, 발렌도, 한트도, 시빌렌더도, 누구 하나 희망을 보지 못한다. 구원하러 오는 자는 없으며, 죽음은 땅만큼 가깝다. 하지만 아르크는 두려운 내색이 없다. 아르크는 로운에게 간다. 로운만이 바로 서서 상황을 직시하고 있다. 아르크는 이제 남은 방법은 너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마치 비겁한 재촉이다.

이제는 해야해

아르크는 자신이 우스웠다. 많은 고통 속에서도 무엇하나 의지하지 않던 자신이, 스스로보다 대단하지도 않고 어쩌면 멍청한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있다. 아르크는 그런 로운을 바라본다. 그렇다. 이건 죽음이 아니다. 우린 죽지 않을거라고 확신한다. 아르크는 로운에게 이제는 해야한다고 말한다. 설령 로운이 죽을 위기가 닥칠지언정. 로운은 해낼 것이라고. 그것이 어떻게든 안케나의 귀신에게 살아남는다면 로운이 자신들을 살려줄 수 있으리라 믿은 이유다.

알아.

지평의 사선을 메울 만큼 많은 적들이 오는 지금, 로운은 그들 앞으로 걸어간다. 아르크는 울먹이고 있는 동료들을 엎드리게 만들고, 자신도 여파에 대비하기 위해서 몸을 숙인다. 하지만 아웬은 로운이 뭘 하는거냐며 걱정하는 마음에 뛰어간다. 아르크는 잡아야했다. 하지만, 아르크의 마음 속 하나의 생각이 스친다.

로운에게 아웬은 필요한 존재일까? 그래… 차라리…
아르크의 생각

아웬에게 손을 뻗으려는 아르크는, 차라리 로운을 얽매는 아웬이 없다면. 로운과 더 큰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차라리 로운과 원로회의 인연이 사라진다면. 그 원로들을 모두 숙청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아웬은 로운을 껴안는다. 귀와 코에서 피가 흐르는 로운을 보며 걱정하고, 로운도 아웬이 자신을 끌어안자 흐트러진다. 로운이 조금이라도 실수한다면 아웬은 도륙날 것이다. 곧 하얀 광원이 주변으로 퍼지며 시야를 가리고, 로운은 아웬을 끌어안는다. 그리고. 한순간 빛이 세상을 덮는다.


034 다로시

로운이 기적을 일으킨 후, 전쟁은 거진 끝난 것과 다름 없다. 늘 암울하던 분위기도 바뀌었다. 이제 사람들은 더 긍정적인 미래를 이야기한다. 전면전이었던 전투는 대부분 소탕 임무로 바뀌고, 수색대의 역할도 과거보다 훨씬 축소된다. 아르크의 임무 역시 전쟁 후 재건을 위해서 폐허들을 확인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한 도시에서는 내부를 지키던 중앙마법사들을 도시 밖으로 파견한다. 그 중에는 아르크에게 당돌하게 직진하는 여성, 다로시도 있었다.

너 보기보다 엄청 쑥맥이네?

처음에는 우연스레 말을 섞은 두 사람은 처음엔 다로시의 일방적인 말을 걸지만 아르크는 서서히 다로시에게 마음을 풀기 시작한다.



035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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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너무 무서웠어 나는. 그래서 아무한테도 말할 수가 없었어.

울먹이는 다로시는 마치 아르크에게 위로를 바라는 듯 했지만, 아르크의 가슴 속에는 다시금 떠오르는 분노밖에 없다. (모든 퍼즐이 맞추어진 아르크는, 정말로 원로회가 이방인들의 아이들을 학살했다는 걸 확신한다. 결국 이 말도안되는 전쟁이 원로회, 도시가 일으킨 것이다. 그래서 아르크는 참을 수 없었고, 다로시를 죽인다. 위대한 대의를 위하여.)

어?

036 악의적 이별

아르크는 다로시를 죽인다. 그로 인해, 전쟁은 더욱 빨리 끝나간다.


037 돌아보며

두 동생을 다시 만난 아르크. 하지만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


038 계획

동료들을 집합시키는 아르크. 무기를 들자. 의원들을 처단하자.


039 진실을 향하여

로운은 아르크에게 분노 서린 목소리로 묻는다. 왜 이렇게까지 했는가? 아르크는 우스웠다. 당당히 권력의 개가 되어 자신을 처단하러 온 주제. 감히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우습다. 두 사람은 불길을 사이에 두고 원을 그리며 경계한다. 이제 이곳에서 싸운다는 건 결판을 짓는다는 의미다. 그 끝은 오로지 죽음 뿐이다. 아르크는 모든 걸 예상하고 있었다. 어쩌면 로운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모든 게 예정되었던 일일지도 모른다. 아르크는 로운을 설득하거나 진실을 알려 줄 생각 따위 없었다. 놈에게 무얼 말하든 거짓일 뿐이고, 놈은 아웬의 편일 뿐이었다. 아르크는 검을 꺼내든다.

결판을 짓자.

아르크와 로운은 격전을 벌이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로운은 결코 자신에게 강력한 마법을 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순수하게 오직 체력만으로 싸운다. 아르크는 로운에게 혼란이 될 만한 말을 반복한다.

등신같은 소리. 넌 아무것도 몰라. 평생 아웬만 쫓아다닐 테니 앞으로도 영영. 그렇게 평생을 살다가 죽는거야. 먼저 떠나간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이 네 행복만 찾으면서!!!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르크는 떠올린다. 로운이 얼마나 헌신적으로 함께 싸웠는지, 아웬을 아끼는 만큼 자신들을 살리기 위해서 목숨을 바쳤다는 걸.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로운을 이길 수 없다. 아르크는 이를 악물고 로운을 괴롭히고 예상대로 로운은 괴로워한다. 결국 로운은 아르크에게 한쪽 팔을 크게 다치고, 한 손으로 싸우게 된다. 전황은 거의 기울었다. 하지만 아르크의 체력도 충분하지는 않다. 이젠 끝내야 한다.

아르크는 이를 악물고 달려든다. 그러나 로운은 아르크의 검을 몸으로 들이받고, 로운을 제압한다. 그러나 결국 로운은 아르크를 죽이지 않는다. 이것마저도 아르크는 예상했지만, 차마 공격하진 않는다. 그것은 완패였다. 로운은 피를 토하면서도 스스로 마법으로 지혈하며 묻는다.

네가 그렇게 짖꺼린 진실이 뭔지 말해.
전쟁은...

전쟁은, 그토록 자신도, 로운도, 아웬도, 그리고 모든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든 그 전쟁은 그들이 일으킨 거다.

전쟁은... 원로회가 벌인거야.

그리고, 곧 시빌렌더가 아르크의 등을 찌른다. 의식을 잃은 아르크는 그대로 쓰러진다.


040 돌아본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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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과거, 가족, 동생, 친구, 동경, 사랑, 죽음, 그리고...

아르크는 기나긴 꿈을 꾼다. 스스로도 꿈이라고 생각할 만큼 추상적이고 몽환적인 꿈을. 그 기억의 저변에서 아르크는 헤매고 있다. 오랜 시간 속에서 언제인지 어디인지 마지막을 잊고, 미아가 되어 자신을 찾고 있다. 눈물을 흘리는 아이. 아르크의 삶은 그러했다. 하지만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주변이 아르크를 괴롭혀도 아르크는 견뎌냈다. 가족, 동생, 친구, 연인. 아르크는 다로시의 눈물을 복기한다. 그 눈물은 진심이었을까? 다로시는 정말로 나를 사랑했을까. 로운도. 아웬도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래. 우리들의 고통을 이토록 키운 건 자신들밖에 모른 이기적인 존재들.. 도시. 원로회. 그리고 세상이다. 그리고 언젠가 자신이 태어난다면, 새로운 삶을 산다면 그들에게 복수하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꿈 속에서 스스로를 파먹으면서까지.

그런 끝나지 않을 꿈을 꾸던 아르크는, 그로부터 약 10년 후. 깨어난다.


  1. 아리사는 3살 여자아이, 라한은 8살 남자애
  2. 고아들은 아르크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묻지만, 아르크는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은 아르크를 말하지 못하는 농아로 생각한다.
  3. 아르크는 대놓고 '지랄맞네'라고 말한다.
  4. 아웬이 귀신이 어딨냐며 코웃음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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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테라 2부 | 삼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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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아르크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다. 타임라인 상 1부와 3부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파실라 가문을 중심으로 한다.

가문과 아버지

윈테라를 지지하는 위대한 가문들

2부는 윈테라 가문들의 휘장이 보여지며 시작된다. 거대한 회의장에서 한참이나 말을 이어가던 남자는 최후에 자신에게는 죄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결국 회의가 끝나고 그 남자는 집으로 돌아간다. 그곳에는 그의 자식들이 있었고, 그는 그 아들의 이름을 부른다.

이리와라. 아르크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어요..

그는 설명도 없이 자신의 아들을 때리고, 아들은 아버지를 두려워하며 용서를 구한다. 그는 자신의 분노를 풀기 위해 자주 폭력을 행사했고 그 대상은 나이와 성별을 불문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원로회에 자신의 입지가 없다는 것을 알아갔고, 머지않아 자신이 축출될 것이란 공포에 휩쌓였다. 그는 방안에서 나오지 않고 독백을 하며 이제 모든 것이 끝이라고 중얼거리다가 이내 방법을 찾아낸다. 바로 자신의 가문에서 금기시 여기던 인간을 마력으로 환원하는 기술을 실현코자 한다. 차라리 다른 원로들에게 암살당하거나, 가족 단위로 윈테라에서 쫓겨날 바에는 차라리 복수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설령 패륜적인 아버지더라도 가족들은 최소한 자신들을 살해하리라 상상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는 행동으로 옮겼고, 가족의 비극은 머지않아 일어난다.

저주받은 힘

그는 조심히 아내와 늙은 부모를 불러 살해하고, 그 피로 거대한 마법진을 그린다. 그러면서 자신은 분명 대중에게 존경받아 마땅할 위인인데도 결혼이라는 사소한 가치에 매달려 모든 것을 잃었다며 한탄한다. 그리고 이를 보고서 덜덜 떠는 라한아리사에게 이것은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아이들을 끌고 가서 살해하려고 한다. 일찍이 기절했었던 아르크는 이런 상황을 보고 아버지에게 저항했고, 주변에 있는 흉기로 아버지를 살해하고 만다. 이건 충분히 정당방위였지만, 아르크는 아직 어린애에 불과했다. 게다가 그 행동으로 아버지의 힘을 얻은 아르크는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지만 두 동생을 위해서 그 힘을 감당해야만 했다. 훗날 아르크는 이처럼 아버지의 힘을 흡수한 아르크는 자신 스스로를 저주한다.

내가.. 내가 아버지를 죽였어

그럼에도 방법은 없었고, 아르크는 원로회에서 아버지가 자신들을 죽이려고 했다며 살려달라고 빈다. 진작에 그가 사라지길 원했던 원로회는 오히려 누그러진 태도로 아르크를 사했고, 그 대신에 두 동생은 난민촌으로, 아르크는 중앙마법사의 종으로 삼는다. 처음에는 죄에 비해서 좋은 처벌을 받았다며 안심했지만 아르크의 성격은 변하기 시작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을 때리거나 명령하는 이에게 폭력적으로 대응하는 등, 마치 이중인격을 가진 사람처럼 행동한다. 결국 원성이 자자해진 아르크를 중앙마법사들은 내쫓길 바랬고, 원로회도 그렇게 하려고 했지만.. 그해 겨울에 야만과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아르크 자신이 자원하여 전쟁터로 향하게 된다.

혹한의 전쟁터

아르크의 심리상태는 통제가 어려울 만큼 불안정했다. 비록 16살이었지만 그보다 나이가 많은 장정들도 아르크를 건드리지 못했고, 오히려 아르크는 해방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싸우면서도 그는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했고, 반복된 살인과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 동생들을 위한 헌신 등 복잡한 감정들이 엉키며 삶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느낀다. 그는 특히 한스가 아웬을 구하다 죽는 모습을 보니 인간을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그것은 이인증의 증세였는데, 아르크는 아버지로부터 강한 힘을 얻었지만 그만큼 어긋난 듯 보였다. 그런 심연에 빠질수록 아르크의 살인귀는 더더욱 심해져만 간다. 그런 아르크를 가로막은 건 로운이었다.

적당히.

동료를 죽일뻔한 아르크를 로운이 막고 그를 제압하면서, 아르크는 처음으로 자신 외의 상대에게 관심을 보인다. 아르크는 서서히 감정을 통제하면서 로운을 따라다녔으며, 그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속마음에 없는 행동도 한다. 아르크의 겉모습과 행동은 그를 꺼렸던 사람들이 모이는 요인이 됐고 한트, 시빌렌더, 발렌 등 서로 친한 무리가 된다. 비록 로운은 아웬과 다녔으나 이미 몇 년간의 싸움에서 실력이 입증된 로운은 아르크를 포함한 모두가 의지하는 대상이 되었다. 단 아르크는 그것이 동경보다는 일종의 관심이라 믿었고, 오히려 로운같이 잠잠한 인간일수록 그 내면에 있는 무언가가 대체 어떤 형태일지 점점 궁금해한다.

동경의 대상

인정하기 싫었지만, 아르크의 로운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커져간다. 그러나 로운은 여전히 아르크를 거부하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에게 혐오감을 내비춘다. 당연히 아르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지만 싸움에 있어서는 은연 중에 나타나는 로운의 광기에 아르크는 명백하게 자신과 같은 동류라고 생각한다.

넌 나랑 닮았어. 진지하게.
닥쳐[1]

그러다 로운이 아웬을 구하기 위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보며, 왜 힘을 숨기고 있느냐고 묻자 이를 그런 건 없다며 회피한다. 곧 아르크는 로운이 아웬을 지키기 위해 늘 힘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비웃는다. 그것은 너무나 얄팍한 행동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로운은 그로부터 이튿날. 위기에 몰린 때 40배에 가까운 적을 모두 격파하며 그 힘의 진가를 발휘하고, 아르크는 진정으로 로운의 모습을 보고 동경하게 된다. 그것은 어쩌면 경외심과도 같았다.

시험에 들다

네가 좋아

로운이 불가능해 보였던 전투를 승리로 이끈 그 날. 로운과 아웬의 대화를 엿들은 아르크는, 둘 사이의 감정에 대해서 느낀다. 맹목적인 사랑이 인간을 저렇게 변화시키는가? 아르크는 사랑이란 감정에 호기심을 가진다. 전쟁은 차츰 끝을 향하고, 종전의 분위기 속에서 도시 안에서만 활동하던 중앙마법사들이 최전선에 오고간다. 그리고 그 시절 아르크가 다로시와 만난다. 다로시는 유서깊은 가문의 딸이었지만,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모두에게 인기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아르크는 남들과 달리 굉장히 저돌적으로 다로시를 유혹했고, 결국 마음을 연 다로시와 아르크는 끝나가는 전쟁터에서 몸을 엉겨붙으며 비밀 연애를 경험한다.

그러니까.. 위로해줘

그러나 아르크에게 그런 봄날은 허락되지 않았다. 다로시는 어느날, 아르크와 술자리를 가지며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 그것은 바로 이 전쟁이 모두 조작에 의해 벌어진 일이란 사실이다. 자신의 아버지는 원치 않는 일이었는데, 도시에서 멋대로 그런 일을 버렸다며 너무 끔찍하다고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선 절대 이 일이 알려지면 안된다며 아르크의 입을 막고, 여전히 위로받기를 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말은 하지 않았으나 다로시에 대한 혐오감과 배신감으로 살인 충동을 느낀 아르크는 흠칫 그녀를 죽일까 고민했지만 간신히 제정신을 붙잡고 다로시에게 상냥하게 대해준다. 다로시에 대한 아르크의 마음이 어딘가 왜곡되고 있었다.

악의적인 이별

장난 치는거야? 왜 그래.. 응?

다로시가 도시로 돌아가기 며칠 전, 아르크는 그녀를 남들 몰래 불러낸다. 그리고 다로시의 힘을 흡수하고, 무참히 살해한 후 절벽 아래로 던진다. 그 날은 모두가 축제를 즐긴 탓에 다로시의 행적을 의심할 여지도 없었으므로 모두 아르크의 계산이었다. 그리고선 싸늘하게 식었을 다로시의 시체를 보며, 결국 아르크는 믿을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며 나아가 아버지도, 이 도시도 모두 똑같은 존재였다고 결론짓는다. 다음날 실종된 다로시를 찾아 대대적인 수색에 들어가고, 아르크가 우연을 가장해 시체를 발견하며 이 충격적인 소식이 도시로 퍼진다. 아르크는 자신이 다로시를 죽여놓고 그 시체를 끌어안아 울었고 그 이야기가 그녀의 아버지였던 베히모스에게 전해진다.

딸의 죽음으로 슬퍼했던 베히모스는 아르크의 사연을 듣고 난민촌에서 자라던 라한과 아리사를 다른 곳에서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배경이 된다. 아르크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덕분에 동생들은 건실하게 자라게 된다. 또 아르크 본인도 동료들의 격려 속에서 지원을 받으며 사람들이 믿고 따르게 된다. 모든 건 아르크의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아르크는 전쟁이 끝나기 전에 자신의 동료들에게 이 충격적인 진실을 전파하며, 자신이 원로회에게 농간을 당했고 나아가 완전히 노예였다며 반란을 기획한다. 대부분은 아르크의 의견에 찬성했고, 중앙마법사가 된 소수의 인원이나, 로운과 아웬 등을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참여한다.

로운은 안돼.[2][3]

돌아보며

전후 1년. 아르크는 차근차근 계획을 짜는 와중, 로운을 만난다. 원로회의 하수인이 된 로운을 향해 안타깝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로운은 아웬과 행복한 삶을 살고 싶고, 그건 누구나 원하는 일이라며 아르크와 대화를 마친다. 아르크는 그런 로운의 모습을 보고 과거 아버지가 역으로 떠오른다. 자신의 명예를 쫓던 아버지와, 행복한 삶을 그리는 로운의 모습은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그 길로 아르크는 오랜만에 자신의 두 동생을 만나고, 아리사한트는 형/오빠 덕분에 잘 살고 있다며 고맙다고 말한다. 그 장면에 굉장히 이상한 기운을 느낀 아르크는 자리를 피하고 너무나 위험한 일을 시작한 자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지만, 역시 그는 원로회를 전복시키기 위한 계획을 계속한다.

진실을 향하여!

아르크는 생각한다. 중앙마법사는 경험이 없는 집단이고, 자신들은 4년이란 세월을 전장에서 보낸 전문가였다. 그러니 걸리지만 않고 준비만 된다면 원로회의 전복은 시간 문제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그가 놓친 것은 원로회의 정보망이 촘촘하다는 점이었고, 중앙마법사들이 근거지에 들이닥치면서 예정에 없던 싸움이 시작된다.

너희들은 그냥 개일 뿐이야.

비록 중앙마법사가 약하긴 했으나, 그 중에서는 아르크와 마찬가지로 전장을 함께 보낸 동료들도 있었다. 시빌렌더는 이렇게까지 해야겠냐며 아르크를 설득하지만, 아르크는 뒤도 보지않고 그를 쓰러트리고 곧장 원로회관으로 침입한다. 통제가 되지 않는 적들의 기세에 아르크는 성공을 예감했고 그렇게 계획이 얼떨결에 성공할 것처럼 보였으나.. 갑자기 나타난 로운이 모두를 제압하고, 아르크와 과거 그랬듯이 결판을 짓는다.

아르크는 아무것도 모르는 로운에게 한심함을 느끼면서도, 괜한 오지랖에 그에게 자신이 알고 있던 비밀을 털어놓는다. 이 전쟁을 벌인 것은 원로회고, 모든 것은 거짓이다. 로운이 믿든 믿지않든 그런 것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동생들을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쓰러진다. 아르크가 가족애가 있는진 알 수 없었으나 그것이 로운이 본 아르크의 최후였다.

돌아온 자신

이제와서.. 참 어이가 없네..[4]

아르크는 마음 속으로 자신의 삶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본다. 어쩌면 힘의 기운에 먹혀서 광기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다로시를 정말로 사랑했는지, 동생들을 가족으로 생각하는지. 그 복잡미묘한 감정 속에 자신이 무엇인지를 수 없이 되뇌인다. 그리고 만약 자신이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는 좀 더, 좀 더 잘 살아보았으면 좋겠다고 독백하며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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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울리진 않지만 로운은 아르크에게 늘상 저 말만 한다.
  2. (로운에게 왜 말하지 않느냐는 동료들의 질문에)
  3. 동경하던 로운에게 왜 진실을 말하지 않았느냐고 한다면, 결국 아웬과 로운은 한 몸이므로 로운은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아웬은 도시의 권력자 가문이기 때문에 신뢰하지 않은 것.
  4. 독백